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시대를 맞아 정보인력의 중요성이 날로 더해가고 있다.

정보문화의 달(6월)을 앞두고 국내는 물론 세계 최초의 여성공과대학으로
21세기산업의 주역이 될 여성정보인력 양성에 총력을 쏟고 있는 이화여대
공대의 이기호학장(59)을 만났다.

이학장은 국내에서 컴퓨터라는 말조차 낯설던 67년 도미,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귀국해 81년 이화여대에 전자계산학과를 개설하고 지난해
여성정보인협회를 설립한 국내 정보교육의 산 증인이자 개척자.

이화여대공대 또한 그의 노력으로 문을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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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담 = 박성희 문화부장 ]]

-공과대학이 독립한지 얼마 안돼 상당히 바쁘시겠습니다.

3월에 정식출범했지요.

지금 사용중인 건물은 자연과학관인 듯합니다만.

<> 이학장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신설 단과대학인 만큼 여러가지로 일이 많습니다.

현재 짓고 있는 공학관이 7월에 완공되면 2학기에는 대형세미나와
심포지엄을 열 계획입니다.

-여성공과대학인 만큼 학과 선정에 나름대로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요.

현재 어떤 학과들로 이뤄져 있는지요.

<> 이학장 =우선 전자계산 전자공학 건축공학 환경공학과등 4개 학과로
문을 열었습니다.

전자계산학과의 역사가 가장 오래 됐지요.

81년 개설돼 그동안 12회의 졸업생을 배출했습니다.

전자공학.건축공학과는 현재 3학년, 환경공학과는 4학년까지 있습니다.

지난해까지는 4개 학과 모두 자연대 소속이었죠.

전자계산학과 졸업생의 경우 희망자의 100%가 취업하고 있습니다.

-단과대학으로 독립한 만큼 대학원과정도 마련돼야 할텐데요.

<> 이학장 =전자계산학과에는 기왕에 석.박사과정이 있습니다.

환경공학과 등 다른 학과에도 석사과정이 개설돼 있구요.

빠른 시일안에 공학연구소도 만들어 산학협동에 힘쓸 생각입니다.

-여자대학에 공과대학을 만든 것은 세계에서도 처음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학교로서도 상당한 결단이 필요한 일인 만큼 추진하는 입장에서는
어려움도 적잖았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 이학장 ="여자대학에 공대가 과연 필요한가""공학이 여성에게
적합한 학문인가"하는 선입견을 깨는 것이 가장 어려웠습니다.

많은 기자재로 인한 막대한 설립비용과 졸업생의 취업문제도 큰
장벽이었죠.

하지만 "21세기는 정보사회"라는 것과 "컴퓨터로 인해 공학의 개념이
바뀌었다"는 점을 들어 설득할 수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공학이라면 무조건 육체적 힘이 필요한 일로 생각했으나
컴퓨터가 일반화된 오늘날에는 아무리 큰 공장 큰 기계라도 컴퓨터로
운용이 가능하기 때문에 물리적 힘의 유무는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공학의 여러 분야중 여성에게 적합한 부문을 선별했지요.

-학생정원은 얼마나 됩니까.

<> 이학장 =전자계산학과가 80명, 다른 3개 학과는 각각 60명으로
총 260명입니다.

점차 학과와 학생의 수를 늘려야겠지요.

여성들이 비교우위를 가질 수 있는 섬유공학및 화학공학과등을 신설하고
전자분야도 전파공학 통신공학 소프트웨어개발 분야등으로 세분할
계획입니다.

교수진은 전임강사 이상 20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공대로서는 올해 첫입학생을 선발한 셈인데 경쟁률은 어느 정도였습니까.

<> 이학장 =이화여대 전체 경쟁률은 2내지 3대1정도였죠.

전자계산학과 경쟁률은 상당히 높았습니다.

예전에는 솔직히 의대 약대 전자계산학과 순이었습니다만 컴퓨터가
각광받으면서부터 약대와 전자계산학과가 같은 수준으로 바뀌었습니다.

건축공학과의 인기 또한 눈에 띕니다.

이것도 컴퓨터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CAD시스템이 등장하면서 건축설계가 쉬워진데다가 미적 감각을 살릴 수
있는 여지가 많아져 여성에게 유리한 부문으로 떠오른 때문으로 풀이됩니다.

