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인의 패션의식이 높아진 만큼 디자이너의 일은 더욱 힘들죠. 세계적인
브랜드와 외국의 유명패션잡지가 거의 모두 들어와 유행에 민감한 소비자는
디자이너의 감각을 앞지를 정도니까요"

(주)나산 "메이폴" 권해기 디자인실장(36)은 최근 몇년동안 엄청나게
높아진 소비자의 패션감각과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새로운 것을 보고
시장조사하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보낸다.

그가 일을 시작한 것은 81년.

대학(국민대 의상학과)졸업후 코오롱과 대우를 거쳐 91년 나산에 입사했다.

"처음 1~2년동안은 피팅모델부터 했죠. 동대문시장에 샘플용 옷감과 단추를
사러 가고 청소하는 것도 모두 신입디자이너의 몫이고요"

책임있는 위치에 서고부터는 새로운 것을 볼때 늘 "실소비자의 반응"을
생각한다.

"매출은 대기업소속 디자이너들의 공통 관심사일 거예요. 자기가 디자인한
제품의 판매가 두시즌이상 부진하면 "일을 그만둬야 하지 않나"하고 고민
하는 이들이 많아요"

디자이너는 동시에 여러 계절을 산다.

그는 지금 여름제품의 재주문(reorder)을 받는 동시에 추동제품 샘플을
내고 내년 춘하시즌 소재도 고른다.

그의 팀에서 한시즌에 내는 샘플은 400여종.

공식일과는 오전8시부터 오후6시까지지만 바쁠때는 오후10~11시까지 일하는
것도 예사다.

출근후 샘플 색상 가격등 갖가지 사항을 확인하고 각 디자이너별로 담당
업무를 체크하는 회의를 하면 오전이 지나간다.

또 시장조사 거래처상담을 거쳐 프로모션회사와 연락하면 오후 몇시간도
훌쩍.

"제가 입사할 때만 해도 결혼하면 그만두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엔
그렇지 않아요. 우리팀만 해도 8명중 6명이 기혼여성이에요"

그 역시 MD로 일하는 남편과의 사이에 아들 하나(초등학교 6학년)를 둔
엄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8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