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수사단계에서 적극적으로 수사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은채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가 공소시효가 지나버린 경우 이는 자체
징계사유가 될뿐 손해배상 책임까지 물을 수는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17부 (재판장 조중한 부장판사)는 12일 반제동맹당
사건과 관련, 대공수사기관에 연행돼 조사를 받은 박충열씨등 3명이
"이근안 경감 등 수사관들에게 고문을 당해 이들을 고소했으나 검찰이
수사를 지연, 공소시효가 지났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이같이 밝히고 원고패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박씨 등이 고문수사관들을 검찰에 고소했으나
검찰이 이경감의 소재가 파악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사를 적극적으로
하지 않은 채 기소중지등의 아무런 조치를 내리지 않아 결과적으로
공소시효를 넘긴 사실이 인정된다"며 "그러나 이는 자체 징계사유는
될지언정 불법행위로 보고 손해배상 책임까지 물을 수는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또 현재 원고와 피고측은 고문사실을 놓고 서로
상반된 주장만을 하고 있을 뿐 고문을 당했다는 구체적인 입증자료가
없는 이상 배상책임을 따질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박씨등은 지난 86년 10월 반제동맹당 사건에 연루,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구속된뒤 "경기도경 대공분실에서 이경감등 대공수사관들로부터
물고문등을 당했다"며지난 89년 1월 수사관 12명을 검찰에 고소했으나
수사가 지연, 공소시효 (7년)를 넘기게 되자 소송을 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