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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중식 편집국부국장 우리나라의 대표적 기술관료인 오명건설교통부장관이
지난달 28일 아시아대양주정보산업기구(ASOCIO)가 선정하는 "정보산업발전
공로자상"의 첫 수상자로 선정됐다.

지난 70년대 우리나라의 정보통신혁명을 주도하면서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국가 기간통신망을 구축한 공적과 이 부문에서의 아시아대양주
국가간 협력체제 토대 마련에 앞장서온 공로가 높이 평가된 것이 수상
배경이다.

정보통신통으로 불리는 오장관이 사회간접자본(SOC)의 확충을 전담하는
교통.건설부문의 정부 각료를 맡아 행정을 이끌어 온지도 만 2년이 돼가고
있다.

93년 12월 22일 교통부장관으로 취임한뒤 지난해 12월 24일에는 건설부와
통합된 건설교통부장관직을 맡아 업무를 수행해 왔다.

SOC의 중요성및 시설확충 필요성이 가장 부각된 시점에서 건교부장관에
취임한 오장관은 그간 <>영종도신공항 <>경부고속철도 <>가덕도신항만
<>국가기간교통망구축등 굵직굵직한 국책사업을 추진해 왔다.

또 최근에는 물류대상을 제정, 물류에 대한 국가적 관심을 고조시키는
한편 제3차국토종합개발계획 수정안및 수도권재정비계획을 마무리중이다.

본사 문중식편집부국장이 문민정부 최장수 경제장관으로 기록될 오장관을
만나 재임기간을 반추하고 그가 가지고 있는 미래지향적 건설교통행정
계획과 앞으로의 비전을 들어본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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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부국장 =최근 정가 일각에서 내년 총선출마설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더군요. 사실입니까.

<> 오장관 =지금까지 기자들에게 사실을 숨기고 말한 적이 없습니다.

얼마전 출입기자들이 묻기에 "출마설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습니다.
출마설이야 선거때마다 있는것 아닙니까. 지난번 지방선거때는 서울시장
후보설도 있었고 대전에서 나온다는 소문도 있었습니다.

설이야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도 없고 또 솔직히 말해서정치에 입문할 의사도 없습니다.

기술관료로만 일해왔기 때문에 정치무대에서 제몫을 다해낼지 자신이
없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현정부의 녹을 먹고있는 현직각료로서 자기
의사를 공개적으로 피력할 수는 없는일 아닙니까.

<> 문부국장 =잘 알겠습니다. 지난해말 건설부와 교통부가 통합되면서
이질적인 두부처의 통합에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높았었습니다.

그러나 1년이 지난 지금 성공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통합된
건교부를 이끌어 오시면서 어려웠던 점이 많았을텐데요.

<> 오장관 =단점도 있지만 장점이 더 많다고 생각합니다.

예를들면 국가기간교통망구축계획 같은 경우 예전에는 교통부와 건설부로
업무가 분리돼 있어 계획수립에 시간이 많이 걸렸으나 한식구가 되면서
한개의 플랜으로 아주 효율적으로 추진할수 있었습니다.

한강 굴포천공사, 경인운하, 신공항고속도로 건설등도 모두 마찬가지
입니다. 또 각종 법률안의 단일화에도 매우 효과적이었습니다.

다만 부처가 너무 커져 직원들의 인사라든가 융화에 다소 애로는
있었습니다. 그래서 업무에 차질을 빚지 않는 범위내에서 교차인사를
꾸준히 실시하며 업무간 이해를 도모했습니다.

아직은 보직변경 인사때마다 출신부별 알력이 약간 남아있는게 사실입니다.
앞으로 2~3년정도 시간이 지나면 모두 자연스럽게 해결되리라 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소득은 부처통합으로 건설교통행정분야의 규제가 크게
완화됐다는 것입니다.

<> 문부국장 =규제완화에 대해서는 아직도 미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더군요.

<> 오장관 =아직도 일부 공무원들은 관의 조정및 제약이 없으면 부작용이
생긴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게 사실입니다. 우리 건교부의 경우 교차인사를
하다보니 많은 공무원들이 전혀 새로운 분야에서 업무를 대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히 새로운 시각에서 정부의 행정을 검토해보게 되고 문제를
쉽게 풀어나가려는 경향이 있더군요.

