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철도 건설추진에 최대 걸림돌이 돼온 경주통과노선문제는 결국
우회통과쪽으로 정부입장이 정리됐다.

이로써 지역개발논리와 문화재보호론을 앞세워 지난해부터 근 1년이상
팽팽히 맞서온 건설교통부와 문화체육부의 대립은 일단락됐으며 경부고속
철도사업은 경주노선을 다시 선정해야하는 새 국면을 맞이하게 됐다.

5일 열린 관계부처 장관회의는 건교부와 문체부의 "체면"을 모두 세워
주려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기존 정부안인 건교부의 형산강노선 지화화방안을 철회하되 문체부의
의견인 건천-화천연결방안도 채택되지 않았다.

건교부안은 "역사.문존중전"원칙을 중시하는 김영삼 대통령의 통치철학에
배치되고 문체 주장은 "경주지역 수혜극대화"라는 정부의 약속과 거리가
있어 새로운 대안을 마련케됐다는 지적이다.

그러나 이날 회의에서는 두 부처중 어느 한쪽의 손도 일방적으로 들어주지
않은 상태에서 노선을 재선정한다는 방침만을 확인해 앞으로 당정회의와
노선 재선정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당정회의를 앞두고 신한국당쪽에서는 벌써부터 강한 불만이 제기되고
있다.

당은 기존 정부안인 형산강 노선지화화방안 지지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고
만에 하나 "손질"이 이뤄지더라도 건교부안을 보완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못을 박고있다.

따라서 이날 정부가 정한 경부도심우회방침은 당정회의라는 "변수"가
작용할 경우 또다시 조정될 가능성을 배제할수 없다.

그렇더라도 단군이래 최대 국책사업인 경부고속철도사업은 공기지연
공사비추가부담이 불가피하게돼 이에따른 국민부담만 가중되게 되는
부작용을 초래하게됐다.

관계기관에서는 공기가 당초 계획보다 최소한 3년이상 지연되고 자금도
4조원이상 더 들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업시행부처인 건교부는 이날 경주도심을 우회하는 쪽으로 노선을 새로
정할 경우 노선설계부터 교통.환경영향평가, 용지매입, 도시계획결정 등의
과정을 다시 밟아야하기 때문에 최소한 3년이상 공기가 지연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기존의 형산강노선 결정시에도 항공측량 지형조사 지질조사
수문조사 등과 공청회개최, 관계부처및 지방자치단체와의 협의를 거치는데
꼬박 2년이 걸렸다.

따라서 당초 오는 2002년 개통계획이었던 경부고속철도 전구간 개통시기는
2005년 6월이후에나 가능하게돼 2002년 개최예정인 부산아시안게임과
월드컵대회개최 이전 개통이라는 정부계획도 무산되게 됐다.

건교부는 그러나 새 노선의 건설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또다른 민원이
제기될 가능성도 배제할수 없어 이 경우 전구간 개통시기는 이보다 훨씬
더 늦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추가로 늘어나게되는 자금부담도 최소 3년간 공기지연에 따른 이자부담
1조8천억원, 운임손실분 2조원에다 실시설계, 지질조사, 토지평가비용
등을 합하면 4조원대에 달할 것이라는게 건교부의 추정이다.

여기에다 고속철도차량 납품지연에 따라 차량제작사에게 물게될 위약금
등도 감안하면 추가비용부담액은 4조원이상이 될것이란 분석이다.

고속철도차량은 오는 98년까지 프랑스 알스톰사로부터 시운전용 2편성
40량을 인도받은뒤 오는 2002년까지 알스톰 현대정공 대우중공업
한진중공업 등 차량제작사들로부터 2단계로 나눠 총 44편성 8백80량을
인도받아 운행에 투입할 계획이었다.

건교부는 이에따라 경부고속철도 전구간을 서울-대구, 대구-부산구간으로
나눠 서울-대구간을 오는 2002년까지 먼저 개통하되 공기 지연이 불가피한
대구-부산간의 경우 부산아시안게임과 월드컵개최일정을 고려, 기존 경부선
대구-부산구간을 2002년까지 전철화하는 방안을 추진할 방침이다.

정부는 이날 경주도심우회 결정과 관련, 또하나의 부담을 안게됐다.

2002년 월드컵유치신청서에서 건교부장관 명의로 월드컵개최전까지
경부고속철도를 개통한다고 약속해놔 국제축구연맹 실무단이 한.일간
공동개최에 앞서 경기장배분등을 위해 벌일 실사과정에서 핸디캡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 김삼규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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