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21세기를 앞두고 인간이 쾌락한 주거환경속에서 살아갈수있는
새로운 도시개발의 틀을 정립하는 것이 현안으로 부각되고있다.

그러나 최근 청와대의 전격적인 "21세기 도시구상" 백지화에서 보듯
"쾌적한 주거환경 창출"이라는 이상은 아직 현실과 거리가 먼것도
사실이다.

신도시 공업단지 택지개발등 사회간접자본 건설을 주도하고 있는
토지공사의 새로운 위상정립과 앞으로의 새로운 역할은 그래서 관심의
대상이다.

올초 "토지개발공사"라는 이름을 "토지공사"로 바꾼데 이어 최근
환경친화적인 도시개발을 겨냥한 제2창업을 선언한 토지공사 이효계사장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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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난사람 = 추창근 <사회2부장> ]

-제2창업의 의미는 무엇인지요.

"변하지 않고는 시대에 맞는 존립의미를 찾을수 없습니다.

토지공사는 지난 21년 동안 공단및 주거단지개발을 주도한 공기업으로
국가경제에 기여했지만 노력한만큼 점수는 후하게 받지 못한 것 같습니다.

국민정서상 민감한 "땅"을 다룸으로써 땅장사만 해온 기업으로
비춰졌지요.

제2창업은 국민들의 삶의 질향상에 공헌하는 국민기업으로 거듭나자는
다짐입니다"

-토지공사의 앞으로의 역할과 기능을 어떻게 정립하고 계신지요.

"국가의 중요한 자산인 토지를 다루는 국민기업으로 고품질 저가격의
다양한 상품을 개발.공급할뿐 아니라 필요한 용도의 토지를 적기에 공급해
국토의 효율적 이용에 힘을 쏟을 방침입니다.

무엇보다도 항구적인 부동산시장의 안정을 위해 효율적인 토지이용문화가
정착되도록 "삶터"로서의 토지의 인식제고에 노력할 예정입니다.

이와함께 기업들의 국내외 생산활동지원을 위한 산업기반구축에
주력하고 지역균형개발 지역경제활성화를 위한 체계적인 토지관리시스템을
제시할 생각입니다"

-공기업이 이윤추구에 앞서 공익에 우선적인 가치를 두어야한다는걸
감안하면 경영혁신에 어려움이 많으시겠습니다.

"그동안 개발이라는 하드웨어에만 치중하다보니 운영이라는 소프트웨어가
취약했습니다.

물량위주의 공단및 주거단지개발에 치우쳐 그동안 조성해놓고 팔리지
않는 땅이 1천만평 8조원어치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래서 취임 이후부터는 토지의 효율적 이용과 서비스차원에서 달라져야
한다고 판단, "봉사하는 공기업"의 이미지구축에 힘쓰고 있습니다.

토지의 토털서비스를 위해 지난 5월에는 부동산신탁회사인 한국토지신탁을
자회사로 출범시켜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하고 있지요"

-앞으로 토지개발의 기본방향에도 상당한 변화가 기대됩니다.

"환경친화적인 개발에 최우선적인 가치를 둘 생각입니다.

그동안 산을 깎고 불도저로 밀어부쳐 쓸땅을 만들어냈으나 이는 개발을
통한 사회적 이익보다 마구잡이식 개발로 인한 환경파괴로 사회경제적
희생이 더 큰 결과를 가져왔습니다.

이제는 달라질 겁니다.

현재 개발중인 순천연향2지구와 용인수지2지구는 산을 깎거나 하지않고
자연지형을 그대로 살려 주거지와 녹지들을 배치하고있으며 쓰레기관로
시스템으로 오물을 처리하는 방식으로 설계돼있습니다.

앞으로의 도시개발은 21세기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역점을 둔
"클린시티(Clean City)"로 만들겁니다"

-우리나의 높은 인구밀도, 모든 것이 서울에만 몰려있는 수도권집중등의
현실여건을 감안하면 쾌적하고 안락한 도시개발에 주안점을 두는 것이
어디까지 가능한지에 회의가 드는데요.

"이상이 있어야 실천이 따르는 법입니다.

여려움이 많겠지요.

그러나 이제는 개발연대의 불도저로 밀어부치는 식으로 하는 도시개발이
인간에 필요한 최소한의 주거환경 자체를 위협하는 한계상황에 온 것도
사실입니다.

지금 정책수단이 바뀌지않으면 21세기 삶의 질이 위협받을수 밖에
없어요"

-기업들은 공장부지값이 너무 비싸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주된 요인이
된다고 지적합니다.