지난 1년간에 걸쳐 분야별로 1백~2백개에 이르는 건교부의 각종 훈령및
지침 등을 통폐합해 한권의 책으로 정리한 것도 모두 규제완화를 위한
조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건교부는 장기정책만 수립하고 각종 인허가 사항은 지방
자치단체장에게 위임하도록 했습니다. 상당히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
합니다. 정부 부처내에서 이런 작업을 한 것은 건교부가 처음일겁니다.

<> 문부국장 =문민정부 경제장관으로서 최장수를 기록하고 있는데 그동안
보람을 느낀 일이 있다면.

<> 오장관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이 가장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에 이토록
훌륭한 부처를 맡아 행정을 꾸려왔다는게 커다란 보람입니다.

건교부로서는 지금이 가장 중요한 시기입니다. 인류사 측면에서 보면
이제 제3의 물결이 우리 가까이에서 거세게 몰아치고 있습니다.

우리 선조들이 제2의 물결에 대처못해 후진국으로 전락하고 말았었지만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제3의 물결에 철저히 대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WTO
체제에 대처하기 위한 경쟁체제를 조속히 갖춰야 합니다.

다가오는 21세기는 분명히 동북아시대가 될 것입니다. 우리는 동북아시
대의 주인공이 되기 위해 중국이나 일본보다 우월적 위치를 차지할수
있도록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이처럼 중요한 시기에 정보통신과 사회간접자본을 책임지는 각료를
지냈다는게 얼마나 큰 자랑이며 보람입니까.

<> 문부국장 =이처럼 중요한 시기를 맞아 건교부가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업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 오장관 =통신쪽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러나 건교부는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교통난 해결및 경쟁력 있는 수송체계를 갖추기 위해 빠른 시일내에
대도시기간교통망을 구축해야 하고 물류비 절감을 위한 장기계획도
추진해야 합니다. 이 부문에 대해서는 이미 마스터플랜이 모두 마련돼
있습니다.

또 국토를 경쟁력 있는 개방형으로 개발하기 위한 제3차국토종합개발
수정안및 수도권재정비계획이 마무리단계에 있습니다.

수도권의 경우 무조건 억제만 할 것이 아니라 한걸음 더 나아가 경쟁력
있는 공간으로 재배치하는 일이 중요합니다. 수도권 정책의 방향전환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 문부국장 =수도권재정비계획이 신도시건설로 비쳐지면서 곤욕도
치르셨는데 장관께서 갖고 있는 구상의 실제 모습은 어떤 것입니까.

<> 오장관 =분당이나 일산과 같은 베드타운을 추가로 건설하자는게
아닙니다. 21세기 동북아시아시대에서 일본의 도쿄나 중국의 북경 상해
등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수도권으로는 안된다는게 제 소신입니다.

우리의 경우 "수도권"하면 서울을 지칭합니다. 수도권의 개념은 그게
아닙니다. 국가의 중심권을 말하는 거죠.

지금 서울에 편중돼 있는 인구및 산업시설을 주변권으로 분산 재배치
하자는게 제 구상입니다.

서울 주변의 기존도시에 산업단지및 주거시설을 적극 유치해 인구도
분산하고 수도권의 기능도 강화하자는 것입니다.

<> 문부국장 =수도권재정비와 더불어 영종도를 세계도시로 건설하는 것을
"오장관의 2대 구상"으로 부르고 있는데 세계도시는 어떤 형태로 개발
됩니까.

<> 오장관 =영종도신공항은 김포공항을 대체하는 개념이 아닙니다.

새로운 기능을 부여하게되지요. 현재로서는 영종도신공항이 동북아
중심공항이 될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멀지않은 시기에 1천명이상의 승객을 실어 나르는 대형여객기가 출현할
겁니다.

이들 대형여객기가 영종도를 중심으로 뜨고 내리고 세계 각국의
여객들은 영종도에서 셔틀항공기로 갈아타고 동남아나 일본 중국으로
가게 되는 거죠.

