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할 수 없다" "기밀이다" "모른다"

요즘 시중에는 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을 수사중인 안강민대검중수부장이
주로 사용하는 이런 말들이 대유행하고 있다.

부정적인 내용을 담은 이런 말들은 안부장이 정례브리핑에서 취재진의
날카로운 질문을 비켜가기 위해 사용하는 것으로 시중에서는 이를 빗대어
어떤 질문에도 "말할 수 없다" "기밀이다" "모른다"고 대답하는 언어유희가
확산되고 있다.

특히 그룹총수들의 잇따른 검찰소환조사로 홍역을 겪고있는 기업체와
압수수색에 시달렸던 금융계 샐러리맨들 사이에서는 "점심약속이 있느냐"는
의례적인 질문에도 "말할 수 없다" "기밀이다"등으로 농담반 진담반식으로
응대하고 있다.

심지어 초등학교 학생들도 "엄마 계시니"라는 아빠의 전화에 대해
"말할수 없습니다"라고 대답, 아빠를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한다는 것.

그러나 이런 유행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보는 쪽은 비자금사건을
취재중인일선기자들.

기자들은 노전대통령 비자금사건에 연루된 금융계와 업계에 사실확인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으나 취재원들이 한결같이 "기밀이다"등으로
"언어장벽"을 치고나오는 통에 애를 먹고 있다.

안강민부장의 이름중 받침을 다뺀 "아가미"를 별명으로 갖고 있는
안부장은 유행어를 낳은 유일무이한 검사장급 검사가 된 셈.

<송진흡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