-공학관의 규모는 어떻습니까.

새 건물 설립에 드는 비용도 만만찮을 텐데요.

<> 이학장 =5층건물 2개동으로 연건평만 3,200평입니다.

현대에서 100억원을 쾌척해 짓게 됐지요.

"세계화 정보화 과학화"라는 이화여대의 슬로건과 우리사회의 필요가
맞아 떨어진데다가 여성정보인력의 중요성이 커지는 흐름을 감안해
현대측에서 결단을 내린걸로 압니다.

학교로서는 창립110주년이 되는 올해 거둔 가장 큰 성과중 하나로
여기고 있습니다.

물론 장기적으로는 기기설치를 위해 500억원은 있어야 합니다.

-98년 개원 예정인 고등정보통신교육원의 설립 또한 이화여대의
주요사업이죠.

한국이동통신에서 100억원을 지원하는 걸로 아는데요.

<> 이학장 =이화여대가 정보통신분야에서 앞서 나가겠다는 확고한
의지의 표현입니다.

정보통신인력이 늘고 인터넷이 세계적으로 각광받고 있는 추세를
감안하면 당연한 결정이죠.

여학생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에게도 개방될 것입니다.

앞으로 컴퓨터에 대한 공부는 인문과학 전공자에게도 필수요건이
될 것입니다.

엄청난 "정보의 바다"에서 필요한 것을 추려내는데는 그분야 사람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죠.

고등정보통신원은 컴퓨터와 관련된 각분야의 최고인력을 길러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여성정보인협회 회장도 맡고 계신데요.

회원의 인적 사항을 소개해주시죠.

<> 이학장 =컴퓨터업계종사자, 연구소나 학교에 있는 사람,
프로그램개발사 대표등이 회원으로 가입하고 있습니다.

전문대이상 대학의 교수들은 거의 모두 회원이죠.

92년 출범당시에는 400명정도 였는데 지금은 650명으로 늘어났습니다.

-활동상황도 설명해 주시죠.

<> 이학장 =결혼이나 출산등으로 일선에서 잠시 물러난 여성정보인력의
효율적인 활용방안을 강구해 보자는 것이 창립당시 목표였습니다.

재택근무세미나를 연 것도 그래서였죠.

그동안 가장 중점을 둔 일은 여성정보통신인력 데이터베이스 구축입니다.

컴퓨터 관련업무는 경험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또 일의 특성상 재택근무가 가능합니다.

컴퓨터 전화 팩스만 있으면 가정에서도 얼마든지 일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점을 활용하자는 것이죠.

-점차 "일이란 직장에서 하는 것"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는 듯 보입니다.

여성정보인력에 대한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도 이를 잘 활용하려면
기업과의 연계가 중요할 텐데요.

<> 이학장 =먼저 하이텔에 "인포샵"이라는 코너를 개설할 작정입니다.

구인을 원하는 업체가 인원 경력 조건등을 제시하면 구직자 또한
경력과 근무조건등을 띄움으로써 수요자와 공급자가 직접 만나게
될 것입니다.

3월에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끝내 현재 시험단계에 있습니다.

내년부터 시행에 들어가면 상당한 성과를 거둘 수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공과대학과 여성정보인협회의 단기과제는 무엇입니까.

<> 이학장 =학교는 우수한 교수진과 기자재를 확보해 위상을 정립하는
것이 시급합니다.

따라서 우선 충분한 양의 컴퓨터가 필요해요.

전자계산학과와 전자공학과뿐만 아니라 건축학과의 설계나 환경공학과의
대기오염수치 진단등이 모두 컴퓨터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뤄지거든요.

협회쪽은 일단 자료입력을 끝낸 여성인력데이터베이스를 잘다듬어
수요자와 공급자를 연결하도록 해야겠지요.

예전에는 컴퓨터전문가라면 단순히 프로그래머정도로만 생각했지만
이제는 정보검색사 엡디자이너 인터넷컨설턴트 베타테스터등으로
세분화되고 있습니다.