국제 중심공항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영종도를 드나들게 될것입니다.

여기에 항만(Seaport)과 첨단정보통신망(Teleport)을 추가해 트라이포트
(Triport)를 구축하고 각종 첨단 업무시설을 유치하면 세계에서 가장
편리한 자유무역업무지대가 될 것입니다.

세계도시는 그런 개념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세계도시에 유치되는
기업에 대한 과감한 규제완화및 금융.세제지원이 뒤따라야 합니다.

영종도세계도시가 건설된다면 우리나라의 10년후 모델을 보여 주게 될
겁니다.

세계도시 건설은 비록 제 개인적 소망에서 시작됐지만 이제는 학계및
언론에서도 상당한 공감대를 형성해 가고 있는 중입니다.

<> 문부국장 =물류대상을 제정하는등 최근에는 물류쪽에도 상당한 관심과
열의를 보이고 계신데.

<> 오장관 =구체신부 시절부터 물류에 관심이 많았습니다. 당시 고속도로
를 달리는 화물차중 약 30%가 빈차로 달리는 모습을 보고 "화물정보시스템만
갖추면 저런 낭비는 없을텐데"라고 늘 생각했습니다.

지금 우리나라의 물류비는 기업의 제조원가중 약17%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7%,일본의 11%에 비해 훨씬 높은 것입니다.

결국 과중한 물류비 부담이 기업의 가격경쟁력 저하로 이어지고 있는
실정입니다.

다행히 요즘은 이 부문에 대해 관계부처 협의도 잘 이뤄지고 기업들도
적극 나서고 있어 낙관적입니다.

<> 문부국장 =교통지옥이라고 불리는 도시교통은 언제쯤 좋아지게
되겠습니까.

<> 오장관 =도로증가율이 자동차증가율을 따라가기 힘든 상황에서는
획기적인 개선을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정부가 추진하는 대도시 순환고속도로 건설및 기간교통망
구축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된다면 지금보다는 교통난이 훨씬 완화될
것입니다.

도시교통난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교통수요를 어떻게 줄이느냐가 관건
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도시계획적 접근과 교통수요 억제정책이 병행돼야 합니다.

도시계획 측면에서는 직장과 주거시설이 근접해 있도록 해야 합니다.

예를들면 유럽처럼 주상복합건물을 늘려나가고 분당 일산과 같은 신도시에
자족기능을 부여, 베드타운에서 탈피하도록 하는 것 등입니다.

또 교통수요 억제를 위해 대중교통수단을 활성화하고 자가용에 각종
부담을 가중시키는 방안도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것은 도시계획 측면에서의 도시교통정책이 실효를 거두는
시기에 시행돼야 할 것입니다.

<> 문부국장 =올들어 미분양 아파트가 크게 늘어나면서 주택건설업계가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습니다. 근본적인 대책은 분양가 자율화가
아닐까요.

<> 오장관 =개인적으로는 분양가를 자율화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물가문제와 연결돼 정부입장에서는 섣불리 결정할 수 없는
일입니다.

아직도 대다수 서민들은 내집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분양가 자율화는
곧 분양가 인상을 의미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지난번 "주택시장 안정대책"을 발표할때 일부 지방의 중대형 아파트를
대상으로 단계적 자율화 조치를 취한바 있습니다.

분양가 자율화를 위한 첫 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획기적 조치였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분양가를 강제로 묶다보니 부실시공과 저질 아파트의 양산이 초래된
점도 있습니다.

국민들의 공감대를 형성해 가면서 서서히 확산해 나간다면 큰 문제는 없을
것으로 봅니다.

<> 문부국장 =비자금파문과 5.18특별법 제정등 나라안이 온통
시끄럽습니다. 혼란스러운 현재의 시국을 어떻게 보십니까.

<> 오장관 =과거청산이 얼마나 어렵고 고통스러운 일인지 국민 모두가
체감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이 많다고 봅니다.

때묻은 과거를 하루빨리 청산하고 21세기에 대비한 국력 극대화를 꾀해야
할 것입니다.

<> 문부국장 =장시간 좋은 말씀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리 = 김상철 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2월 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