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기업인 조사가 막바지국면으로 접어듬에 따라 이들의 사법처리방향
에 촉각이 곤두세워지고 있다.

검찰은 당초 노전대통령을 사법처리하기 위해서는 몇몇 기업인들로부터
노전대통령에게 대가성 뇌물을 줬다는 진술을 받아내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이를 확보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인 것으로 보인다.

각종 대형국책사업에 연루된 기업총수들릴 수록 유별나게 장시간 조사한
것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의 기대와는 달리 조사를 받은 기업총수들은 한결같이
노전대통령에게 돈을 주긴 했으나 그 명목은 떡값, 정치헌금 등 단순 성금
이었을 뿐 특혜나 이권을 얻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처럼 대기업총수들로부터 노씨의 수뢰혐의를 입증할 직접적인
진술을 얻어내는 것이 어려워지자 기업인 조사의 목적을 일부 수정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기업인들로부터 최소한 "언제 얼마만큼의 돈을 어떻게 마련해 무슨 명목
으로 줬느가"하는 것만은 분명히 해두자는 것이 검찰의 계산인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검찰은 기업인들이 노씨의 재임중 <>특별한 명목이 없는 인사치레,
<>체육진흥성금이나 불우이웃돕기성금 <>선거철에 제공된 헌금등의 명목
으로 1회에 10억원씩 모두 1백억원~3백50억원씩의 돈을 줬다는 사실을
밝혀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중 뚜렷한 명목 없이 소위 떡값조로 준 돈의 일부가 해당 기업이
관련된 대형인허가 사업의 선정시기와 맞물려 있다는 사실에 주목, 일부
기업의 경우는 뇌물공여로도 볼 수 있다는 입장이다.

검찰은 또 88년과 92년 두 차례의 총선 직전에 각 기업체 대표들이 준
돈은 정치자금으로 간주하고 있다.

검찰이 일부 기업에서 잡아낸 뇌물공여및 정치자금 부정 기부혐의는 관련
기업총수보다는 노전대통령을 사법처리하는데 더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그 이유는 대부분의 기업을 이 두가지 혐의로 처벌하는데 있어 공소시효가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우선 뇌물공여의 경우 현행법은 금액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그 시효가
5년이어서 90년 이전에 건네 진 돈에 대해서는 사법처리가 불가능하다.

또 정치자금법은 공소시효가 이보다 짧은 3년이어서 92년말 이전에 준
돈은 법의 저촉을 받지 않게 된다.

따라서 검찰이 사법처리할 수 있는 대상은 92년말 이후 정치성금을 낸
기업인과 91년 이후에 뇌물로 명백히 입증되는 돈을 준 기업인들로 제한돼
대부분의 기업인들이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함께 뇌물과 정치자금을 명확히 구분하는 것도 여전히 문제로
남아있다.

검찰 관계자는 이에 대해 "지금까지 수사결과 대기업총수들이 노씨에게
건넨 돈의 성격을 뇌물로도 보기에도, 그렇다고 정치자금으로 보기에도
쉽지 않은 케이스가 대부분"이라며 "설령 대기업총수들이 청와대 접견실
에서 노전대통령에게 손수 돈을 준 경우라도 이 과정에서 직접 어떤 청탁을
한 예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같은 정황을 비추어볼때 검찰이 기업인 조사에서 확보한 진술은
노전대통령에게 큰 부담이 될 것만은 분명한 사실이다.

만일 노전대통령이 받은 돈중 일부가 뇌물로 판명될 경우 액수가 1천만원
이상이기 때문에 공소시효가 10년인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적용을 받는다.

또 정치자금이더라도 재임기간중 대통령에 대한 시효가 정지된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에따라 96년 2월까지 시효가 남게 된다.

뿐만아니라 검찰은 이번 수사와 관련해 유일하게 피의자로 지목한 배종렬
전한양회장등 2~3개 기업인의 혐의만으로도 노전대통령을 기소할 수 있다고
자신하고 있다.

검찰은 기업인의 사법처리를 최소화하면서도 노씨만은 확실하게 옥죈다는
기존 방침을 견지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윤성민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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