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9일 서울시지하철 등 공공부문 4개사업장에 대한 직권중재를
관할 노동위원회에 신청한 것은 이번 사태를 초기에 진압, 시민생활과
국민경제를 보호하겠다는 의지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만일 공공생활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이들 사업장노조의 파업을 방치할
경우 엄청난 사회적 혼란을 초래함은 물론 국가경제에도 상당한 피해를
입을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의 노사관계개혁 분위기에 편승,노동계의 목소리가 고조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공사업장이 파업을 벌일 경우 다른 민간 사업장으로
까지 파급효과가 미쳐 산업현장이 자칫 노동대란에 휩싸일수도 있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실 산업현장은 공공부문노조의 파업움직임에다 만도기계 기아자동차
아시아자동차 등 자동차업종 노조들과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현총련산하
노조,한국중공업 대우조선등 주요 민간제조업종 노조들이 잇따라
파업대열에 가세, 엄청난 소용돌이에 휘말릴 우려마저 보이고 있다.

특히 민노총산하 자동차연맹 금속연맹 현총련등도 연대투쟁방침을
천명하는 등 노동현장은 걷잡을수 없이 혼란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정부로서는 공공사업장의 노사갈등을 직권중재라는 "강요된
합의"에 의해 해결함으로써 공공노조와 재야노동단체와의 연결고리를
사전에 차단, 노사분규의 확산을 막아야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해있는
것이다.

또 최근 노사관계의 제도와 관행, 의식을 바꾸기위해 정부가 추진중인
노사관계개혁작업도 산업현장의 분위기가 어느정도 안정돼야 계획대로
성공할수 있는 부담을 안고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공공부문노조나 민노총등 노동계가 현행 노동관계법을
무시하고 불법행위를 자행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데 대해 정부로서는
마지막해결카드인 직권중재를 신청할수 밖에 달리 방도가 없었다.

공공노조들이 임.단협에서 <>해고자 원직복직 <>직권중재 철폐
<>임금가이드라인폐지 <>교원 및 공무원의 단결권보장등 노사교섭대상이
될수 없는 무리한 요구사항들을 고집하며 "연대파업카드"로 정부와
사용자측을 위협하고 있는 것도 최근 노동계의 움직임을 읽을수 있는
대목이다.

진념 노동부장관이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힘의 논리로 사태를
해결하려는 것은 노사관계개혁이 진행중인 현재 상황에 맞지 않을 뿐
아니라 노조쪽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어떤경우라도 엄정한 법집행을
통해 국민생활을 철저히 보호할 것"이라고 밝힌 것은 정부의 법질서
고수 의지를 엿볼수 있는 대목이다.

이번 사태로 인해 정부가 추진중인 노사관계개혁구도의 기반을 완전히
와해시키는 악재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정부가 우려하는
부분이다.

민노총은 18일 기자회견을 통해 정부가 공공노조에 대한 직권중재를
발동할 경우 산하 1백10개노조가 연대파업을 벌임은 물론 노사관계개혁위
불참 등 중대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위협하기도 했다.

향후 노사관계개혁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노사정간의 합리적인 대화와
절충을 실현하기 위해서라도 물리력을 앞세워 요구사항을 관철시키려는
노동계의 이같은 분위기는 사라져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판단이다.

아무튼 이번 공공부문사업장 노사문제는 자율이든 타율이든 협상타결이
초읽기에 들어간 셈이다.

노사가 조만간 자율적으로 협상을 마무리하지 않을 경우 노동위원회의
중재재정으로 교섭은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 윤기설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