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우전경호실장이 신한은행 서소문지점에 입금된 4백85억원이
노전대통령이 쓰다 남은 돈이라고 진술한 만큼 원래 총조성액이
얼마인지 조사할 필요가 있으며 이번 수사도 그것을 하기 위한 것이다"
(24일 오후.안강민대검 중수부장)

"계좌 추적 결과 노전대통령의 비자금이 거의 1백% 돈세탁 사실이
확인됐으나 계속(추적) 하다보면 이외의 비자금을 발견할 가능성이 크다.

몇달 여유잡고 해야 "광범위"한 수사를 할 수 있다"(25일 오전.안중수장)

노전대통령 비자금을 수사하고 있는 검찰의 태도가 급변하고 있다.

당초 이번 수사는 "신한은행의 4백85억원에 국한되는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하던 검찰이 최근들어 수사범위를 노씨의 비자금 전체, 즉 "4천억원
수사"로 확대하고 나선 것이다.

검찰의 이같은 방향 선회는 24일부터 실시된 대대적인 계좌추적과 함께
수사의 전면확대를 통해 "노씨의 고해성사"를 유도하면서 사태를 조기에
마무리 지으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을 낳고 있다.

즉, "4천억 수사확대"라는 카드로 연희동측에 "목조르기"를 시도, 검찰이
밝힐 부분을 노씨가 자백하게큼 하겠다는 의도로 비춰지고 있는것이다.

이와 관련, "노씨가 먼저 모든 것을 털어놓을 때 어떻게하겠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검찰관계자가 "그때 가서 생각해 보겠다"고 답한 것은
시사하는바가 크다.

이 관계자의 말은 경우에 따라서는 전직 대통령을 소환하거나 아니면
더 나아가 그에 대한 사법처리도 불가피할 지 모를 이번 사건이 "결자해지"
에 의해 해결된다면 그 모양새는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않겠느냐는 은근한
기대를 깔고 있는 것이다.

검찰내부의 이같은 분위기는 현재 정치권에서 감지되고 있는 기류와도
일맥상통한다.

정기권에서는 노씨가 검찰에 의해 사법처리되기 보다는 그가 자발적으로
전모 공개와 함께 대국민 사과를 한 후 낙향 이나 해외거주를 선택해야
한다는 주장이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김윤환민자당 대표위원이 24일 "이같은 견해를 22일 노전대통령쪽의
서동권전 안기부장에게 전달했다"고 밝힌 것이나 정해창전비서실장을
주축으로 노전대통령의 핵심측근들간에 이같은 대처방안이 신중히 검토
되고 있다는 소식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그러나 검찰과 정치권의 이같은 교감에도 불구하고 예기치 않은 돌발
변수가 일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우선 노씨가 "버티기"를 강행하는 상황을 생각할 수 있다.

이는 연희동측이 24일 "검찰수사가 끝나기 전에 비자금조성경위등
입장표명을 할 수 없다"고 표명한 것에서도 그 가능성을 읽을 수 있다.

이 경우 검찰은 현재 신한은행 서소문지점과 관련된 계좌에 머물러 있는
계좌 추적작업을 박계동의원이 최초 4천억이 빠져 나간 곳이라고 주장한
상업은행 효자동지점등으로 확대해 나가리라는 전망이다.

또 제일은행, 동화은행 등 야권의 폭로 부분도 적극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자세이다.

이와 함께 심지어 여권에서도 강력히 주장하고 있는 "사법처리 불가피론"
도 무시할 수 없는 변수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노전대통령이 만약 정치적 절충을 구하고 있다면
여권 모두가 망하고 그도 결국 한국에서 살지 못하게될 것"이라며 사법적
절차에 의한 처리가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박의원외에도 또 다른 "스타"가 나타나 제2, 제3의 폭로.고발이
일어날 경우 사태는 더욱 예측불허의 상황으로 빠져 들수도 있다.

만약 이같은 가능성들중 하나가 현실화 될 경우 "그 때 가서 보겠다"는
검찰관계자의 말이 어떤 방식으로 구체화 될지 지켜볼 일이다.

< 윤성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