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한국경제신문사와 한국노동교육원이 노사협력캠페인의 일환으로
공동개최하고 있는 노사협력사례발표회가 28일 오후 마산상공회의소에서
열렸다.

지난20일 인천지역에 이어 두번째로 열린 이날 발표회에서 사례발표자로
참석한 최해경 한국중천노조위원장은 "국가간 무한경쟁의 노동환경변화
속에서 인간존중의 경영에 바탕을 둔 노사협력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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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증권은 마산수출자유지역내에 위치해 있으며, 1973년 1백% 일본
자본으로 설립된 외국인 투자기업으로서 전자렌지및 세탁기 등에 부착되는
타임스위치및 모터종류를 생산, 수출하는 전기 부품업체이다.

우리회사 노조는 87년 6.29선언 이후 한국노총 금속연맹 산하 노동조합으로
결성되었으며, 수출지역내 외국인 투자기업으로서는 제1호로 설립되어
88년에는 조합원이 9백여명에 달하기도 하였으나 현재는 약 4백여명의
조합원으로 조직되어 있다.

지난 89년과 90년 2년에 걸친 노사분규로 기업은 존폐위기 상황까지
갔었으며, 노동조합은 대정부 정치투쟁으로 일관하면서 극렬하고 과격한
단체행동을 했었다.

이로인해 회사는 현저한 품질저하 생산감소 매출손실등 정상적인 생산
활동에 상당한 차질을 빚어야 했다.

이같은 과격한 노동운동으로 인해 해고자및 구속자가 다수 발생했으며
연대투쟁이라는 미명아래 외부인들이 회사앞을 점거하다시피하는 악순환이
계속되었다.

그러나 조합원내부에서는 "더이상 이래서는 안된다"는 각성이 움트기
시작했다.

이는 마창지역의 동종업종중 대표적인 회사인 TC전자(주), 수미다전자(주)
등이 노사분규로 폐업을 한데 자극을 받은 것이기도 했다.

이에따라 90년3월 조합원들이 자발적으로 "회사 정상화 추진위원회"를
구성, 조합원들의 장래와 회사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우리 모두가 변해야
한다는 의식이 확산되기 시작했다.

노동조합 본래의 목적수행을 위하여 노조간부및 극력 농성자를 설득하는
한편 노동조합 재 정비및 집행부를 새로 구성하는 작업을 병행했다.

사용자측에서도 적대감으로만 대해왔던 노동조합에 대하여 새로운 인식
전환과 함께 권위주의적이고 비인격적인 관리방식을 바꾸기 시작했다.

인간적인 현장 분위기 조성및 성과급제도의 도입등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어닥쳤다.

전 조합원들은 현장의 정리정돈및 신명나는 일터만들기에 앞장서는 한편,
회사는 근로자들의 복지증진과 중단되었던 임금.단협의 교섭 재개 등
노.사 상호 불신풍조를 해소하고 일체감및 신뢰 분위기 조성을 위해
노력했다.

또 조합원의 사기진작을 위하여 신용협동조합의 활성화를 통한 저축의식
고취 각종 야유회 체육대회 송년회 개최 식당 독서실 노래방 샤워실 등
직원복지시설의 대대적인 확충이 이뤄졌다.

노사관계에 있어서 이같은 혁신이 계속되면서 우리 회사도 비로소 중흥의
기틀을 갖추게 되었다.

불량률감소및 생산성 향상운동에 나선결과 3천만달러(94년), 3천5백만달러
(95년)를 달성했으며 경남 산업평화상을 노사가 공동 수상하기도 했다.

우리는 90년대 전후의 경험을 바탕으로 극단적인 노사간의 대립은 노사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음을 확인하였고, 노.사 서로가 인정하고 협력하는
것만이 새로운 경쟁시대에 살아남을 수 있는 지름길임을 알았다.

이제는 근로자의 노력이 사용자의 몫이 된다는 인식을 불식하고 근로자에
대한 지원이 소비가 아니라 재투자이며, 생산성 향상및 회사의 발전이
근로자들의 삶의 질 향상의 원동력이라는 투철한 직업관을 뿌리내리고 있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