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태우전대통령의 비자금 파문에 대한 여권의 해법이 "사법처리"쪽으로
가닥을 잡아감에 따라 검찰이 향후 어떤 수순을 밟아갈 것인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검찰 고위 관계자는 26일 "계좌추적과는 별도로 노전대통령의 직접진
술이사건의 전모를 파헤치는 지름길로 판단,노전대통령을 조속한 시일
내에 직접 조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라고 밝혀 노전대통령에 대한
조사시기가 임박했음을 시사했다.

민자당이 이날 열린 고위당직자회의에서 "결코 정치적 해결이나 수사
의 은폐.축소는 있을 수 없다"고 의견을 모은 것도 이와 맥을 같이 하는
것이다.

검찰의 노전대통령 조기조사와 관련,관심거리는 검찰이 노전대통령을
언제 어떤 방법으로 조사하며 또 어느정도 수위로 사법처리 하느냐는 것.

우선 조사시기와 관련해서는 김영삼대통령의 귀국시기와 밀접한 관계가
있을것이라는 분석이 대두되고 있다.

검찰의 수사가 착수될 때부터 정부는 "대통령이 귀국하기 전에 사태
해결의 골격을 잡아 놓는다"는 방침을 거듭 강조한 바 있다.

이와 관련 검찰 주변에서는 김대통령의 귀국일자인 28일을 전후해 모종
의 전격 조치가 있을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조사방법에 대해서는 검찰은 그간 서면조사와 방문조사 두 가지를 놓
고 다각적인 검토를 해왔다.

그러나 검찰 고위관계자가 "노전대통령의 직접 진술을 받을 방침"이라고
밝힌 만큼 일단 서면조사는 배제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검찰은 현재 방문조사나 검찰 청사가 아닌 제3의 장소에서
면담조사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여론의 강력한 반발을 살 우려가 있다는 점이 검찰의
고민거리로 남는다.

특히 최근 여론은 "이번 사건만은 반드시 소환조사해야 한다"는 것이
어서 검찰내부에서도 "소환불가피론",더 나아가 "구속 불가피론"까지 거
론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법처리 여부는 돈의 성격과 깊은 관련이 있다.

만약 노전대통령이 받은 돈의 성격이 각종 이권과 특혜와 연루된 것으
로 판명된다면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의 수뢰죄를 적용법률로 생각할 수
있다.

이 경우 쟁점이 되는 것은 돈을 준 기업체들이 "순수한 마음에서 드린
통치자금이다"며 자금의 성격이 대가성이 아니라고 주장할 때이다.

그러나 삼풍사건이나 인천 세도 사건에서도 알 수 있듯 최근 판례는
공무원이 명절 떡값명목으로 돈을 받아도 뇌물성으로 인정하고 있는
추세다.

또 기업체의 항변이 인정된다고 해도 정치자금법 위반이 적용될 가능
성이 있다.

정치자금법에는 정치인이나 정당만이 연간 한도액 내에서 선관위 신고
를 거쳐 정치자금을 받을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이를 고려할 때 노전대통령은 정치인이라기 보다 최고위직 공무원에
가깝고 또 그는 선관위에 신고도 하지 않은 만큼 적용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정치자금법을 적용할 경우에도 공소시효가 3년이라는 점과
"대통령은 내란.외환등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형사상의 소추를 당하지
않는다"는 불소추 특권이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검찰은 계좌추적 과정에서 공소시효에 저촉되지 않는 비자금이
나올 가능성이 높은 만큼 법률 적용 가능성에 대한 다각적인 검토를 벌
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윤성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7일자).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