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니스는 전쟁인 동시에 평화다.

비즈니스 게임에 승리하기 위해서는 상대와 피를 흘리며 경쟁해야 할
때도 있지만 이보다 오히려 상대와 협력할때 최대수확을 거두는 경우가
더 많다"

이런 혁신적 사고를 담은 책 "코피티션"을 펴내 요즘 미출판계와
재계에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배리 네일버프(36) 예일대 교수가
본사의 번역판 출간을 기념하고, 국내산업의 현안을 살펴보기 위해
지난달 27일 방한했다.

그는 아담 브란덴버그 하바드대 교수와 "코피티션"을 공동저술하면서
"기업인들에게 보다 합리적이고 종합적인 의사결정방법을 제시하려고
노력했다"고 강조했다.

네일버프는 이 책에서 난해한 게임이론을 실제 기업환경에 쉽게 적용할
수 있도록 설명해 비즈니스 전략수립에 혁신적 접근틀을 마련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지난달 29일 르네상스호텔에서 가진 그와의 인터뷰를 지면으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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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난사람 = 박순빈 < 국제1부기자 > ]]


-귀하의 역저 "코피티션"은 게임이론이 기업경영에 어떻게 응용될 수
있는가를 보여준 참신한 접근이었다는 평가가 많은데 그간의 책들과 어떤
점에서 다르다고 볼 수 있습니까.

<>게임이론은 사회현상에 대한 접근틀로써 무한한 적응력과 유용성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너무 난해하기 때문에 경제현실에 적용되기
까지에는 오랜 세월이 걸렸습니다.

아담 브란덴버그 교수와 저는 난해한 게임이론을 쉽고도 재미있게
경제현실과 결합시켜 보고자 했고, 그 결과가 바로 "코피티션"이란 책으로
나왔습니다.

코피티션은 경쟁(Competition)과 협력(Cooperation)의 합성어입니다.

지금까지 기업간 경쟁은 승자와 패자가 뚜렷하게 나눠지는 제로섬
게임으로만 여겨져왔습니다.

그러나 코피티션은 반드시 패자가 있어야만 승자가 있을 수 있다는
도식적 논리를 부정합니다.

특히 비즈니스게임에서는 참가자들 모두가 승자가 될 수 있습니다.

코피티션을 통해서입니다.

-그렇다면 게임이론의 어떤 점이 비즈니스게임에 참가하는 모든
주체들이 승자가 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고 보십니까.

<>쉽게 말하면 게임이론은 연속적인 작용과 반작용의 방정식입니다.

이 원리를 제대로 인식하는 자는 게임의 흐름을 제대로 읽고 파악하여
게임의 승자가 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승자가 된다는 것이 반드시 상대방을 패배시킨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상대방을 패배시키더라도 수확이 적을 수 있고, 역으로 상대방을
패배시키지 않더라도 큰 수확을 거둘 수 있는게 비즈니스게임입니다.

기업의 게임은 시장에서 전개됩니다.

시장에서는 <>경쟁기업 <>소비자 <>원부자재 공급업자 등 여러 게임
주체들이 있습니다.

또 컴퓨터 하드웨어업체들은 소프트웨어, 핫도그를 만들어 파는
기업에는 겨자 등 보완제품을 만드는 기업들도 중요한 게임
참가자들입니다.

시장에서 각 주체들간에는 서로 협력관계에 있기도 하고 때로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면서 게임이 이뤄집니다.

-같은 맥락에서 비즈니스게임이 포지티브-섬게임이 아니라 네거티브
-섬게임이 된 사례를 들어주시겠습니까.

<>90년대 들어 미국 항공사들은 치열한 고객유치경쟁을 벌였습니다.

경쟁수단은 가격인하였습니다.

수익이 다소 악화되더라도 남이 쓰러질 때까지 저가격정책을 펴면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게 당시 미국 항공사들의 생각이었습니다.

약 3년동안 제살깎기식 가격인하경쟁을 벌인 끝에 쓰러진 항공사는
거의 없고 모두 큰 상처를 입었습니다.

이와달리 코카콜라와 펩시간 경쟁에서는 흔히 적대적 공방만 있는
것으로 알고 있으나 협력하는 부분도 있습니다.

서로 비방광고를 일삼지만 판매가에 대해서는 확실히 공조합니다.

-그러나 파이를 키우는 과정에선 서로 협력할 수 있지만 파이의
성장자체에 한계가 있다면 어떻게 게임에 임해야 합니까.

