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김문권기자]

한국토지공사가 조성한 부산 녹산국가공단을 분양받은 일부업체들을
중심으로 공단분양에 하자가 있다며 게약금 환불을 요구하는 등 큰 파문이
일고있다.

특히 토지공사가 녹산공단을 부산시를 통해 분양하면서 지하 70m까지
연약지반인 점을 감추고 슬쩍 분양한 것으로 드러나 업체들이
사기분양이라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더구나 이같은 사실을 모르고 있는 6백40여 업체들이 무더기 게약해지와
게약금 환불을 요구할 것으로 보여 지역경제에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된다.

녹산공단은 토지공사가 낙동강 퇴적층인 해안을 매립해 2백10만평의
공단을 조성한 곳으로 지난5월말 매립공사가 끝났으며 현재 6백44개사가
분양을 받았다.

그러나 녹산공단이 지하 70m까지 점토층의 연약지반으로 형성돼 일부지역은
공장을 짓기 위한 기초공사인 파일공사비가 땅값보다 더 들어가는 것으로
밝혀져 업체들의 계약포기 사태가 속출하고 있다.

2천평을 분양받은 제일전기는 녹산공단 대신 경남 진례에 공장을
건설중이며 1억2천만원의 계약금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수만평을 분양받은 D제강은 파일공사비만 땅값의 두배가 들어가는
연약지반으로 밝혀지자 공사를 포기하고 계약금 반환을 요구하고 있다.

녹산공단에서 공장을 건설중인 업체는 삼성자동차 부품회사인 동성기공과
삼성전기 등 2개사.

이들업체들도 연약지반으로 인한 피해는 막심하다.

1만2천7백평을 76억원에 분양받은 동성기공은 지난2월 착공했으나
연약지반 강화를 위해 파일을 박는데만 36억원을 투입했다.

동성기공은 공장용지를 분양받은 후 해당지역에 대한 지질조사를 한 결과,
해수면에서 지하 66m까지가 점토질의 연약지반으로 형성돼 파일을
지하50-68m까지 박았다고 밝혔다.

동성기공은 건물의 안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연암층이 나오는
깊이까지 파일을 박고 그위에 건물을 세워야 하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막대한 자금을 들여 파일공사를 했다고 말했다.

8만평을 분양받은 삼성전기의 경우 땅값 4백80억원에 파일 공사비가
무려 2백50억원이 들었다.

파일구멍만 6천5백여개 뚫었으며 평균 45m깊이로 박았다.

공장건설 관계자는 "녹산공단의 경우 연약지반 심도가 깊어 강관
파일작업을 하지 않고 건물을 세울 경우 지역별 불규칙한 침하량과
연약지반으로 인해 몇년후면 건물에 고정된 기계의 파손이나 심지어
건물붕괴의 우려까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관계자는 "파일로 기초공사를 하더라도 연약지반이 점토층이어서
건물의 안정성이 보장될지가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토지공사는 이와관련 "드레인페이퍼 공법 등으로 연약지반 처리공사를
했으며 현재 급격한 침하는 대부분 끝난 상태로 올해말부터는 토지사용이
가능하다"고 전제, "정밀기계나 무거운 기계가 놓이는 부분을 제외한
건물부분은 콘크리트로 전면 기초하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