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개발계획(UNDP)이 펴낸 "95년도 인간개발보고서"엔 한국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세계 1백27개국중 59위로 등재돼 있다.

관리직 참여율은 1백16개국중 1백12위에 랭크됐다.

기업내 여성임원비율 여성평균임금 여성근속연수 등도 하나같이
최하위권에서 맴돌았다.

여성인력 활용면에서 한국이 이런 등수를 받을 수 밖에 없음은 취업여성중
전문직 비율이 고작 5%에도 못미친다는 국내 통계에서도 반증된다.

여성의 경제활동 그 자체도 빈약하기 짝이 없거니와 그나마 대부분이 단순
서비스직이나 생산직에 몰려 있다는 것이다.

연령별로 봐도 여성 취업자는 20대 초반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가 30대
초반에 끊겨버리는 전형적인 단절형이다.

선진국사교클럽(OECD)가입을 코 앞에 둔 국민소득 1만달러의 나라, 한국의
여성고용 수준은 유감스럽게도 이렇게 후진성을 그대로 노출하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자문자답해 본다.

이런 후진성을 안고도 국민소득 2만달러 시대로 계속 달려갈 수 있을까.

5년도 안남은 21세기를 제대로 준비할 수 있을까.

단연 "노(No)"다.

여성은 누가 뭐라해도 "인적자원의 절반"이다.

이 절반을 활용하지 않고선 지속 성장을 기대할 수 없다.

가임 여성 1인당 평균출산자녀수는 95년 기준으로 1.7명.

한국은 이미 인구감소국의 대열에 끼었다.

인구의 노령화도 급속히 진행되고 있다.

현재 9% 수준인 60세이상 노령인구는 20년 안에 15%에 달할 전망이다.

여성인력의 활용은 그러나 노동력 부족을 메운다는 소극적 대안에
그칠수만도 없다.

경제사회의 변화에 적극 대응하자는 게 더 큰 목적이 돼야 한다.

사실 경제의 정보화.소프트화가 진전되면서 여성인력 수요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세계인류사의 발전과정으로 보더라도 이같은 추세는 필연적이다.

농경목축시대와 제조업 중심의 산업사회에서는 노동력에 관한 한 남성이
절대우위를 차지했었다.

그러나 바야흐로 여성(Female) 감성(Feeling) 가상(Fiction)의 "3F 미래
사회"(존 나이스비트)다.

여성을 사회로 밀어내는 힘도 강력하다.

무엇보다도 고학력 여성들의 사회진출 욕구가 분출하고 있다.

가전제품 등 가사관련 재화와 서비스의 발달도 가사노동 부담을 덜어
여성을 집밖으로 내몰고 있다.

월급쟁이 가장 혼자 벌어 갖고선 내집 마련 등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어려워진 현실도 여성으로 하여금 일터를 찾게끔 한다.

시대가 이렇고 사회가 그런데도 일터로 나가려는 여성들을 가로막는
장벽은 너무나 높다.

한마디로 말해 "여성고용 인프라"가 "엉망"이다.

아직도 잔존하는 성차별 고용제도, 여성이라면 으레 "사무실의 꽃"으로만
치부하는 한국기업의 봉건적 사고방식, 육아문제를 해결해 줄 탁아소의
태부족---.

이런 모든 것들이 한국의 여성고용 인프라 부실상이다.

여기에다 "언제 관둬도 그만"이란 식으로 여성 스스로가 갖고 있는 일에
대한 자세 내지 직업의식도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한국경제신문이 LG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기획한 "여성을 일터로-"라는
시리즈가 목적하는 바는 분명하다.

여성이 일터로 가는데 걸리는 장애물을 제거하는 데 있다.

시리즈의 화두도 명확하다.

어떻게 여성을 활용하느냐에 한국경제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것이다.

< 유화선 부국장대우 >

(한국경제신문 1996년 3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