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현장의 일꾼인 샐러리맨들은 요즘 흔들리고 있다.

무려 50여개 기업이 노태우전대통령에게 비자금을 준 혐의로 줄줄이
검찰조사를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샐러리맨들은 자기회사가 포함돼있지 않은가 노심초사하고 있으며
자신과 회사의 미래를 몹시 우려하고 있다.

그러면서도 이들은 3일 30대그룹 총수의 대국민사과성명발표를 앞두고
한목소리로 "사업을 위해 정치권에 검은 돈을 제공하는후진적 풍토는 이제
없어져야 한다"는 따끔한 충고도 잊지 않았다.


<>이해익씨(40.K자동차 사원)=비자금을 내야만 사업을 할수 있는
우리재계의 풍토가 개탄스럽다.

이번 비자금사건은 권력을 이용한 측면이 많지만 기업들이 권력과 야합해
순식간에 사세를 키워야겠다는 의식도 크게 작용했다고 볼수있다.

기업들은 앞으로 권력과의 유착관계를 통해 경영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떨쳐버리고 기술개발등을 통해 스스로 발전한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그러나 현재 국내의 정치.경제상황으로 볼때 권력의 비자금 요구를
기업이 거절할수 없기 때문에 재계가 뭉쳐서 이를 단호히 배척하고 선의의
경쟁을 통해 생산활동에 나서야 할 것이다.


<>최창림씨(39.S항공과장)=기업들은 이번사건을 계기로 본연의 기업가
정신으로 돌아가야한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몇몇기업주들을 본보기로 처벌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그렇지 않을 경우 이같은 비정상적인 활동은 계속 될 것이고 정상적인
활동을 펼쳐온 기업들은 크게 실망할 것이다.


<>박회림씨(40.쌍용자동차부장)=노태우씨 비자금과 관련해 크고 작고간에
관련안된 기업이 있겠는가.

적극적으로 이권에 개입해서 비자금을 준 기업도 있겠지만 마지못해
따라간 기업이 더 많을 것이다.

이런점에서 기업전체로 수사대상을 확대하는 것은 경제에 악영향을 끼쳐
국제경쟁력 차원에서 막대한 손실이 예상된다.

현재는 높은곳에서의 나쁜 관행은 없어진 편이나 말단에서의 좋지못한
관행이 여전하다.

이런 것을 고치는 것이 더 시급하다고 본다.


<>이승일씨(38.진로그룹 홍보팀과장)=이번 기회에 정치권과 재계의
자금수수를 통한 악성 연결고리를 끊어야한다.

틀에 맞춰진 수사에서 탈피, 유착관계의 전모를 밝혀야한다.

기업인들도 글로벌시대의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정상적인 기업활동에
나서야지 더이상 정치권에 의지하는 구시대의 관행에 젖어서는 안된다.


<>전민구씨(34.세영정보통신과장)=비자금수사가 기업활동을 위축시키는
방식으로 전개돼서는 안된다.

그러나 정당한 게임의 룰을 지키지않은 기업들은 발본색원해야한다.

적게는 수백만원이 없어서 밤잠을 설쳐대는 중소기업사장이 있는터에
수십억원을 로비자금으로 제공,기업을 키우는 그릇된 풍토를 이번 기회에
일소해야한다.


<>전호무씨(34.풍산금속수출부대리)=말단 샐러리맨들이 동경의 대상으로
삼고있는 기업 총수들이 검은 돈을 앞세워 권력과 거래를 했다는게 가슴
아프다.

근로자들이 생산현장은 물론 사무실에서 뼈빠지게 일하며 벌어 들인 돈이
사회환원보다는 권력층으로 흘러 들어갔다는 사실에 배신감을 느낀다.

전체 기업인이 이번 사건을 정화의 계기로 삼아 앞으로는 국민들로터
존경받을 수있도록 거듭나야 한다.


<>권기현씨(33.나드리화장품과장)=국민들은 돈을 받은 사람도 나쁘지만
돈을 준 사람도 나쁘다고 보고 있다.

국민들을 상대로 돈을 버는 기업이 그 돈으로 국민들의 의욕을 꺾는
일을 해서는 결코 안된다.

이제 우리 기업도 이권이나 특혜사업보다는 정상적인 영업활동으로 돈을
버는 풍토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이번 사건이 그간 관행으로 돼온 정경유착의 고리를 끊는 기회가 됐으면
한다.


<>이윤섭씨(37.효성바스프 과장)=이번 비자금파문을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정경유착의 고리를 확실하게 끊는 계기로 삼아야한다.

평범한 샐러리맨이 평생을 일해도 모으기 힘든 돈을 아무런 거리낌없이
음성적으로 주고받는 행태는 결국 국민의 부담으로 돌아오게된다.

기업의 부담은 샐러리맨들의 임금이나 제품의 소비자가격에 그대로 반영될
것이기 때문이다.

기업들도 이제 정도경영을 걸어야한다.


<>박승운씨(34.두원공조 대리)=사실 그동안 우리나라 기업들은 지나치게
정치지향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정치와 경제운용의 논리가 다르듯이 정치권과 기업들도 국가공동체의
발전을 위해 자신의 역할을 재정립해야 한다.

< 사회부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1월 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