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부터 전국사업장 곳곳에 불어닥친 노사화합의 물결은 노사간 갈등을
청산시키면서 현장의 새로운 질서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상호불신의 벽이 허물어지면서 ''대립과 반목''을 ''협력과 참여''로 대체했고
신뢰를 바탕으로한 생산적 노사관계를 구축시켜 나가고 있다.

불과 몇년전까지만 해도 임금협상철만 되면 으레 등장해 산업현장의 상징
처럼 여겨지던 ''빨간 머리띠''와 과격구호는 찾아보기 힘들게 됐다.

이런 변화의 흐름속에서 산업현장은 또다른 시험무대를 맞고 있다.

노사화합은 국제경제시장의 무한경쟁체제하에서 필수조건이 됐고 이제
고능률 생산조직체제를 구축시켜나가야 한다는 새로운 과제를 안고 있다.

대립과 반목을 청산한 것으로 만족할수는 없다.

"어떤 경영전략과 기업혁신을 통해 경제전쟁시대에서 승자가 될것인가"

이것이 "협력과 참여"시대의 노사에게 주어진 과제다.

이미 세계초일류기업의 강력한 경쟁력이 우리앞을 가로막고 있다.

우리기업은 세계일류기업과 상품의 질 가격 서비스를 놓고 세계시장은
물론 국내시장에서조차 치열한 경쟁을 벌이지 않으면 안되는 절박한 상황에
놓여 있다.

세계일류기업과의 경쟁은 "발등에 떨어진 불"이 되었다.

따라서 우리기업들은 이제 국제경쟁력강화와 생산성향상을 위해 인적자원의
효율적인 개발과 품질.공정개선, 그리고 리엔지니어링 다운사이징등 각종
경영혁신운동에 눈을 돌려야 할 시점에 와있다.

AT&T 코닝 도요다 미쓰비시등 세계 유수기업들은 이미 80년대말부터
종업원들의 업무수행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종전과 다른 형태의 인적자원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단순히 근로자의 기술 기능의 향상을 위한 교육프로그램이 아니라 광범위한
지식 정보 기술을 습득, 생산전후를 이해할수 있는 훈련체계를 도입하고
있다.

상품간의 경쟁에 앞서 인적자원의 효과적인 활용과 개발을 이루는 경영
전략을 채택하고 있는 것이다.

근로자들은 제몫 찾으려는 목소리를 낮춘채 회사측의 경영혁신노력에
발맞춰 제조 공정관리에서 제품출하과정에까지 주인의식을 갖고 책임있는
자세로 임하고 있다.

물론 이들 나라에서도 이러한 상황으로 발전될수 있기까지 많은 대가를
치루어야 한다.

노동운동이 한창 활발했던 지난 70년대 미국기업들은 일본과 유럽기업과의
경쟁에서 패배, 잇따른 도산과 대량감원등을 경험했다.

그러나 80년대들어 많은 미국기업들은 환골탈퇴의 노력으로 기업경영혁신과
새로운 노사관계의 정립을 통해 세계초일류기업의 자리를 탈환할수 있었다.

"역사에도 경계가 있다. 그러나 그 경계를 일단 넘어서면 사회적 정치적
풍경이 바뀌고 경제적 기후가 변화되며 새로운 현실이 시작되는 것이다"

피러 F 드러커의 이같은 역사의식은 협력과 화합의 분위기로 발전하고
있는 우리 산업현장에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지난해이후 노사화합을 선언한 3천여개사업장을 비롯 산업평화를 바라는
국내 기업들은 이제 미래를 창조하기 위해 변신을 꾀해야 할 시점에 와있다.

노사화합분위기가 무르익은 지금이 노사의 결단과 노력 여하에 따라서
세계초일류기업으로 발전할수 있는 호기이다.

그러나 우리기업 모두가 세계일류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선 산업현장 전반
에 한단계 더 발전된 생산적이고 적극적인 노사협력분위기가 구축돼야 한다.

그 길만이 한국경제가 한차원 높게 발전해 나갈수 있는 지름길이요 21세기
를 앞둔 "새로운 현실"에 적응해 나갈수 있는 원동력이 될것이다.

다행히 국내산업현장에도 최근 협력적 노사관계 차원을 넘어 경영혁신운동
에 적극 나서는 기업들이 잇따르고 있어 전도를 밟게 하고 있다.

한때 노사분규로 어려움을 겪어왔던 LG정보통신은 지난 94년과 95년에
연이어 노사협력을 선언한 이후 철저한 능력위주의 인사제도와 상호평가제도
의 도입등 과감한 경영혁신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있다.

그결과 지난해 11월 한국경제신문사가 첫제정한 노사화합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삼도기전은 지난해 5월 노사협력을 선언한 이후 작업장분위기가 크게
바뀐데 힘입어 영국의 로이드사로부터 ISO인증을 획득했다.

현대전자와 대우전자등 노사모범사업장들도 협력선언이후 각종 경영혁신
프로그램을 통해 생산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

이들 기업은 특히 합리적인 경영철학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종업원의 참여를
유도함으로써 생산성향상뿐 아니라 "작업장의 인간화"에 상당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이제 노사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가의 차원을 넘어 "회사발전을 위해
무엇을 할것인가"가 산업현장의 새로운 화두이다.

본지가 "선진기업을 만드는 노사"란 주제아래 모범사업장을 소개하는 장기
시리즈를 기획한 것도 산업현장에 불고 있는 화합과 협력의 분위기를
고능률 생산체제로 한단계 더 발전시키자는데 그뜻을 두고 있다.

< 윤기설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4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