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바가지상혼에 파김치가 되는 시대는 이제 마감할 때가 됐습니다".

평생에 한번있는 결혼식.

식자체도 짜증나지만 지나놓고보면 터무니없게 높은 비용때문에 달콤했던
기억도 묻혀버리기 일쑤이다.

에스떼웨딩의 정동수사장(33)은 거품에 부풀려있는 혼수시장에서
정찰제바람을 일으키고있다.

그래서 붙여진 이름이 "거품을 빼는 사나이".

그의 거품빼기 전략은 간단하다.

1백여개 디자인의 웨딩드레스를 구비해놓고최저 50만원에서 최고
1백만원까지 "정찰가"를 받는 것이다.

손님은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카다로그에서 보고 적정 가격인가를
확인하면 그만이다.

디스카운트도 없다.

정찰제실시로 소비자들은 시판가격의 평균 70% 수준으로 원하는
웨딩드레스를 구입할수있다.

부르는게 값이고 말 잘하면 깍아주는방식은 이미 정사장의 "사전"에서
사라졌다.

정사장은 정찰제와 별도로 공격적 마케팅전략으로 거품사냥에 나서고있다.

앉아서 손님을 기다리는 방식을 탈피, 발로 뛰는 전략으로 전환한 것.

특정 기업을 상대로 일괄 계약을 체결, 사원들의 결혼식 서비스를
책임지는 방식이다.

이미 D사, S사등 대기업과 계약을 체결하는등 대량공급을 통한
거품빼기전략을 실천에 옮기고있다.

여기에 토털웨딩전략이 추가된다.

소비자가 처음 에스떼웨딩에 찾아 가면 웨딩드레스와 사진촬영은
물론 가구, 가전제품, 음식서비스에 대한 모든 정보를 제공받는다.

"원스톱서비스"를 받게되는 것.소비자들은 이곳에서 결혼식의
"원가계산서"를 얻을수있다.

에스떼웨딩에는 이래서 이른바 "웨딩플래너"가 있다.

또 결혼식 행사도 영화를 만들듯이 행사감독이 동원돼 최고의 잔치를
연출해준다.

이는 상품판매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비자에게 실질적인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해 준다는 취지에서 나온 발상이다.

정사장은 "웨딩드레스도 엄연한 옷의 한종류"라며 ""브랜드"장사를
계획하고있다"고 귀띔한다.

정사장의 이런 생각은 업계의 현실에서 기인한다.

가구, 가전제품등을 통틀어서 국내 혼수시장은 연간 2조원으로 예상된다.

1년에 40만쌍이상이 결혼식이라는 통과의례를 통해 토해내는 비용이다.

그러나 이중웨딩드레스나 사진촬영등은 거품에 덮여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처음 이사업을 시작했을때 이런 엉터리 사업도 있나하는 의문이
들었다"는 게 정사장의 솔직한 고백이다.

그래서 낭비와 허영심,과시욕이 어우러진 결혼풍속도 자체를 바꿔
보겠다는 결심이 섰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싼게 비지떡"이라는 생각으로 정찰제에 눈을 흘리는
소비자도 적지않아 정사장을 안타깝게하고있다.

정사장은 다양한 경력의 소유자다.

소년시절 마도로스의 꿈에 젖어 경기 수산고등학교에 입학했다가 2년만에
중퇴했다.

검정고시를 거쳐 서울대 영문과를졸업한 정사장은 대학졸업후 "백수"
생활도 했고 충무로에서 영화기획일을 한적이 있다.

"혼수시장처럼 박력있는 시장은 드물 것입니다.

이곳에 정찰제를 통해 거품을 제거하는 노력을 기울이는게 경영철학이라면
철학입니다".

정사장의 정찰제신념은 이래서 더욱 신선하게 들린다.

<남궁덕기자>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3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