-요즘 여러 언론매체에서 초등학교의 인터넷교육을 강조하는 등
컴퓨터의 일반화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컴퓨터교육 일선에서 일해오신 전공자로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이학장 ="키드넷운동"등이 일반국민의 정보화마인드를 심는데 공헌한
것은 틀림없습니다.

하지만 초등학생은 언어장벽때문에 인터넷을 이용하기가 사실상
어렵습니다.

키드넷 옹호자들은 컴퓨터를 다루다 보면 영어공부도 쉽게 할수 있다고
말하지만 자칫하면 거꾸로 컴퓨터에 대한 흥미를 잃게 만들거나 나아가
두려움을 심어줄 수도 있어요.

따라서 영어를 몰라도 컴퓨터를 다루는데 아무 문제가 없도록 중간과정을
한글로 번역하는 일이 시급합니다.

컴퓨터가 일반화될수록 어학을 비롯한 인문과학의 역할이 더 커지게
되는 셈이죠.

전문화가 진행될수록 학문간의 연계는 더욱 중요해집니다.

-중장년층중에는 컴퓨터에 무심한 이들이 적지 않습니다.

거부감을 지닌 사람도 상당수구요.

<> 이학장 =컴퓨터를 모르는채 계속 살아가기는 힘들 겁니다.

"이대로 살다 죽기"엔 평균수명이 너무 길어졌으니까요.

PC통신에는 원로방과 같은 노인전용코너도 있습니다.

컴퓨터를 알기 위해서는 "배운다"기보다 "이용한다"는 생각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기기도 훨씬 단순해져야죠.

조만간에 TV나 VTR처럼 다룰 수 있는 컴퓨터가 나오리라고 봅니다.

두가지가 하나로 결합된 형태가 될지도 모르구요.

-컴퓨터의 수명이 너무 짧다는 소리가 높습니다.

286이나 386에는 사용할 수 없는 소프트웨어만 생산돼 울며 겨자먹기로
486이나 펜티엄을 사게된다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 이학장 =컴퓨터의 생활화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문제중의
하나라고 봅니다.

제품의 생명이 너무 짧은데다가 일단 유행이 지난 제품의 경우 부품을
구할 수 없죠.

사실은 286기종도 몇가지 부품을 갖춰 486기종처럼 쓸수 있습니다.

또 초등학생은 286기종만으로도 충분합니다.

286 또는 386과 펜티엄의 차이는 용량과 처리속도인데 어린이들의
움직임으로는 펜티엄이 필요 없거든요.

문제는 소프트웨어죠.

일단 학교에 286기종을 설치했으면 거기에 맞는 소프트웨어를 보급,
일정기간동안 사용하도록 해야 합니다.

또 초등학교등 학교의 컴퓨터 설치는 정부에서 지원해야 합니다.

미국에서는 학교의 컴퓨터설치비 전액 그리고 일본에서는 절반을
국가가 부담합니다.

-원래 수학을 전공하셨죠.

전자계산학으로 바꾼 계기는 무엇이었나요.

<> 이학장 =67년 미국유학을 떠날 때 스승인 고송옥형교수께서
컴퓨터를 공부하라고 당부하셨습니다.

당시 우리나라에서는 컴퓨터가 뭔지도 모를 때였죠.미국에 가보니
컴퓨터열풍이 대단하더군요.

더욱이 제가 도착한 텍사스주립대학 "오스틴"이 경영학과 컴퓨터공학의
명문이었습니다.

다른 학교에 1~2대밖에 없는 컴퓨터가 18대나 있는등 여건이 좋았죠.

73년1월에 귀국, 이화여대문리대 수학과에서 강의하면서 컴퓨터강좌를
열었습니다.

81년 전자계산학과를 개설하면서 전산원을 열어 소장으로 일하기도
했습니다.

-우리나라 컴퓨터공학의 1세대라고 할수 있겠습니다.

앞서 가시느라 고생도 많으셨지만 보람도 크셨을 텐데요.

<> 이학장 =선견지명이 있던 선생님 덕분이지요.

이화여대의 정보통신 분야 진출에 전기를 마련했다는데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여성정보인협회를 통해 여성인력의 활용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성지위향상에도 기여하고 있다고 믿습니다.

-오랜 시간 고맙습니다.

< 정리 = 조정애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2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