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및 5.18사건 3차공판이 25일 서울지법 형사 합의30부 (재판장
김영일 부장판사)심리로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에서 열렸다.

이날 공판에서는 1,2차 공판을 통해 검찰신문을 마친 전두환 노태우
유학성 황영시피고인을 제외한 나머지 12.12사건 관련자 차규헌 박준병
최세창 장세동 허화평 이학봉 허삼수 신윤희 박종규피고인 등 9명에 대한
검찰측 직접신문이 진행됐다.

3차공판은 이미 2차공판에서 전두환 노태우 등 주요피고인들에 대한
검찰의 직접신문이 마무리돼 나머지 피고인들의 직접신문만 예정돼
있어서인지 개정전 법정 분위기는 다소 맥빠진 듯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주인공의 발언이 없는 법정에서 조연들도 주역못지않은
역할을 다하기위해 앴는 모습이었다.

25일 열린 12.12, 5.18 3차공판은 전두환.노태우 두전직대통령의
검찰신문이 지난주까지 모두 끝난 상태에서 보안사 3인방과 장세동씨 등
반란종사자들에 대한 검찰신문에서 피고인들은 "12.12는 정당하다"고
나름대로의 논리로 강변했다.

차규헌 박준병 최세창 장세동 허화평 허삼수 이학봉 박종규 신윤희씨
등 9명의 피고인들은 전.노씨의 진술을 앵무세처럼 옮기거나 "5공 전사",
"노병들의 증언" 등 기록으로 남아있는 자신들의 행동을 부인하기에
바빴다.

이날 첫날 검찰신문을 받은 차씨는 "12.12당시 장성들이 전투복차림에
권총을 차고 최규하 대통령에게 정승화 계엄사령관의 2차 연행재가를
받으려 간것이 대통령에게 강압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아니었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국방장관의 재가없이도 육참총장의 연행이 가능하다는
과거의 관행을 설명하기위해 그랬던 것"이라고 궁색한 답변을 했다.

차씨는 검찰신문에 대부분 부인으로 일관, 김상희 부장검사로부터
"왜 검찰에서 진술한 내용을 법정에서는 부인하느냐"는 힐난을 들어야
했다.

이어 박준병씨는 처음에는 전두환피고인이라고 했다가 다음부터는
"보안사령관께서" 등의 경어로 돌변, "합수본부장께서" 등의 용어를
사용한 장세동 피고인과 충성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또 "전씨가 혼자서 1차 재가를 받으러 갔다가 "장관을 불러오라"는
최전대통령의 고집으로 재가를 받지못하고 돌아왔을때 30경비단에
모여있던 장성들이 육본측의 저항에 대비, 예하병역을 동원하자는
결의를 하지않았느냐"는 검찰의 질문에 그런 사실이 없다는데 왜 같은
질문을 하느냐"며 언성을 높였다가 재판장으로 부터 제지를 받기도 했다.

이날 재판은 압권은 역시 검찰의 유력한 증거인 "5공전사"를 "정제되지
않고 검증되지 않는 것"이라고 폄하하고 전씨의 진술을 그대로 옮기면서
자신들의 행동을 정당화한 장세동 피고인이었다.

장씨는 검사의 신문에 신문하는 검사를 직접 바라보며 큰 목소리로
대답하다가 재판장으로 부터 "답변은 재판부를 보고 하라"는 지적을
받았으며 12.12사건을 그간 언론이나 다른 사람들에게 얘기하지 않은
이유를 설명하면서 목소리가 격앙돼 "재판장보다 큰 목소리로 말하지
말라"는 경고를 받기도 했다.

그는 또 "합수본부장을 뵈오려고", "본부장께서" 등 전씨에 대해
극존칭을 사용해 방청객들의 빈축을 사기도 했다.

허화평 피고인은 "12.12와 관련해 작가인 천금성씨에게 말을 하지
않은 이유가 부끄러워 그런 것 아니냐"는 검찰의 질문에 "군의 단합을
위해 오해를 불러일으키지 않기 위해 그런 것일 뿐 부끄러운 것은 없다.

우리는 임무를 다한 것이다"며 시종 당당한 표정으로 검찰의 신문에
응했으며 반란혐의 부분에 대해서는 완강한 부인으로 일관했다.

그는 특히 "검찰조사 과정에서 부당한 사례가 없었느냐"는 질문에
"검찰이 왜 정총장을 연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묻지 않고 어떻게
연행했느냐만 묻는 방식이 납득이 가지 않았다"며 검찰에 항의를
표하기도 했다.

한편 지난주 공판까지 검찰신문을 모두 마쳤기 때문에 참관자에
불과했던 전.노두 전직 대통령은 이날 오전 법정에 출두, 변호인들로부터
목례를 받은 뒤 별다른 움직임 없이 자리만 지키고 있었다.

다만 전씨는 장세동.허화평씨 등 자신이 아끼는 "부하 피고인"들의
진술이 있을 때 지긋이 눈을 감고 경청하는 표정을 짓는가 하면,
천정을 바라보면서 생각에 잠기기도 했다.

한편 4월1일 열리는 4차공판에서는 노태우.유학성 씨등 국회해산과
5.17사건에만 관련된 피고인 6명에 대한 검찰측 직접 신문이 진행된다.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