30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던 금성철씨 (56.전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가
장편소설 "일식" (전 2권 삼신각 간)을 펴내며 전업 소설가로 변신했다.

"기사로 다 쓰지 못한 한.일 관계의 이면사를 소설로 풀어보고 싶었죠.

국내 자료들이 빈약해 일본 고서점과 국회.대학도서관을 이잡듯
뒤졌는데 아직도 미흡한 게 많습니다"

"일식"은 러일전쟁 직전인 1903년 봄부터 한일합방이 되던 1910년까지
서울 도쿄 상해 블라디보스톡을 오가며 펼치는 독립투사들의 활약을 담고
있다.

"그때 상황이 지금과 많이 닮았어요.

지정학적으로 우리나라는 강대국들과 긴장관계를 유지할수 밖에 없는데,
100년전 역사를 다시 살펴보는 이유는 그것이 현재를 비추는 거울이기
때문이죠"

67년 대한일보를 시작으로 한국경제신문 기자 부장 논설위원을 지낸뒤
지난해 퇴직한 그는 다양한 문헌자료를 픽션과 조화시켜 또다른 역사
인식의 단면을 제시한다.

작품속에 나라 잃은 민족의 비애와 현실정치의 함수관계가 수많은
"역사의 그물코"로 얽혀있는 것도 이 때문.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과정은 실제 이토의 회고록과
방대한 양의 안중근 재판기록에서 간추린 것입니다.

또다른 저격자 김세기의 활약은 픽션이지만 아프제라는 인물과 그의
지하조직이 코코체프 장상 (재무장관)이나 스톨리핀수상의 목숨을 노렸던
것도 실제로 있었던 일이죠"

88년 일본 게이오대학신문연구소에서 수학하며 구체적인 자료를
수집했다는 그는 "이중 암살"에 대한 모티브를 사건직후 일본에서 제기된
복수범인설에서 따 왔다고 밝혔다.

"당시 안중근은 이토를 향해 6발을 쏘았는데 이토와 5명의 수행원에게서
모두 14개의 탄흔이 발견됐죠"

그는 이같은 미스터리를 추적하는 과정에서 역사와 개인, 민족과 사회의
상관관계를 작품으로 형상화했다.

"예나 지금이나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게 책임있는 정치가의
역할이죠.

침략국의 전략보다 한발 앞서지 않으면 먹히고 말아요.

균형잡힌 민족주의와 주변 강국들을 활용할줄 아는 지혜가 어느때보다
필요한 시점입니다"

최근 용산에 집필실을 마련한 금씨는 광복직후의 남북분단과 좌우
이데올로기 대립을 배경으로 한 새 장편소설을 준비중이다.

< 고두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1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