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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경연부설 한국경연구원(KERI)은 세계 석학들을 초청, 29일 서울
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시장경제와 법치주의를 위한 정부3부의 역할''을
주제로 한 국제심포지엄을 갖는다.

한국경제신문은 심포지엄에서의 강연을 위해 내한한 브루스 벤스 미
플로리다주립대 경제학과 석좌교수와 손형두한국경제연구원부원장과의
대담을 마련했다.

이 대담에선 한국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규제완화의 제문제와 개선방안을
논의했다.

벤슨교수는 정부규제에 관한 세계적 석학으로 법의 효율성 및 관료기구의
속성에 관한 100여편의 학술논문을 세계유수 학술지에 발표한바 있다.

< 편집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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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 력 ]]]

<> 브루스 L 벤슨교수 : * 73년 미 몬테나대졸업
* 78년 미 텍사스A&M대 경제학박사
* 87년 미 플로리다주립대교수
* 93년 미 프로리다주립대 석좌교수
* "마약과의 전쟁에 관한 경제적 분석"
"법이라는 기업 : 국가개입없는 정의실현"
등 저서다수.

<> 손병두 부원장 : * 64년 서울대학교 상과대학 경제학과졸업
* 85년 미국 아더 D리틀 MEI연구소 경영학석사
* 90년 한양대학교 경영학박사
* 79~81년 삼성그룹 비서실이사
* 81~82년 재무부 정책자문위원
* 91~94년 동서경제연구소 사장
* 94~95.1 동서투자자문 사장
* 95.2~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 손병두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한국에서는 규제는 "행정규제"를
의미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 규제는 "정부규제"를 뜻하는 것이라고 봅니다.

따라서 규제완화의 본질은 행정절차개선이 아니라 정부기능 또는 정부
간섭의 축소여야 한다고 봅니다만.

<> 브루스 벤슨 미플로리다대교수 =규제완화의 본질은 시장기능 회복을
통한 민간자율의 확대입니다.

그런 점에서 규제완화는 행정절차의 완화와는 전혀 다릅니다.

정부간섭을 줄여 값싸고 효율적인 시장기능을 이용토록하자는 것이 규제
완화지요.

국민전체의 후생을 증진시키는 수단으로서 말입니다.

한국에선 정부규제가 지나치게 넓은 범위에서 이뤄짐으로써 깊이가 없는것
같습니다만 미국정부의 규제는 선별적으로 심도있게 가해집니다.

선별적으로 이루어지다 보니까 분야에 따라서는 정부규제가 전무한 경우도
있습니다. 항공산업에서처럼.

<> 손부원장 =규제완화 또는 정부기능 축소의 궁극적인 지향점은 작은
정부를 이룩하자는것 아니겠습니까.

한국은 인구대비 공무원수, GNP대비 정부예산등이 다른 나라에 비해 작은
편입니다.

그러나 정부개입의 정도, 즉 정부규모는 지나치게 큰 것도 사실입니다.

규제완화라면 으레 작은 정부를 연상시키는데도 말입니다.

<> 벤슨교수 ="작은 정부"라면 흔히 적은 인력과 적은 예산, 적은 기구등
양적인 측면에서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민간에 대한 간섭의 정도를 보아야 합니다.

정부의 규모는 작아도 규제는 많을수 있지요.

그러니까 정부 기능을 축소하는 것이 작은 정부실현의 본뜻이 되는 거지요.

<> 손부원장 =지난 93년 출범한 한국의 김영삼정부는 규제완화를 가장
중요한 정책의 하나로 채택하고 대대적인 규제완화 작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핵심적인 분야에 대한 규제완화는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많습니다.

가령 가장 문제가 많은 금융산업이나 진입규제,가격규제 완화가 전체
규제완화 사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미미한 실정이라는 겁니다.

<> 벤슨 교수 =규제완화는 "정책완화( depolicing )"의 개념을 포괄하고
있습니다.

관료들은 경미한 사안은 규제로 보지만 중요한 것은 보통 정책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으로 간주하는 속성이 있습니다.

어느 나라든 마찬가집니다.

한국도 그럴테고. 따라서 정책적 판단을 요하는 사안이 규제완화대상에서
제외된다고 반드시 부정적인 평가를 내릴 일은 아닙니다.

<> 손부원장 =한국은 과거 급속한 경제발전을 위해 정부주도의 경제
운용을 해왔고 이 과정에서 "정부실패"가 많이 발생했습니다.

또 경제가 개방화 국제화 추세로 진전되면서 여러 제도가 외국의 그것과
부조화를 이루는 경우가 많아 한국기업들이 세계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모순도 발생하고 있습니다.

더욱이 WTO(세계무역기구)출범과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입을 앞둔
상황에서 국제수준에 맞는 규제제도의 정비가 시급한 실정이고요.

