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중공업 사태가 전면파업으로 치닫게 된 근본적인 원인은 임금인상과
단협상의 일방중재 조항에 대한 노사간 첨예한 대립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로인해 노사양측은 지난5월12일부터 임단협 교섭을 시작해 무려
1백일10여일이 지나도록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사측은 노조의 전면파업이 장기화될 경우 경영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빠르면 내주초 일방중재를 신청을 강행한다는 방침이다.

일방중재가 신청되면 노조의 쟁의행위가 일체 금지된다.

노조는 그러나 사측이 일방중재를 신청할 경우 본관점거와 농성으로
강력히 저항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노조의 이같은 행위는 불법으로 간주돼 공권력 투입을 불러올 것이
확연하며 노사문제가 정부와 노조의 대립으로 확산돼 한중사태는 걷잡을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닫을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한중노사는 지난17일까지 올 임단협 교섭을 무려 31차례나 가졌으나
입장차를 전혀 좁히지 못하고 있다.

노조는 이에따라 지난달10일부터 부분파업 및 태업을 40여일간
벌여왔고 급기야 18일부터 무기한 전면파업에 돌입했다.

노사간 합의점을 찾지 못한 주요쟁점은 일방중재 조항과 임금부문으로
축약된다.

노조는 기본급 7만5천원 인상과 상여금 7백%지급(현재 6백%)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통상임금 기준으로 5만5천원 인상과 설.추석때 귀성여비(각20만원)
를 지급하지 않는 전제아래 상여금1백% 추가지급을 제시하고 있다.

올임단협의 최대 걸림돌인 일방중재안에 대해서는 노사가 한발짝도
뒤로 물러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노조는 일방중재조항은 헌법상에 보장된 단체행동권을 제약하는
독소조항으로 당연히 철폐돼야 하며 그렇지못할 경우 일방중재 신청시
사전에 노조의 합의를 받아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노조는 "전국 1천명 이상되는 사업장에 일방중재 조항이 있는 곳은
한국중공업과 한진중공업 쌍용자동차 3개사 뿐이며 나머지 사업장은
이를 삭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향후 노사협상에서 이니셔티브를 잡겠다는 전략이다.

사측은 "일방중재는 태업 파업등 노조의 장기 소모전에 대비한 경영권
수호의 마지막 보루로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사항"이라고 밝히고 있다.

사측은 현 단협상의 일방중재조항이 노조집행부에 부담이 되고 있다는
것을 인정하나 경영권수호 차원에서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태도 표명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측은 대신 노사간 잠정합의안이 최종 타결되지 못하거나 쟁의행위를
결의한 날부터 3주가 경과됐을 경우 일방중재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한다는
수정안을 제시해 놓은 상태다.

그러나 사측의 수정안도 일방중재라는 큰 틀을 벗어나지 못해 노조가
받아들이기는 매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노조집행부도 만약 일방중재조항 철폐를 관철시키지 못할 경우 쏟아질
조합원들의 거센 비난을 고려치 않을 수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무노동 무임금을 감수한 장기간 파업의 대가를 사측으로부터 받아내지
못한다면 조합원의 집행부 불신임까지 몰고올 수 있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은 이미 지난10일 7월분 급여수령시 무노동무임금 원칙에
의해 1인당 평균50만원씩 적게받았다.

그러나 일부 조 원들은 노사간 명분싸움에 밀려 막대한 임금손실을
입었고 무기한 전면파업으로 인해 더 큰 피해가 예상된다며 빠른시일내
사태해결을 요구하고 있다.

즉 이번 사태는 이러한 배경을 깔고 있어 노조가 막다른 골목으로
밀렸고 선택의 여지가 없어 전면파업이란 최후의 무기를 꺼내게
됐다는 게 이곳 노동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처럼 노사간 자율해결의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결국 노조의 전면파업에 대응한 사측의 일방중재신청은 공권력투입
수순으로 이어질 것이 뻔해 한중사태는 노사양측의 양보없이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연출할 것으로 우려된다.

<창원=김문권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20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