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전기공업고등학교 실과부장 김영록 선생님(58).

학생들은 그를 "마징가제트"라고 부른다.

1백80cm의 키에 85kg이나 되는 몸무게 탓에 그같은 별명이 붙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마징가제트의 진정한 의미는 30여년 동안 줄곧 기술교육 인생을
걸어오면서 그가 보여준 "철인 정신"이다.

김선생님은 하루에 4시간 밖에 자지 않는다.

일과시간에는 이 학교 학생들의 실습지도를 위한 프로그램 개발에 주력
하지만 퇴근 후 밤에는 책을 써야하기 때문이다.

김선생님이 지금까지 펴낸 책은 "시이퀀스 제어활용 자유자재" "전기공학
입문" 등 40여권.

주로 전기기술 분야에 관련된 기술.참고서적들로 이중 일부는 실업계
고교와 전문대 등에서 교재로 쓰고 있다.

철인의 활동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실업계 고교의 새로운 산학협동 모델인 "2+1"시스템을 정착시키기 위해
방송국 세미나 정부부처 등 그를 찾는 곳이면 어디든 뛰어가야 한다.

여기에다 총무처 서울시 노동부 등에서 부탁하는 시험문제도 출제해 줘야
한다.

김선생님은 이같은 공로를 인정받아 스승의 날인 15일 국무총리 표창을
받는다.

김선생님은 교사의 길을 걷지 않았으면 지금쯤 어느 대기업체 기술간부가
되었을 게다.

그는 61년 한양대 전기공학과를 졸업한 뒤 기아자동차의 전신인
기아산업에 입사했다.

입사 7년후 전기직 대리를 맡고 있을 때 그의 머릿속에는 늘 "이게
아닌데"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

"형님, 누님, 매형, 사촌동생이 모두 교사였던 게 제가 인생항로를
바꾸는데 큰 영향을 미친 것 같아요"

수도전기공고의 전신인 경성전기공업고등학교 출신인 김선생님은 68년
모교의 전기과 교사로 부임했다.

김선생님은 이후 "한국을 밝혀줄 전기인"들을 키우기 위해 기업체 등의
유혹의 손길도 뿌리친 채 29년간 모교의 실습실을 굳건히 지켜왔다.

또 "학생들에게 더 좋은 것을 가르치기 위해서는 내가 배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지난 74년 연세대에서 전기공학 석사학위를 따내기도 했다.

수도전기공고 학생들에게 김선생님은 철인으로서만 비쳐지는 것이
아니다.

교회장로로서 학생들에게 "뜨거운 가슴을 가진 기술인"이 되라는 그의
가르침은 곧잘 주례 부탁으로 돌아온다.

김선생님은 그래서 지금까지 2백50여명 졸업생들의 주례를 섰다고 한다.

"기술교육에서 자칫 소홀하기 쉬운 것이 직업윤리입니다.

어느 직장에 가든지 내 기술로 이웃과 사회를 위해 봉사한다는 생각에서
최선을 다하라는 것입니다"

그가 학생들에게 꼭 당부하고 싶은 말이라고 강조했다.

< 윤성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