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를 비롯 경남과 전남등 남해안지방 주민들은 올들어 잇달아 터진
대형재난으로 한시도 마음놓고 지낼 날이 없다.

해상에는 아직도 적조가 확산되고 있고 업친데 덮친 격으로 지난21일
침몰한 유조선 제1유일호에서 기름이 계속 유출되고있지만 23일밤 북상한
태풍 "라이언"은 방제작업마저 중단시킨채 엄청난 비와 강풍으로 제주도
및 남부해안지방을 덮쳤다.

기상청이 23일 오후5시를 기해 호남남해안지방과 영남지방및 동해남부
해상을 포함한 전해상에 태풍경보를 발령한 가운데 23일밤부터 태풍의
영향권에 들어간 남.동해안및 내륙지방에는 초속 20~35m의 강풍과 함께
5~8m의 높은 파도가 일었다.

또 태풍의 영향권인 제주도를 비롯한 남해도서지방에는 최고 2백mm의
집중호우가 내렸으며 영남내륙지방과 호남지방에도 50~1백mm의 많은 비가
내렸다.

이때문에 제주도와 남부내륙지방의 농경지 수백ha와 도로 곳곳이
침수됐으며 수확기에 접어든 벼농작물과 과수작물도 상당수 유실됐다.

이와함께 남해안 각항구와 포구로 대피한 어선들가운데 수척의 어선이
강풍으로 인해 좌초됐으며 마산~거제간등 15개항로의 여객선운항도 전면
중단됐다.

또 태풍경보발령과 함께 남해상에 폭넓게 퍼져있는 적조방제작업이
전면 중단된데다 지난 21일 부산앞바다에서 침몰된 유조선 제1유일호에서
유출된 기름으로 인해 인근 가두리양식장도 큰 피해를 입었다.

침몰선박에서 유출되고있는 기름은 23일오후 현재 폭 1km,길이 20km의
엷은 막을 형성한채 급속히 확산되고있고 파손된 4번 탱크에서는 기름이
계속 유출되고있다.

부산행양경찰청은 특히 태풍으로 인해 수심 74m에 침몰한 제1유일호가
암초에 부딪쳐 기름이 추가유출될 경우 대규모 해상오염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고 판다,비상근무태세에 들어갔다.

제주도 재해대책본부는 "라이언"의 진로가 제주도 역사상 가장 많은
피해를 냈던 59년8월의 태풍 "사라"와 비슷해 초긴장상태로 피해현황을
접수하는 한편 도민들에게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경남도도 24일오전 6시께 태풍이 대한해협을 통과하면서 최고 2백mm의
비와 함께 강풍이 예상됨에 따라 전 시.군에 비상근무령을 내리고 유원지와
계곡의 야영객 2백여명을 긴급대피시켰다.

중앙재해대책본부는 이번 태풍으로 인해 수십억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판단,정부차원의 대책을 마련하는 한편 정확한 피해규모를 조사하기
위해 긴급대책반을 구성했다.

< 사회부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