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4살의 나이지만 신랑과 신부는 검은 머리가 파뿌리 될 때까지
행복하게 살아주길 바랍니다"

지난 1월 약혼식을 치른 후 5개월째 독수공방을 해온 우리나라에
두마리밖에 없는 희귀동물인 판다곰 밍밍(수컷)과 리리(암컷)의 결혼식이
31일 오후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에서 열렸다.

아기 백호, 반달곰, 앵무새, 다람쥐원숭이 등 예쁘게 단장한 동물가족들과
7백여 시민의 축하를 받으며 에버랜드의 꾀돌이로 불리는 갑식이(침펜지)의
사회와 강문구 에버랜드동물원장의 주례로 이날 결혼식은 진행됐다.

밝게 빛나는 햇살아래 웨딩마치가 울려퍼지자 신랑 밍밍이 입장했고
한동안 부끄러운 표정으로 식장에 입장하지 못하던 리리도 밍밍의 손에
붓들려 식장에 등장.

강원장의 주례사가 진행되는 순서에는 오랜동안 유리벽에 가로막혀 서로
접촉을 하지 못해서인지 밍밍이 리리의 얼굴을 부비고 다리를 들어올려
리리를 만지는 등 결혼식장은 어느새 신혼방이 되버린 분위기.

밍밍과 리리의 현재나이는 만 4살이지만 사람의 나이로 치면 결혼적령기인
20세에 해당된다.

호르몬 분비가 왕성해지는 등 짝짓기 준비가 이미 마무리된 이들은 하루
빨리 신혼방을 차리고 싶어 시위가 대단했다는게 사육사들의 설명.

밍밍이 벽을 집고 제자리에서 한바퀴 돌기 일쑤고 리리의 방을 가로막고
있는 특수유리벽 앞에서 소리를 지르고 서성대는 시간이 많아졌으며 리리도
자주 신경질적인 태도를 보였다는 것.

신랑과 신부가 신혼살림을 차릴 방은 사랑을 상징하는 핑크빛 풍선과 붉은
장미들로 화사하게 치장됐다.

밍밍과 리리는 이곳에서 3~4일을 주기로 1~2시간씩 합방, 수정에 성공하면
1백50일간의 임신기간을 거쳐 오는 11월쯤 아기판다를 낳을 것으로 예상
된다.

그러나 판다는 자연수정률이 지극히 낮고 새끼의 생존율도 높지 않아
번식률은 매주 낮은 편이라는게 에버렌드측의 설명이다.

따라서 리리가 새끼를 낳게 되면 숙련된 전문사육사들이 어미젖과
인공포유를 교체, 사육하게 되며 올해안으로 자연교배가 성공하지 못하면
이후 인공수정에 대한 연구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 김남국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6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