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 차명계좌에 입금된 3백억원은 노태우 전대통령 재임당시
청와대 경호실장과 안기부장을 지낸 이현우씨(57)가 관리해온 돈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22일 오후 3시30분 서울 서초동 대검 청사로 자진 출두,"3
백억원 차명계좌에 입금된 돈은 내가 직접 관리해 온 것"이라고 밝혔다.

이씨는 그러나 "이 돈의 조성경위와 성격등에 대해서는 검찰 조사에서
모든 것을 밝히겠다"며 구체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대검 중수부(안강민검사장)는 이에따라 이씨를 상대로 3백억원의 실소
유주가 누구인지와 이 돈의 조성경위및 성격등에 대해 추궁할 방침이다.

검찰은 특히 이씨가 6공당시 노 전대통령의 경호실장과 안기부장을 지
낸 핵심측근이었던 점을 중시,3백억원이 노 전대통령의 돈일 가능성이
클것으로 보고 전주를 밝히는데 수사력을 집중시키기로 했다.

이 자금의 실제 전주가 노 전대통령이거나 차명계좌 입금과정에 노 전
대통령이 관련된 사실이 드러날 경우 이 사건은 6공의 정치비자금에 대
한 전면수사로 확대될 전망이다.

검찰은 조사결과 자금 조성과정에 불법 사실이 드러날 경우 이씨와 자
금의 실소유자 등에 대해 정치자금법및 탈세 등 혐의로 사법처리할 방침
이다.

이에앞서 안 중수부장은 "이 전경호실장이 이날 오전 최근 문제가 되
고 있는 신한은행 3백억원 차명계좌와 관련,본인이 알고 있는 내용을 검
찰에서 진술하겠다고 직접 전화를 해와 조사가 이뤄진 것"이라며 조사성
격이 자진출두에 의한 것임을 강조했다.

육사 17기인 이씨는 지난 88년 육본 인사참모부장을 끝으로 중장으로
예편한뒤 92년까지 노태우 전대통령의 경호실장을 4년간이나 역임했으며,
92년부터 93년 초까지 4개월간 국가안전기획부장을 지낸바 있다.

한편 검찰은 21일 소환,철야조사를 벌였던 하범수(68.전우일양행 대표),
최광웅(서부철강 대표),이화구(당시 서소문 지점장)씨등 차명계좌 명의대
리인 3명을 이날 오전 귀가조치했다.

검찰은 그러나 이우근 신한은행 전 서소문지점장과 하종욱 우일 종합물
류 대표,김신섭 신한은행 수지지점 차장 등 금융실명거래및 비밀보장에
관한 긴급재정경제 명령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3명에 대해서는 추가 조
사를 벌인뒤 사법처리 할 방침이다.

< 윤성민.한은구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