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전대통령은 15일 오후 2시 48분 검찰에 재소환된 지 약 30시간만에
영장집행을 위해 대검찰청사 본관 1층에 모습을 드러냈다.

철야조사를 받은 탓인지 초췌한 표정이 역력했으며 구치소로 향하는
전직대통령이어야 한다는 수치스럼움과 체념이 표정에 교차하는 듯했다.

그래서인지 전직대통령에서 피의자가 전락해 사진기자들 앞에 선 그의
모습은 실패한 인생의 전형처럼 초라했다.

노전대통령은 초라한 모습으로 검찰청사를 빠져나가 경기도 의왕시 포일동
서울구치소로 향했다.

<>.초읽기에 돌입했던 노전대통령의 사법처리는 이날 오후 1시25분
검찰이 전격적으로 서울지법에 구속영장을 청구하면서 본격화.

노전대통령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 검찰은 1차구속만기일인 25일까지
수사를 마무리하지 못하면 1차례 더 구속기간을 늘려 다음달 5일까지
구속을 연장할 계획.

검찰은 이날 새벽1시30분까지 노전대통령에 대한 조사를 대체로
마무리한 뒤 이정수 수사기획관을 비롯, 문영호 중수2과장, 김진태 검찰
연구관등이 주축이돼 구속영장 초안을 작성, 이날 아침 9시께 안강민
중수부장에게 보고.

안중수부장은 이문안을 김기수 총장에게 보고했으며 오전중 김총장의
결재를 받아 최종 문안정리작업을 벌였다고 검찰관계자는 전언.

<>.노전대통령의 구속영장은 16절지 5장분량으로 보통 영장보다 상당히
긴 편으로 제1장에는 16일자로 영장이 청구됐음을 알리는 날짜가 기록돼
있으며 노전대통령을 직접조사했던 문과장이 영장청구검사로 서명날인.

이어 노전대통령의 현주소와 주민등록번호 성명 연령등이 차례로 기재
됐으며 직업란에는 "무직(전대통령)"으로 기록.

그러나 영장에 노태우전대통령의 한자이름을 "노태우"라고 기재하는
중대한 실수를 범하기도.

<>.범죄사실을 기록한 별지 첫머리에는 육군대장 내무부장관 민정당
총재등 노전대통령이 거쳐왔던 여러 관록들이 나열돼 있어 화려했던
한인물의 몰락이 더욱 부각되기도.

검찰은 구속영장에 별지로 첨두된 구속필요사유의 끝부분에 "직무에
관하여 뇌물을 수수한 자로서 증거인멸의 우려가 있음"이라고 평가하는등
구속수사의지를 강력히 표현.

<>.검찰은 당초 "노전대통령이 청와대 접견실과 별실등에서 돈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으나 이날 노전대통령의 구속영장에는 "청와대내
대통령집무실"에서 재벌총수들로부터 검은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 눈길.

법조계 주변에서는 이와관련, "도대체 국민의 안위를 위한 국정을 논해야
하는 우리나라 최고 총수권자의 집무실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졌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분통을 터뜨리기도.

<>.노전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은 이날 정오께 대검을 출발, 영장청구
관청인 서울지방검찰청 이종찬 3차장실에 도착, 이차장의 검토를 거쳐
최종적으로 최환지검장이 1시간 가량 검토작업을 벌인 뒤 곧바로 영장담장
판사인 이정호 서울지법 형사항소6부 판사에게 접수.

검찰로부터 구속영장 청구서와 함께 사건기록을 건네받은 법원은 휴가중
이던 형사수석판사가 출근하고 구속영장을 심리하는 판사의 재판까지
다른판사에게 맡기는등 만반의 준비.

이날 오후 1시26분 대검 중수2과 수사관3명이 하늘색 보따리에 싸 가지고
온 "비자금 관련사건기록"이라는 제목의 내용물은 총1천쪽 분량으로
비자금사건의 첫발설자 하종욱씨로부터 30대기업인 총수들의 진술기록등
이번사건과 관련된 기록등이 모두 첨부.

5분뒤 서울지법 영장계 오형식 주임이 영장심리를 맡은 서울지법 형사
항소6부 김정호판사방으로 기록을 가져오자 김판사는 "다른사건과
마찬가지로 정밀하게 기록을 검토해 처리할 것"이라고 소감을 피력.

<>.노전대통령이 구속수감된 서울구치소측은 이날 오전부터 수감방
선정과 전직대통령에 대한 예우등을 논의하는등 부산한 움직임.

서울구치소측은 그러나 일단 노전대통령이 이날오후 구속수감되자
구치소내에서 노전대통령의 경호를 전담할 교도관 6명을 미리 선정,
이들을 2명씩 3개조로 나눠 8시간씩 하루24시간 밀착경호하라고 지시.

또 노전대통령의 수감방을 일반수감자들이 수감된 장소와 떨어진 주로
사회저명인사들이 묶고 있는 곳으로 선정.

<>.노전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이날 서울 연희동 노전대통령의
집은 겉으로는 평온한 모습이나 침통한 분위기.

노전대통령집 주변은 그동안 진을 치고 있던 2백여명의 취재진들과
취재차량들이 대부분 대검청사와 서울구치소로 빠져나가 한산했고 경비
경찰도 다소 줄었으나 부인 김옥숙씨와 아들 재헌씨 내외등 가족들의
침통함은 극에 달한 느낌.

연희동측은 "김여사와 아들 내외가 방에서 한발짝도 나오지 않아 얼굴을
볼수 없었다"면서 "사람이 사는 집같이 느껴지지 않았다"고 참담한
분위기를 설명.

< 윤성민.한은구.송진흡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7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