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 = 신경원 기자 ]

전국최대규모의 산업용고무부품업체인 평화오일씰공업 (대표 조치호)은
회사와 노조가 거의 동시에 설립된 특이한 회사다.

78년 회사 설립당시 건전한 노사관계의 정립이 회사의 발전에 도움이
된다는 인식에 따라 회사측의 격려속에 3개월만에 노조가 발족했다.

당시의 노사관계는 지금과는 비교하면 유치한 수준이었지만 사회전체적
으로는 드문 경우였고 우호적인 노사관계가 10년가까이 지속됐다.

그러나 80년대말 민주화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이회사도 새로운 물결에
휩싸여 한 때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었다.

노조내에 투쟁론이 대세를 차지하면서 노사관계는 계속 악화됐고 부분
파업까지 발생했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움도 잠시.그동안 축적된 협력적 노사관계를 바탕으로
사업장은 단시일내에 정상화됐다.

장기근속자를 중심으로 대립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됐고 외부
연대를 주창한 집행부는 불신임으로 물러날 수 밖에 없었다.

이같은 경험은 노사양측에 새로운 의식의 변화를 가져왔다.

회사측은 90년부터 사장이 매일 2명의 직원과 대화하는 시간을 가지고
개인의 애로사항이나 건의사항을 해결해 나갔다.

직원에 대한 외부위탁교육과 함께 선진국에 대한 연수도 실시됐다.

매년 봄가을로 체육대회와 야유회를 실시하고 사장이 직접 참가해
직원들과 더불어 격의없는 유대를 강화해 나갔다.

문화시설이 부족한 점을 감안 사내에 1백 26평규모의 디스코장과 가요방을
개설하고 기숙사에는 헬스기구일체를 완비하고 국제규격의 배구장과
테니스장도 설치했다.

복지수준도 지속적으로 향상됐다.

92년부터는 생산성 향상달성의 성과금 2억원중 1억원은 성과급으로 지급
하고 나머지 1억원은 사내근로복지기금으로 출연한 것을 시작으로 올해까지
적립금이 16억원으로 늘어났다.

자녀에 대한 중고등학교 학자금이 지급됐고 대학생에게는 등록금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직원들의 취미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써클활동에 필요한 차량과 경비보조도
시행됐다.

노조도 자체적으로 생산대책부를 두고 현장의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해
나갔다.

89년부터는 노조가 현장에서 수렴된 의견을 매월 노사협의회에서 건의하는
등 생산성 배가운동에 앞장서기 시작했다.

94년 부터는 경영혁신운동인 PMI(Pyunghwa Oil Seal Mind Innovation)
운동을 노사공동으로 추진중이다.

제안제도도 노사가 공동으로 장려하는 대표적인 사업이다.

매월 1인당 2건씩을 의무적으로 제출토록하고 있는데 채택이 되면 포상이
주어지고 제출만 해도 장려금이 지급된다.

이같은 활동은 하루하루가 다른 기술의 빠른 발전속도에 적응하기위해서는
끊임없는 혁신이 필요하다는 데 노사가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회사의 사장실과 노조에는 지금도 에어콘이 없다.

냄새와 열이 많은 현장에 모든 배려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경영진의 의지와
직원에 대한 지원자로서의 노조의 역할이 상징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회사는 근로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장근무자에 대한 우대 정책을
강력하게 추진중이다.

88년부터 관리직보다 생산직이 많이 받도록 했으며 최근에는 개인의 목표
달성에 따른 인센티브를 1백%이상 인상했다.

조사장은 앞으로 현장직원에게도 소속감을 높이기 위해 명함을 배포할
의사를 밝히는 등 세심한 부문까지 직접 챙기고 있다.

이같은 화합분위기는 생산성향상과 산재율의 감소로 이어졌다.

이회사의 산재율은 91년하반기부터 크게 감소해 94년에는 2년연속
무재해를 기록했고 89년 이후 매년 30% 전후의 고성장을 이룩하고 있다.

지난 94년에는 노조가 임금인상안을 회사측에 위임해 무교섭으로 타결
됐고 올 1월에는 회사설립이후 처음으로 노조의 요청에 따라 노사화합
선언결의대회도 가졌다.

조치호 사장은 "노사가 하나가 될때 생산성 향상 원가절감 회사의 성장이
이루어진다며 공감대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류길호 노조위원장은 "생산성배가운동과 품질향상운동에 앞장서 무한
경쟁을 이겨내는 일류기업으로 성장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이미 직원들
사이에 형성되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앞으로 임금인상보다는 복리수준의 향상에 중점을 둘 계획이지만
회사측에서 먼저 이같은 부분을 먼저 챙겨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한다.

이회사는 95년 4백72억원인 매출을 오는 2천년까지는 1천1백억원으로
끌어 올려 다국적기업을 제외하고는 세계 최대의 단일 회사로 발전시킨다는
비젼을 추진중이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5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