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많은 종합생활기록부가 또 하나의 해프닝을 낳았다.

절대평가제를 도입한 교과목 성적 산출방식이 "무더기 1백점
사태"를 빚더니 이번에는 "무더기 헌혈사태"가 봉사활동 도입
취지를 무색케했다.

대한적십자사가 최근 집계한 올 상반기 헌혈실태에 따르면 학생이
전체 헌혈자의 38.2%를 차지, 군인을 제치고 14년만에 헌혈 1위에
올라섰다고 한다.

학생이 이같이 "선두"를 차지하게된 데에는 전적으로 고교생들의
힘이 컸다.

전체 헌혈자중 고교생이 차지하는 비율은 25.5%로 헌혈자 4명 가운데
1명 꼴이다.

고교생들이 왜 갑자기 "이웃사랑"에 관심을 갖게 됐을까.

우리나라 고교생들의 행동 및 의사방식를 결정짓는 최고 변수는
뭐니뭐니해도 "대학진학"이다.

따라서 이 해답도 당연히 여기에서 찾아질 수 밖에 없다.

종합생활기록부의 도입후 첫 입시인 97학년도 대입에서는 상당수의
대학들이 종합생활기록부를 반영할 때 봉사활동 반영비율을 2~10%로
설정해 놓고 있다.

단 1점이 중요한 만큼 소홀히 할 수 없는 부분이다.

교육부가 일선 학교에 하달한 "학생 봉사활동 운영지침"에서는
고아원 및 양로원에서 노인들이나 원생을 돌보거나 농어촌의 일손을
도와주는 것 등이 대표적인 봉사활동으로 규정돼 있다.

이와함께 헌혈은 물론, 골수 및 장기기증, 아프리카 난민구호활동
등과 같은 다분히 비현실적인 사례들도 봉사활동의 일례로 올라 있다.

농촌에 가 봉사활동을 하자니 시간이 없고 장기기증은 어린학생
입장에서는 선뜻 내키지 않는 일이다.

이에비해 헌혈은 어느모로 보나 편리한 대안일 수 밖에 없다.

더욱이 "1회 헌혈을 봉사활동 4시간으로 쳐준다"는 근거없는
소문까지 나돌고 있어 귀를 솔깃하게 만들고 있다.

고교생들의 헌혈급증이 비교육적이라는 비난이 일자 교육부는
부랴부랴 "헌혈을 봉사활동 인정항목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검토
하겠다"며 갈팡질팡이다.

"무더기 1백점", "무더기 헌혈", 아직도 종합생활기록부가 제자리를
찾는데는 많은 산을 넘어야만 할 것 같다.

윤성민 < 사회1부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