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나 친절하시고 장애인의 불편한 곳은 세심하게 보살펴 주시는
항공사 직원들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형주씨와 같은 분을 만나지 못했으면 어떻게 했을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앞이 캄캄해지네요"

김포공항 국내선에 근무하는 한 항공사 직원이 악천후로 인한 항공편
결항으로 갈곳이 없게된 장애자 승객과 그의 노모를 자신의 거처로
모시고가 하룻밤을 극진한 정성으로 돌본뒤 이튿날 "무사귀향"시킨
선행이 뒤늦게 알려져 화제.

아시아나항공의 김포국내운송지점 출발팀소속 최형주씨(27)가 화제의
주인공.

그의 선행은 장애자 승객이었던 서석만씨 (34.강릉시 노암동)가
아시아나로 감사의 편지를 보내옴으로써 공개됐다.

올해초 입사한 신출내기 최씨는 무더위와 장마가 한창 교차하던 지난
6월12일 뜻밖의 사태와 맞닥뜨렸다.

이날 오후 6시10분께 김포를 무사 이륙했던 강릉행 743편이 강릉공항에
짙게 낀 안개로 인해 두차례 착륙시도 끝에 결국 오후 7시45분 김포로
회항한것.

최씨는 기내로 들어가 사과방송과 함께 이튿날 오전 첫 비행기편으로
다시 모시겠다고 약속한뒤 연신 "죄송하다"며 승객들을 모두 하기시켰으나
유독 승객 두사람이 불안한 모습으로 자리를 떠나지 않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한사람은 수족마비에 시각장애까지 겹쳐 휠체어를 타고 있었고 보호자로
보이는 또한 사람도 거동이 불편한 노인이었다.

"지금 우리는 갈데라고는 없다.

공항안 아무 곳이라도 좋으니 재워달라.

우리같은 장애인을 받아주는 여관도 없거니와 가진 돈도 없으니 어떻게
하느냐"

최씨는 순간 고향에 계신 편찮으신 어머니를 떠올리며 목동에 있는
자신의 자취방으로 이들을 모셨다.

마땅히 대접할 먹거리를 채 준비하지 못한 그로서는 밥에다 라면과
김치를 반찬삼아 저녁을 대접한게 최선의 조치였다.

그러나 엎친데 덮친격으로 이날 오전에도 강릉지방의 짙은 안개로
비행기는 또 결항됐다.

최씨는 궁여지책으로 항공권을 환불한 다음 택시를 수소문해 기사에게
사정을 얘기한뒤 9만원에 이들을 강릉집으로 무사히 모시는 선행을
베풀었다.

이같은 선행으로 최씨는 아시아나 박삼구사장으로부터 "색동서비스상"을
받기도 했다.

< 김삼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