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인들로부터 요즘 공무원들 많이 달라졌다는 얘기를 들을때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서울서부지방노동사무소의 여성 근로감독관 정진복씨(47)는 무더운
날씨에도 산더미처럼 쌓인 민원처리로 더위를 잊고있다.

그녀는 지난 83년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전문직렬제 근로감독관에
임명된이후 15년가까이 일선 노동행정을 담당해온 공무원이다.

근로감독관은 현재 전문직렬제에서 배제되어있지만 전문공무원으로서
그녀가 가지는 긍지와 보람은 대단하다.

"근로감독관은 노동관계법만 알아서는 관란합니다.

사회의 흐름과 행정관행, 대법원판례등 노동에 관련된 모든 사안을
숙지하고 해석하는 독자적인 시각이필요합니다"

그녀의 주요업무는 노사분규조정과 함께 체불임금파악과 사실확인에
따른 조사등이다.

진정.고소사건이 많을수록 그녀의 업무는 바빠질수밖에 없다.

정식서류민원외에도 전화민원만 하루에 20여건 처리하고있다.

"15년동안 여름휴가 한번 제대로 즐기지못했지만 민원인들의 답답한
심정을 생각하면 휴가를 생각할수 없습니다"

그녀는 올여름은 가족들과 함께 사흘가량 휴가를 가고싶지만 30여건이
넘는 민원으로 어려울 것이라고 덧붙인다.

사실 근로감독관직은 남자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업무가 빡빡한
것으로정평이 나있다.

"노동행정의 꽃"이라 일컬이지지만 공무원 직종가운데 대표적인 3D업종
으로 분류된다.

정감독관은 그러나 남자동료들에게 "여자"라는 이유로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 지난 15년동안 비상근무한번 마다해본 적이 없으며 항상 한시간
일찍 출근, 동료들보다 많은 업무를 확보(?)하고있다.

그녀는 요즘 관내 H사업장에서 제기된 8억원가량의 체불임금문제를
해결하기위해 비지땀을 흘리고있다.

사업주의 소재를 파악함은 물론 노사양측과의 대화, 법적절차에 대한
조언, 검찰에 통보등 처음부터 끝까지 관여해야한다.

이같은 유형의 민원을 해결하려면 20번이상 관계자들을 만나야한다.

그러나 비록 고달프지만 노동행정의 흐름을 올바르게 실천하고 억울한
사정을 해소하기위해서는 누군가 일을 해야한다고 정감독관은 믿는다.

그녀는 공식업무외에도 관내 여성근로자와 근로청소년들을 위해 연말에
각종캠프활동을 벌이기도 한다.

유혹에 빠지기쉬운 근로자계층을 다독거리고 바람직한 방향으로 유도
하는 것도 근로감독관의 중요한 업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관내 근로자들이 그녀를 "정해결사"로 부르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

<조일훈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