<> 벤슨 교수 =규제완화의 본질이 시장기능의 회복이라면 "정부실패때문"
보다는 시장기능에 대한 신뢰가 규제완화의 바탕이 돼야 합니다.

미국도 시장기능이 활성화되면서 정부실패가 없더라도 규제완화가
필요하다는 인식이 퍼져 있습니다.

시장기능이 정부기능을 충분히 대신할수 있다고 믿은 거지요.

<>손부원장 =관료들의 기본 속성은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계속적인 권한확대를 추진한다는데 있다고들 합니다.

또 관료들의 효용을 극대화시키는 중요한 동기는 임금을 올리는
것입니다.

그러나 한국적인 상황에서 그러한 동기부여는 매우 어렵고 그래서 규제
완화가 안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규제"라는 도구를 가져야 이익을 보는 집단과 손해를 보는 집단 모두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수 있고 비화폐적 소득도 올릴수 있다는 거지요.

<> 벤슨교수 =관료조직이 추구하는 여러가지 목표는 결국 관료조직의
규모를 키우고 예산을 극대화하는데 있다는 것이 니스카넨( Niskanen )의
주장입니다.

또 미크( Mique )와 벨랑거( Belanger )는 관료들이 극대화하려는 것은
예산 그 자체가 아니라 자기들이 재량권으로 쓸수 있는 돈(수입과 지출간의
차이)이라고 말했습니다.

결국 공익에 봉사해야 할 관료들이 사익을 위해 일함으로써 "관료는
나쁘다"라는 인식을 확산시키고 있는 것이지요.

더욱이 관료들은 규제를 통해 예산극대화 규모극대화를 달성해놓고
규제의 목적이 실패로 돌아가면 절차(방법)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함으로써
본질을 비켜나가는 악습을 갖고 있습니다.

<> 손부원장 =관료들은 규제의 필요성을 과대포장하는 반면 그러한 규제를
집행하기 위한 비용이나 부작용은 숨기는 경향이 있다고 봅니다.

또 이러한 규제와 관련해 관료들이 정보를 왜곡시키는 것도 적지 않은
문제점을 낳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 벤슨 교수 =미국에서도 관료들의 규제관련 정보왜곡은 심각한 문제를
야기시키고 있습니다.

오늘날 미국경찰의 절반정도는 마약단속에 투입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민생치안은 뒷전에 처져 있지요.

미국이 이토록 마약과의 전쟁에 많은 자원을 쏟아붓고 있는 것은 마약에
대한 공포보다는 마약단속과정에서 나오는 압수금품을 경찰이 자기 소유로
삼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마약이 일반 범죄의 원인이라고 왜곡 주장한 재무부 고위 관료들의
주장에 의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결국 관료들은 눈에 보이는 일은 잘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는 자신들의
사익을 채우기 위해 이용한다는 것입니다.

<> 손부원장 =항상 제기되는 문제는 관료제도가 개혁되지 않으면 규제
완화도 가능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귀하는 정년보장제와 연공서열에 따른 인사제도, 하후상박의 임금제도가
관료제도에 비효율을 가져오는 근원이라고 주장한 적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만.

<> 벤슨 교수 =관료들에 대한 정년보장제와 외부로부터의 독립성은
관료들로 하여금 외부로부터의 요구에 무관심하게 만들고 인센티브를
없게끔 만듭니다.

능력보다는 연공서열, 고위직이 돼도 하위직에 비해 별로 높아지지 않는
급료등은 소위 공무원을 복지부동화시키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승진에 대한 인센티브 감소는 동료들의 부정 행위를 감시하거나
고발해야 할 필요성도 없애므로 상호 감시장치의 기능을 줄이는 문제가
있지요.

<> 손부원장 =관료집단이나 경제단체는 적당한 규제장치가 있어야 "이익"
을 향유할수 있는 조직입니다.

이들에 전적으로 규제완화 작업을 맡길 경우 그 방향이 근본적으로
왜곡될수 있다는 지적도 있지요.

<> 벤슨교수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규제완화를 담당하는 각종 위원회는 대개 각 부처에서 파견된 공무원들과
경제단체로 구성돼 있는데 이는 한마디로 어불성설입니다.

이들에 의한 규제완화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해관계가 없는 사람들로 구성된 독립위원회를 별도로 만들어야 합니다.

이 위원회엔 독립성외에 자율적으로 업무를 추진할 "힘"이 주어져야
하고요.

<> 손부원장 =한국에선 요즘 대통령이나 장관이 특별한 인센티브를 갖고
규제완화를 밀어붙이는데는 한계가 있다는 게 "경험칙"으로 확인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계 속 ... >>>

<정리=추창근.김재창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