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내 폭력은 이미 그 위험수위를 넘어섰습니다. 이제 부모들이
나서서라도 우리 아이들을 보호해야 할 때입니다"

지난달 30일 결성 준비모임을 가진 "학교폭력 예방을 위한 시민의
모임"의 김종기 신원그룹전무(49)는 이 모임을 주도하게된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김전무는 지난 6월 외아들인 현군( 고1년)이 학교내 폭력배들의
구타와 갈취를 견디다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아픔을 겪었다.

"아들이 죽기 전까지는 전혀 내색을 안해 그런 괴로움을 당하는지
정말 몰랐지요.

고통받던 아들에게 아버지로서 아무 것도 못해준데 대한 속죄와
더이상 나 같이 불행한 아버지가 나오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에서
시민 모임을 결성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김전무는 이 모임을 준비하면서 너무 많은 학생과 부모들이 피해사례를
호소해와 교내 폭력의 심각성을 다시금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교내 폭력이 무서운 것은 피해를 입은 아이들이나 부모가 보복이
두려워 신고조차 하지 못한다는 점입니다.

한 연구조사결과 우리나라 중고생의 50%이상이 교내폭력에 시달린
경험이 있지만 이들중 80%가 아무에게도 얘기하지 않고 숨겨왔다는
사실은 충격적이지요"

김전무는 그래서 앞으로 모임의 활동방향을 피해자 고충상담과
피해사례 수집및 대응책 강구쪽으로 맞출 생각이다.

이를 위해 서울 마포구 삼창프라자 11층에 사무실을 내고 상담전화
(701-0270)도 설치할 계획이다.

"교내 폭력으로부터 우리 아이들을 보호하자는 취지에 공감하는
학부모 3백여명이 참여할 의사를 밝혀왔지요.

또 삼성전자가 사무실과 집기등 8천만원상당의 후원금을 지원해
주는등 각계에서 격려의 손길이 답지하고 있습니다"

사무실 개설 준비로 한참 분주한 김전무는 "교내폭력이 뿌리 뽑히는
그날까지 뜻있는 사람들과 활동을 계속 펴나갈 것"이라고 다짐했다.

< 차병석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9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