<>주어진 게임에 어떻게 대처하느냐 보다 게임의 양상을 어떻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느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합니다.

비즈니스게임은 <>참가자들 <>각 참가자들의 부가가치와 <>전술
<>규칙 <>범위 등 다섯가지 요소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이중 어느 한가지 요소라도 바뀌면 게임은 전혀 다른 양상으로
전개됩니다.

예를 들어 인텔은 펜티엄칩을 시장에 내놓으면서 게임의 각 요소들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바꾸는데 성공했기 때문에 승자가 될 수
있었습니다.

이 게임에서는 "윈도95"라는 카드를 들고 나온 마이크로소프트도
마찬가지로 승자였습니다.

-기업들이 게임이론을 이해할 수는 있어도 실제로 활용하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데요.

당장 판매이익에 도움을 주지 않은데도 불구하고 보완자를 육성할
만큼 기업들이 여유를 부릴 수 있을지..

<>80년대초까지만 해도 세계컴퓨터시장에서 발생하는 이윤의 70%이상을
10여개 컴퓨터제조회사들이 가져갔습니다.

부품제조회사나 소프트웨어업체들은 나머지 30%의 이윤을 놓고
경쟁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컴퓨터시장의 전체이윤중 70%이상을 인텔과 마이크로
소프트 두회사가 독식하고 나머지 수천개의 기업들이 30%미만의 몫을
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가 코피티션을 통해 게임의 룰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완전히 바꿔놓은 결과입니다.

이 게임에서는 애플처럼 패배자도 있으나 컴퓨터의 사용가치가
높아졌고 그만큼 시장도 크게 늘어났다는 점에서 인텔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전체적으로 볼 때 모든 게임참가자들에게 "윈-윈(Win-Win)게임"을
전개한 것으로 봐야합니다.

-한국은 몇개 대기업집단이 시장전체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독특한 경제구조를 지니고 있습니다.

이같은 한국적 경제구조를 게임이론으로 분석한다면 어떤 해석이
가능할까요.

<>저는 한국의 김치에 배추생산업자와 고추생산업자간 코피티션이
절묘하게 녹아있고 음양조화를 상징하는 태극기에도 코피티션의 정신이
들어있다고 봅니다.

한국기업들도 게임이론과 코피티션에 원래 익숙해져 있는 것 같습니다.

서로 완전히 다른 제품을 만들면서도 "계열기업"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서로 돈독한 협력관계를 유지하는게 한국기업들의 장점입니다.

대기업의 빠른 성장에는 분명히 코피티션의 요소가 크게 작용했을
겁니다.

그러나 이는 장점이자 동시에 단점이기도 합니다.

게임의 범위를 확대해 세계시장 전체를 놓고 볼때는 한국 기업들간에도
코피티션이 이뤄져야 합니다.

그러나 내부의 코피티션 의지를 외부로 돌리지 못하는게 한국
대기업들의 구조적 한계입니다.

정보고속도로가 논의되는 이 시대에는 더욱 코피티션이 절실합니다.

왜냐하면 비즈니스 게임의 범위가 넓어져 아무리 덩치 큰 기업이라도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기 때문입니다.

-요즘 반도체산업에 깊은 관심을 보이고 계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세계최대 D램 생산국인 한국이 요즘 반도체경기 침체로 몸살을 앓고
있는데 게임이론에 입각해 조언을 해주신다면..

<>먼저 주어진 게임안에서 해법을 찾기 보다는 게임의 틀 자체를
바꾸겠다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한국 기업들이 주력하고 있는 D램시장은 앞으로도 판매가격 인하경쟁이
지속될 것입니다.

한국기업들은 원가절감으로 이같은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겠지만
뚜렷한 한계가 있습니다.

후발 D램생산국들이 저렴한 인건비로 추격해 오면 80년대에 일본이
한국에 꺾인 경우와 마찬가지로 한국도 추격을 당할 것입니다.

따라서 삼성전자 LG반도체 현대전자 3사가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기위해
코피티션에 나서야 합니다.

각사가 따로따로 갖추고 있는 수직적 분업체계를 해체해 수평적
분업체계로 전환해야 합니다.

어느 한 회사는 제품개발에 주력하고, 또 한 회사는 디자인이나 가공,
나머지 한 회사는 완제품 조립에 치중하는 방식의 분업입니다.

또 지적재산권분야에 공동투자해 반도체산업의 새로운 표준을 잡아야만
게임을 한국기업들에 유리하게 전개할 수 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