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의 사슬에서 벗어나 독립을 이룬지 올해로 어느덧 50성상.

그 세월을 우리 한국민은 앞만보고 숨가쁘게 달려왔다.

"압축성장"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지난 반세기의 발자취는 말 그대로 한강의
기적 그 자체였다.

해방당시 100달러도 안됐던 1인당 국민소득이 이제는 1만달러를 넘어서게
됐다.

봉건적 잔재가 남아있던 농업국가가 무역규모 세계 12위의 공업국가로
탈바꿈한 것이다.

이 모든 변화의 족적을 되돌아보는 "광복 50주년 기념 경제전시회"가 14일
부터 28일까지 대전무역전시관에서 개최된다.

통상산업부가 주최하고 대한무역진흥공사가 주관하는 이 전시회의 주제는
"선진국의 문턱에서".

1,200여평에 이르는 전시공간을 채운 900여점의 사진과 250여점의 전시물이
관람객들에게 전근대적 농업국가가 선진국의 문턱에 이르기까지의 역정을
증언해 주고 있다.

모두 9개의 공간으로 꾸며진 전시장입구에 들어서면 우선 해방직후와 현재
의 서울도심사진이 "상전벽해"라는 말을 실감케 해준다.

입구를 통과한 관람객을 맞는 것은 피라미드 모양의 조형물.

고구려 시대의 장군총을 형상화한 것으로 외벽을 따라 백두산 천지 전경과
광복후 현재까지의 경제지표들이 도표로 전시돼 있다.

전시장의 핵심인 역사관은 시대흐름에 따라 6개의 공간으로 구분돼 있다.

첫번째 공간은 1945년부터 65년까지에 이르는 "경제개발의 여명기".

알량하나마 일제가 남겼던 산업시설마저 동족상잔의 비극으로 철저히
파괴돼 다시 재건의 힘겨운 삽질을 시작해야 했던 시기다.

농지개혁법공포(49년) 충주비료공장기공(55년) 서독광부파견(63년) 수출
1억달러달성(64년)등이 이 시기의 주요 경제사건.

전시물로는 발명특허 1호인 공병우 한글타자기(50년)와 삼천리자전거등이
눈길을 끈다.

65년부터 70년까지는 자력성장기반의 구축기였다.

수출입국을 국시처럼 내걸고 강력한 수출 드라이브정책이 추진됐고 그
결과 70년에는 수출이 10억달러를 돌파했다.

하지만 이 시기 최대의 성과는 역시 산업의 동맥인 경부고속도로의 완공
(70년).

전시물은 당시 잇따라 선을 보인 국산 선풍기 냉장고 흑백TV 세탁기등으로
전자산업의 태동기였음을 말해준다.

71~77년은 중화학공업 육성기.

구미전자단지 기공(71년) 포항제철준공(73년) 새마을운동 착수(73년)
해외건설진출(74년)등의 사진이 전시돼 있다.

74년에 개통된 서울 지하철1호선 승차권과 포니신화를 낳은 포니 승용차
등이 주요 전시물이다.

78년부터 87년까지의 10년은 수출강대국으로 도약한 시기다.

고리원전준공(78년) 미국에 선적되는 포니엑셀(86년)등의 사진으로 국력이
신장돼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광복후 첫 국산담배인 "승리"를 비롯 54종의 국산담배와 최초의 삐삐
(83년)등은 생활형태의 변모를 보여주는 전시물.

올림픽을 개최한 88년을 기점으로 우리나라는 "세계속의 한국"으로 또
한단계 발돋움했다.

4메가D램 반도체개발(88년)사진과 국내 최초로 건조된 유조선(90년)모형
등은 한국이 이들 산업분야에서 세계적 수준에 도달했음을 알려준다.

무공과 유고간의 업무협력약정서(88년)등 북방외교의 기록들도 전시실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93~95년의 테마는 신한국시대의 개막이다.

금융실명제등 경제개혁조치에 대한 소개와 함께 WTO체제출범 무궁화위성
발사 대북한 쌀제공등에 관한 사진이 전시돼 있다.

우리별 2호위성과 무궁화 위성의 모형등이 주요 전시물이다.

이처럼 반세기의 한국경제사를 집약해 놓은 이번 전시회는 성인은 물론
개학을 앞둔 청소년들에게도 훌륭한 현장교육의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 임혁 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8월 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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