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무원이 적법절차에 따라 업무를 처리한 뒤에 민원으로부터 돈을
받았다 하더라도 이는 해임사유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특별2부(주심 이용훈대법관)는 11일 전부산광역시 금정구청
건축과 직원 최영희씨(경남 양산군 웅상읍 평산리)가 금정구청장을 상대로
낸 해임처분취소 청구소송 상고심에서 이같이 판시, 원고승소판결을
내린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원고가 민원인의 건축허가신청을 적법하게
처리한 2개월뒤 민원으로부터 "어려운 생계가 보태쓰라"는 말과 함께
2백만원을 받은 사실이 인정된"며 "이는 공무원의 순결성을 보호하면서
직무와 관련된 일체의 금품수수를 배제하려는 지방공무원법의 취지에
위배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원고가 민원으로부터 2백만원을 받은 것은 징계사유일
뿐만 아니라 형법상의 범죄행위에 해당하며 그 액수 또한 소액으로
보기어렵다"며 "원고의 근무경력과 어려운 형편을 감안하더라도
해임처분은 정당하다"고 덧붙였다.

이에앞서 부산고법은 "원고의 수뢰행위는 징계사유에 해당된다"면서도
"원고가 징계받은 사실이 한차례도 없을 뿐 아니라 부산시로부터 3회의
표창을 받았고 15평짜리 공무원 임대아파트에서 처자를 부양해 성실히
살아온 점을볼 때 해임은 지나치다"며 피고 금천구청에게 이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원고 최씨는 92년 10월 평소 알고지내던 김모씨의 이전건축 허가신청
문의에 상담해주고 이를 적법절차에 따라 처리해 준 뒤 같은해 12월
김씨로부터 사례비명목으로 2백만원을 받은 사실이 드러나 해임되자
소송을 냈다.

< 윤성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6년 1월 12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