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오전 헌정사초유의 12.12 및 5.18사건과 함께 두 전직대통령에
대한 역사적인 선고공판이 열린 서울형사지법 4백17호 대법정.

낮 12시10분께 김영일재판장이 카랑카랑한 목소리로 "전두환피고
사형... 노태우피고 징역 22년6개월... 정호용피고 징역10년..."으로
판결주문을 읽어내려가는 동안 16명의 피고인들은 그 자리에 얼어붙은
듯 미동도 없었다.

특히 두 전직대통령은 꼿꼿한 자세와 굳은 표정으로 재판부를 정면으로
응시, 재판결과에 대한 체념과 불만을 동시에 나타내기도 했다.

피고인들에 대한 형량이 선고될때마다 방청석은 피고인석과 달리
눈에 띠게 술렁거렸으며 일부에서는 가벼운 탄성과 한숨도 교차했다.

그러나 이날 선고를 지켜본 5.18관련단체회원 등 일부 방청객들은
피고인들의 형량이 지나치게 낮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다.

<>.전두환.노태우피고인 등 12.12, 5.18사건 피고인들은 이날 재판부의
호명에 따라 입술을 굳게 다문채 법정에 입정.

다른 피고인들도 입정때부터 입을 굳게 다문채 어두운 표정.

그러나 한결같이 어깨를 늘어뜨리고 힘없는 걸음걸이로 들어서는
모습을 보여 태연한 얼굴표정과 대조.

판결이유 설명문 낭독이 시작되자 전씨와 노씨는 평소 공판때와
마찬가지로 의자에 등을 기댄채 조용히 재판부를 응시.

허화평.허삼수씨 등 일부 피고인들은 설명문이 낭독되는 동안 눈을
감았고 일부 피고인들은 허공을 응시한채 낭독 내용을 청취.

무죄 선고 가능성으로 관심이 모아졌던 박준병피고인은 앞줄에 앉아
있던 유학성피고인의 어깨 너머로 재판부를 계속 주시하는 모습.

<>.이날 16명의 피고인 가운데 무죄가 선고된 박준병피고인은 시종
긴장된 표정 가운데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

판결주문에 앞선 설명문 낭독중에 재판부가 자신의 반란중요임무
종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인정하자 크게 안도하는 기색이 역력.

황영시피고인과 정호용피고인도 자신들의 혐의중 내란목적 살인
부문이 무죄로 인정되자 얼굴빛이 다소 상기.

<>.설명문이 낭독된지 1시간50여분만인 낮 12시10분께 김영일
재판장은 "이상의 이유로 주문과 같이 판결한다"며 주문 낭독을 시작.

잠시 법정에는 적막이 감돌았고 전씨를 비롯한 일부 피고인들은
자세를 바로잡는 등 일순간 긴장감이 팽팽하게 감돌았다.

전씨에게 "사형"이 선고되자 전씨는 잠시 움찔하면서도 예상됐던
일이라는듯 정면만을 응시하며 애써 태연한 모습을 연출.

노씨는 구형량보다 크게 줄어든 "징역 22년6월"이 선고됐으나 전혀
움직이지 않은채 재판부를 바라보았고 나머지 피고인들은 선고가
내려지는 동안 눈을 감거나 무표정하게 허공을 응시.

<>.12.12 및 5.18사건의 고소.고발인들은 이날 박준병 피고인에게
무죄가 선고된데다 다른 피고인들도 검찰구형량에 비해 대체로 낮은
형량이 선고되자 크게 실망하는 분위기.

특히 정호용 황영시피고인의 내란목적살인부분과 박준병 피고인의
반란중요 임무종사부분에 대해 무죄가 선고되자 노골적으로 불만을
표시.

이날 재판을 지켜본 조비오신부는 "이나라의 법정의는 사라졌다"면서
"이번 재판은 법의 권위를 스스로 실추시킨 것"이라고 장탄식.

5.18학살자 재판회부를 위한 광주전남 공동대책위원회의 강신석
목사도 "피고인들의 처벌을 요구하는 1백만명의 서명이 무색해져버린
재판결과에 경악을 금할 수 없다"고 재판부를 맹비난.

< 조일훈.한은구.이심기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