해결책은 없습니까.

"공단분양가에 가장 큰영향을 미치는 조성원가를 낮추는데 최대의
노력을 기울이고는 있습니다.

지금 조성원가가 비싼 이유는 지주에 대한 보상비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지요.

보상비가 조성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70%선입니다.

이것을 당장 줄이기는 어렵고 다만 도로 하수종말처리장등 기반시설에
대해 국고지원을 해주면 땅값을 상당폭 낮출수 있습니다.

이웃 일본만 하더라도 기반시설에 소요되는 비용을 지자체나 국고에서
전액 지원함으로써 공단분양가를 우리보다 훨씬 낮추고 있지요.

앞으로 불필요한 개발비용의 절감, 원천적인 경쟁력을 가질수있는
우량지확보, 대형개발등 각종 대안마련을 통해 "토지의 가격파괴"에도
나설 생각입니다"

-신도시의 자족기능이 제대로 갖춰지지않아 불편이 많습니다.

3-4년에 급조된 신도시에 만족할만한 자족기능을 기대하는게 무리라는
생각은 들지만 그렇다고 방치할수도 없는 문제라고 보여지는데요.

"경제력이 성숙하면 신도시의 필요성은 증대합니다.

지금의 상황이 신도시개발의 좋은 교훈거리가 될 겁니다.

그러나 과거만 탓할순 없는 거지요.

일산의경우 우리공사가 지자체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적절한 용도의
자족기능시설을 유치할 방침입니다.

이를 바탕으로 자회사인 한국토지신탁이 올해말까지 3-4개 지역을 선정,
자족시설의 착공에 들어갈 예정입니다.

특히 직주근접형시설을 갖추는등 차츰 차츰 보완을 해 나갈 계획입니다"

-아무튼 외국같으면 수십년이 걸리는 신도시를 몇년안에 만들어내는
과정이 간단치는 않았을 것으로 짐작됩니다만.

"한마디로 기적입니다.

여담이지만 500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토지공사에 입사한
우리직원들이사명감이 없었더라면 일을 못했을 것입니다.

택지개발지구 조사단계에서부터 토지보상 공사감독등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과정에서 오물을 뒤집어 쓰고 주민들에게 멱살을 잡히는
일은 보통입니다.

집단민원을 셀수도 없을 정도지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의 대규모 공사를 시행하면서도 다른
사업보다 완벽한 시공을 했다고 자부하고 있는데 땅장사만 한것으로
치부될때는 정말 안타깝습니다.

-택지수요는 자꾸 늘어나는데 물부족문제가 택지개발을 가로막는
심각한 걸림돌로 대두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지하수개발에도 한계가 있어정부가 수도권 광역상수도를 계획하는등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는 사업추진전에 예견할수 있는 문제들입니다.

사업을 하다보면 예기치못한 사건들이 많아요.

완벽한 서비스를 위해 사전에 발생할수 있는 문제들을 검토하고 있지만
사업을 지연시키는 돌출변수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지요.

따라서 종합적인 개발마스터플랜을 세워 일관되게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토지문학공원과 토지문화원 토지박물관을 건립한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원주단관 택지개발사업지구내에 박경리여사의 가옥이 편입됐다는 소식을
듣고 단순한 가옥의 보전차원이 아니라 우리사회의 소중한 문화유산으로
발전시켜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박여사의 가옥과 주변일대를 포함하여 약 2,000평 규모를
토지문학공원으로 조성하고 또 이곳에서 10여 떨어진 매지리에 지하2층
지상3층 연면적 1,000평 규모의 토지문화원을 건립할 계획을 세웠지요.

평소에 외국기업들이 활발하게 전개하고 있는 문화예술지원활동인
"메세나(문화예술보호에 앞장섰던 로마대신 "메세나스"란인명에서
유래)운동"이 우리나라에서 일어나 문화예술발전을 위한 전폭적인
지원이 이뤄졌으면 하는 생각을 갖고 있는터라 실행에 옮기게 됐지요.

지난 5월 토지문화원의 관리와 운영을 맡게될 토지문화재단 발기인모임을
갖고 이사진으로 참여하기도 했죠.

토지박물관은 우리공사가 지난 20년동안 개발사업시행과정에서 발굴한
문화재와 유물 그리고 토지관련 각종자료의 전시등을 통해 우리역사에
대한 산 교육장으로 활용하기 위해 분당사옥내에 짓고 있습니다.

이제는 ''토지문화''를 고양하는데도 토지공사가 앞장설 것입니다"

<정리 = 김태철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7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