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시 용인중학교에서 수학을 가르치는 손정씨(31)는 경력
9년5개월의 중견교사.

두 자녀를 둔 주부교사인 그는 이화여대 수학교육과를 졸업한후 곧바로
교직에 나섰다.

학창시절부터 교직에 남다른 관심이 있었던데다 온가족이 교육계에
몸담고 있어 가르치는 일이 친숙했던 까닭이다.

"담임을 맡아 교재연구보다 서류처리등 잡무에 더 많은 시간을 빼앗기는
점과 문제학생 지도가 어렵다는 점이 부담스러울 때가 있어요.

하지만 교직을 천직으로 선택해서인지 별로 힘들다는 느낌은 없어요"

손씨는 퇴근후 시간엔 자신을 포함한 대부분의 기혼교사들이 집안일과
아이들에게 매달리지만 미혼교사들은 영어회화 악기배우기 체력단련
대학원준비 등에 효과적으로 사용한다며 "주부교사들도 시간을 적극
활용할 때"라고 강조했다.

서울 강서구 화곡동 한원유치원에 근무하는 이현경씨(24).

지난해 성신여대 유아교육과를 졸업한 그는 유치원 교사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아침 5시30분에 일어나 8시까지 출근하면 하루가 눈코 뜰새 없이
지나간다.

아이들 지도하랴 다음날 수업준비하랴 이리저리 부대끼고 나면 오후
9~10시에 퇴근하는 일도 종종 생긴다.

"유치원 교사의 경우 전문직인데 반해 교육여건이나 사회적인 대우는
훨씬 뒤처져 있습니다.

또 초등학교 준비과정으로만 생각하는 어머니들의 잘못된 사고방식과
정책적인 지원부족 등이 파행적인 유치원교육을 부추기고 있고요"

이씨가 유치원 교사를 택한 것은 같은 길을 걷는 어머니의 영향과
특수교육에 대한 관심때문.

남는 시간을 활용해 1주일에 2번씩 장애아동을 위한 봉사활동에
참여중이고 장애인단체 설립도 준비하고 있다.

아이들의 맑은 눈망울에서 힘을 얻는다는 그는 "유치원의 공교육화,
장애아동과 일반아동의 통합교육 등 교육환경이 일반화되고 복지 및
처우개선이 이뤄지면 보다 유망한 직종으로 부상할 것"으로 내다봤다.

전통적인 여성직종으로 꾸준한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교사.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95년 4월1일 현재 유치원~고등학교 여교사는
17만6,649명으로 전년도에 비해 2.6% 증가했으며 전체 교사 (36만6,404명)의
48.2%를 차지했다.

각급별 증가율을 보면 여교사 편중논란을 일으킨 초등학교가 1.4%,
유치원 5.9%, 중학교 1.7%, 고등학교 4.8%, 특수학교 5.0% 등이었다.

이처럼 여성들이 교직을 선호하는 것은 다른 직종에 비해 신분 보수
근무시간 등이 안정돼 있기 때문.

실제로 일반회사에서는 결혼 출산 등으로 퇴직하거나 승진때 불이익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교직은 남녀차별이나 상하차별이 거의 없고 정년 (65세)까지
신분을 보장받는다.

아울러 퇴근후의 시간과 방학기간을 이용, 취미활동을 즐기거나
전공공부를 계속할수 있는 것도 장점.

2학기에 시범 실시되는 자율출퇴근제가 도입되면 보다 자유롭고
계획적인 시간활용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여교사의 장밋빛 미래를 위해 해결해야 할 문제도 적지 않다.

우선 교육여건과 교사처우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경력에 비해 보수상승률이 너무 낮아 중견교사들이 좌절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고 40~60명에 이르는 과밀학급을 여교사 혼자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

여교사들은 또 새로운 문화나 사회현상을 따라가기 위한 연수기회와
재교육프로그램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백명희 여교원정책위원회위원장 (이화여대 교육학과)은 "올바른
교육행정을 위해 여교사의 지위를 향상시키고 근무여건을 개선하는 일이
시급하다"며 "교감 교장 등 일선학교 관리직과 장학관 연구관 등
교육전문직에 일정비율의 여교사를 임용하는 할당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전한다.

일선 여교사들은 "남성들의 교직선호도가 급격히 떨어짐에 따라 여성의
교직참여는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며 "다양한 학생들을 지도할수 있도록
끊임없는 자기계발을 통해 인격과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 정한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