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단체들이 지역개발계획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지역주민들의
입김으로 계획이 변경되거나 이미 수립된 계획이 주민 반대로 무산되는
등 지역개발계획이 민원에 의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이는 민선자치단체장들이 재선을 의식,민원해결을 중시하고 있는데다
주민들이 지역 전체의 손익보다 개인의 손익에 집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지역개발계획이 당초 취지대로 결정되지 못함은 물론
행정력이 낭비되고 지방정부에 대한 신뢰가 상처를 입어 문제가 되고 있다.

1일 지방자치단체들에 따르면 서울시의 경우 자치구도시기본계획
법제화를 추진하는 과정에 구청장들이 민원을 의식, 시가 제시한 기준을
어기면서 용도지역변경 등의 도시계획을 입안하고 있어 문제가 되고 있다.

양천구와 송파구가 최근 시에 상정한 신정생활권중심 목동오거리
생활권중심 석촌역생활권중심의 일반주거지역을 준주거지역으로
용도변경함과 동시에 도시설계지구로 결정하기 위한 도시계획안도 이같은
범주에 속한다.

해당지역 구청장들은 시가 도시계획 변경기준에 맞지 않거나 양호한
주택지까지 포함하고 있다며 재검토하라고 반려했는데도 용도지역
상향조정을 요구하는 민원을 의식, 재검토하지 않은채 최근 도시계획안을
재상정했다.

은평구가 수색역 북측 도로변을 상세계획구역으로 결정하기 위해 세운
도시계획안도 민원을 지나치게 의식한 졸속행정의 결과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은평구는 지난 6월 서울시에 6만1천여평방m를 상세계획구역으로 지정하는
도시계획안을 상정했다가 도시계획위원회에서 변전소 남측을 포함
8만5천평방m로 대상지역을 확대하기로 하자 최근 주민들이 희망하는
변전소 동측까지포함, 12만6천평방m로 넓히기 위해 도시계획안을 수정,
다시 공람공고를 냈다.

서울시는 민선자치시대 들어 이같은 문제가 끊이지 않자 지난 7월말
각구청에 공문을 보내 도시계획 입안시 시의 기준에 맞추도록 지시하기도
했다.

부산시에서는 다대포항개발계획이 지역주민들의 반대로 무산됨에 따라
세계은행 차관을 타용도로 전용, 지방정부는 물론 국가의 신뢰가 손상을
입었다.

인천시는 구월지구 만수지구 갈산지구 등에서 불법건축 용도변경 등이
성행하자 7개 택지개발지구를 상세계획구역으로 지정, 건축물의 층고
색채 미관 등을 구체적으로 지정키로 했다가 주민들이 강력히 반대하자
최근 이미 행해진 불법건축과 용도변경 등을 인정하는 선으로 후퇴하고
말았다.

경북 칠곡군은 한국석유개발공사가 지천면 삼천리 일대 8만9천평에
동북아시아 최대의 유류비축기지를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제안하자
도시계획시설 결정을 추진했으나 주민들이 강력히 반대하자 작년말
계획을 반려했다.

이밖에 광주시는 도심 달동네인 학3동을 시범적으로 재개발하기 위해
94년부터 재개발지구로 지정하려 했으나 일부 주민들의 반대로 2년째
결정을 못하고 있다.

이같은 문제에 대해 한 전문가는 "지역개발계획은 일부 주민의 이익이
아니라 공공이익에 부합되도록 수립돼야 한다"면서 "도시계획위원회
등에서 지역개발계획안을 철저히 심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9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