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잔은 완(one)샷, 둘째잔부터는 원샷" "노 드링크(No Drink), 오늘
저는 운전담당입니다"

LG전자 사원들이 모이는 회식자리에서 최근 자주 볼 수 있는 "진풍경"이다.

이회사는 이달부터 전국 사업장 3만4천여 종업원들을 대상으로 "하이
컬쳐(High Culture)음주문화 정착"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음주 십계명"을 만들고 "술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원래 많이 마시기 보다는 적정한 양의 화합주, 단합주를 마시는 것으로
유명한 LG에서 음주문화캠페인이 시작된 것은 이 회사가 최근 실시한
자체설문조사가 경영진에게 충격을 주었기 때문이다.

전사원 표준표본 3백2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경영진을
긴장시킨 항목은 "음주운전".

"가끔한다"는 사람이 26.8%, 자주한다는 사람도 5.8%나 된 반면 절대로
하지 않는다는 사람은 24.1%에 불과한 것으로 조사됐다.

술잔돌리기(51.2%)강요(12.6%)폭탄주(4.8%)등이 회식자리에서 아직
사라지지 않고 있고 대부분의 직원들이 "약간의 숙취가 있어 쉬고 싶은
상태에서"(67.6%) 업무에 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음주"가 경쟁력강화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원인분석이 나온 셈이다.

즉각 경영진의 "술과의 전쟁"추진 지시가 떨어졌다.

다행히 노동조합이 올초부터 벌여온 건전음주운동이 확산되고 있다는
보고가 있었다.

곧바로 전사적인 캠페인에 시동이 걸렸다.

이 회사 노경협력실 한만진실장은 "노동조합이 중심이 돼 벌인 건전
음주문화운동이 각사업장으로 확산되고 있어 전사적인 캠페인으로 확대
하는데 문제가 없었다"며 이 기회에 "LG고유의 음주문화를 정착시키기로
했다"고 말했다.

노동조합이 끌어주고 회사가 밀어주는 생산적 노사관계의 한 전형인
셈이다.

노동조합이 이 운동에 나선 것은 올초부터.유재섭위원장과 의장단은
노조간부가 솔선수범해야한다며 소비적인 음주.놀이문화를 개선하자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래서 개발한 술자리 구호가 "완샷과 원샷"이다.

첫잔은 완(One)샷으로 모두가 한꺼번에 잔을 비우지만 둘째잔부터는
본인이 원하는 양만큼만 알아서 마시자는 것. 이후 각 사업장에서
음주문화개선운동이 산발적으로 이어졌다.

구미1공장은 지난 3월 건전한 회식문화 정착과 교통안전을 위한 캠페인을
벌였다.

창원공장에서는 간부들이 앞장섰다.

지난 6월 이 공장 간부들은 "관리자가 먼저 각성해 건전한 회식문화를
조성하자"며 서명운동을 벌였다.

LCD SBU는 지난 9월 한달을 아예 "건전한 음주,회식문화 정착의 달"로
선포하고 술자리에 할 수 없이 참석해야하는 자가운전자들을 위해 "노
드링크(No Drink)"표찰도 배부했다.

LG전자의 이번 캠페인은 이렇게 사업장에서 뿌려진 씨의 만개작업인
셈이다.

그룹측도 LG전자의 성과가 좋을 경우 전계열사에 이 운동을 확산시킬
계획이다.

90년대 들어 각 기업마다 금연운동이 밀물처럼 번져 이제 각 업체마다
흡연자들이 설 자리가 없어진 것 처럼 LG의 음주문화정착운동은 이제
애주가들이 설 자리도 뺏어갈 전망이다.

폭탄주가 우의의 상징이 되고 돌리는 술잔이 "마음의 잔"이 되던 시대가
사라져간다는 얘기다.

<권영설기자>

[[ 음주 십계명 ]]

1.술잔돌리기 폭탄주등 과음유발행위를 하지말자
2.2,3차를 가지말자
3.개인의 주량을 존중하자
4.9~10시전에는 술자리를 끝내자
5.절도있게 LG구호를 제창하자
6.관리자가 음주문화의 모범을 보이자
7.LG인의 품위를 지키자
8.음주운전을 하지말자
9.즐겁게 마시자
10.회식전에 꼭 집에 전화를 걸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0월 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