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데르센과 인어공주, 우유와 치즈가 연상되는 나라인 덴마크도 지역난방
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다.

지역난방의 보급이나 시대적.국제적 변화에 따른 개선대책마련, 지속적인
기술발전 등 여러 측면에서 세계 지역난방 발전의 견인차역할을 담당했던
때문이다.

지난해말 현재 덴마크의 지역난방보급률은 50%수준으로 비교적 높은
편인데 색다른 특징이 눈에 띤다.

지역난방이 잘된 다른 국가들의 경우는 주로 대도시등 인구 밀집지역에
보급률이 높은 것이 보통인데 덴마크는 2백에서 2백50가구정도의 작은
마을에도 본격적인 열공급이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에서다.

낙농으로 유명한 이 나라에서 일부 농가는 이미 지역난방열을 이용해
농작물을 경작하고 있기도 하다.

국토면적이 남한의 절반임에도 불구, 지역난방의 관로길이는 무려 1만
8천km로 우리나라의 9백km에 비해 20배에 달하고 있고 이같은 수치는
국토면적이 비교도 되지않는 러시아와 미국을 제외하고는 세계에서
첫번째라는 점에서도 지역난방의 수준을 짐작케하고 있다.

지역난방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연료별 열생산량에 있어 열병합발전(CHP)이
맡고 있는 부분이 60.2%를 차지하고 있다.

덴마크에 지역난방이 최초로 도입된 것은 1903년 코펜하겐부근의 프레드릭
버그에서 쓰레기소각장의 열을 사용하기 시작하면서부터고 최초의 열병합
시설은 1927년 동부 에스버그에서 디젤엔진을 사용하는 발전시설의 남은
열을 사용, 공공건물 6개소와 단독주택의 열공급을 시작한 것인데 이것이
덴마크 지역난방의 효시로 평가받고 있다.

70년대들어 두 차례의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석유류에 의존하던 지역난방
시설은 석탄을 주연료로 사용하기 시작했고 90년대 들어서는 나무조각과
밀짚 등을 연료로 사용토록 하는등 상황에 따라 적절한 정책적 변화를
구사한 점이 덴마크 에너지정책에 있어 돋보이는 점이라 할 것이다.

덴마크는 지역난방도입으로 에너지절약효과를 가장 크게 본 나라로도
평가되고 있다.

석유파동이후 GNP가 증가함에도 총에너지사용량이 감소한 유일한 나라인
때문인데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지역난방의 보급확대가 가장 근인으로
꼽히고 있다.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산하기구인 IEA(국제에너지협회)의 덴마크
대표면서 메트로폴리탄 코펜하겐 히팅 트랜스미션사의 H.C. 모텐센 회장은
"덴마크에서 지역난방이 궤도에 올라서면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은
72년께인데 당시 열병합발전소건설이나 환경오염등 문제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나 지금은 어떠한 문제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모텐센 회장은 "열병합발전을 모태로 한 덴마크의 지역난방보급률이 현재는
50%선이나 21세기초에는 95%수준까지 올라갈 것으로 확신한다"고 전망하고
"여기에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반드시 수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프랑스는 지역난방측면에서 재미있는 나라다.

수도 파리와 주변 일드 프랑스지역의 지역난방 보급률은 40%로 비교적
높은 반면 프랑스 전지역의 보급률은 3%에 불과한 때문이다.

이같은 현상은 파리를 중심으로 일찍이 도입된 지역난방이지만 오랜
역사에도 불구, 중.남부를 중심한 온화한 기후 그리고 국가 독점적인
원자력 중심의 에너지정책이 그 이유다.

그러나 지역난방에 사용되는 연료는 석탄, 중유 등과 같은 화석연료의
사용비율이 균일한 채 다원화되어 있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우리나라와는 연료정책면에서 엄청난 차이를 볼 수 있는 것이다.

에펠탑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거리에 있는 빌딩군의 한가운데에
그레넬열병합발전소가 자리잡고 있다.

파리의 열공급회사인 CPCU(Compagnie Parisienne de Chauffage Urbain)
소속의 이 발전소를 보면서 많은 생각을 갖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래전에 지어진 것이라고는 해도 파리시민들이 도심 한가운데 이런
시설이 있다는 것을 혐오스럽게 생각하지 않을까하는 "단견"도 거기에 물론
포함됐다.

그러나 발전소를 안내한 사람의 설명은 의외로 단순했다.

"이 시설로 혜택을 보는 사람들이 파리시민들인데 그럴 리가 없습니다.

혐오시설 이야기를 했는데 환경적 측면이나 건강측면에서 문제가 있다면
시민들이 어떤 행동에 나서기 전에 우리가 먼저 가동을 중단하던지 철거
하던지 할 것입니다"

지역난방과 관련된 사항들을 알아보기 위해 유럽 몇나라를 돌아보면서
가진 느낌은 보급확대나 원료로 사용되는 에너지문제에 있어 우리의 일부
정부관리들이 가지고 있는 폐쇄적인 문제접근방식이 하루빨리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선진국들에 비해 시작도 늦었고 전문가도 많지 않은 상태에서 그나마
탄력적인 대응없이 어떤 원칙을 고수하는 것은 많은 국민들의 삶의 질에
적지않은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때문이다.

< 양승현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