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 붕괴사고이후 전국적으로 부실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특히 이번사고는 지난해말 성수대교사고에 이은 대구지하철참사등을
계기로 건설업계에서 부실추방결의가 잇달아 나오고 있고정부도
부실사고방지를 초우선적으로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발생한 것이어서
더욱 충격을 주고있다.

31개 대형건설업체들의 모임인 한국건설업체연합회(한건연)는 삼풍사고가
발생한뒤 상설 안전점검단과 긴급구조복구단 구성과 함께 신도시아파트에
대해 이달말부터 대대적인 안전점검에 나서기로 하는등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장영수한건연회장(60.대우건설부문회장)을 만나 한국건설업의 문제점과
부실의 원인.대책등에 대해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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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풍백화점붕괴사고 이후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은 1면에 "한국의
만연한 건설부조리로 볼때 삼풍과 같은 대형참사는 계속될 것"이라는
기사를 썼습니다.

지난해말부터 성수대교-대구지하철-삼풍백화점으로 이어진 대형참사를
감안할때 이같은 지적이 과장이 아니라는 지적도 있는데요.

<>한마디로 과장됐다고 생각합니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등 건설선진국
이라고 불리는 나라에서도 집과 다리가 무너지고 강이 넘치고 폭발사고가
나고있습니다.

과거 급격한 산업화의 과정에서 잠재해있던 문제가 지금 드러나고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대형사고가 마치 시리즈로 이어질 것이라는 논리는
부적당합니다. 또 결코 그런 일은 없을겁니다.

사전점검이 전국적으로 펼쳐지고있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진행될 것이기
때문에 구조물이 순식간에 붕괴되는 일은 없을 것이며 대부분의 건축물은
안전합니다.

-우리나라 건설업체들이 외국에서는 견실한 시공으로 명성을 날리고있는
것으로 압니다. 해외공사에만 우수인력을 사용하는 것은 아닐텐데 나라
안팎의 시공상태가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지난 65년 한국의 해외건설이 시작된 이후 30년간 약 1천2백억달러
규모의 해외공사를 수주,시공했으며 세계 어디에서나 한국건설의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관행과 여건이 외국과 다릅니다. 국내의 경우
건설정책에서부터 입찰 제도 설계 시공 감리 운영 유지관리에
이르기까지 적당주의가 팽배해있습니다.

이것이 부실의 근본원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들 요소중 어느 하나가
결정적으로 결함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모두다 조금씩 나빠 전체적으로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품질을 중요시하는 현장소장이 레미콘의 강도가 약해 다른
것으로 교체해달라고 요구하면 제대로 지켜지지 않을 뿐 아니라
지켜지더라도 오랜 시간이 걸리지요.

결국 이 현장소장은 공기를 맞출수없게 되고 나아가서는 무능한
소장으로 낙인찍히게 되는게 우리의 건설관행이자 여건이지요.

따라서 정부 건설업계할것 없이 결과를 중요시하는데서 탈피,절차를
엄수하고 이에대해 책임을 지는 의식전환이 절실하다고 생각합니다.

-부실공사가 드문 선진국들과 우리나라 건설관행및 제도의 결정적인
차이는 무엇입니까.

<>품질보다는 가격중심의 제도와 관행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공사발주때 일본과 독일의 경우 품질을 가장 우선시하고 공사기간과
가격이 다음이며 미국은 공기 가격 품질의 순서로 중요시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가격을 1순위로 두고있으며 다음이 공기 품질 순입니다.

가격 다음으로 품질을 중요시하는 중국보다도 품질면에서 불안한
실정입니다. 또 선진외국의 대형공사는 고급기술자에 의해 철저한
감리가 이뤄집니다.

특히 발주자나 시공자의 설계변경 요구가 있다하더라도 감리자가
절대적인 권한을 쥐고 사전검토한후 설계변경을 결정하지요.

설계변경때 구조계산을 최우선적으로 검토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공사발주전에 부지확보 민원해결 행정처리등 사전준비를 철저히 해
고품질시공을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도 우리와는 다른 점입니다.

-우리가 그것을 알면서 시행하지못하고 있는 이유는 여러가지 점에서
찾을수 있을것 같습니다.

만약 장회장이 건설개혁의 책임자라고 생각하고 해결방안을 제시해
주시지요.

<>적정가발주 설계심의및 감리강화,기술투자확대,사전입찰자격심사(PQ)
강화등을 꾀하고 분야별 책임소재를 분명히 해 이에따른 신상필벌을
원칙대로 적용해야 합니다.

우선 설계와 시공을 연계시켜 시공때 발견된 오류를 설계에 반영하고
외국과 같이 대형건설업체에 설계작업을 허용해 시공업체가 개발한
신기술이나 신공법에 설계를 반영토록 해야 합니다.

여기에 설계감리제도를 도입해 설계상의 문제점을 사전에 차단해야할
것입니다.

PQ심사기준을 조정하고 대상공사를 확대하는 것도 부실을 막는
방법중의 하나가 될것으로 보입니다.

엄격한 사전자격심사로 기술능력이 부족한 실적확보중심의 업체는
배제해야 합니다.

또 설계변경승인등 감리자의 권한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감리제도를
개선해야 할것입니다.

그러려면 민간책임감리제도가 빨리 정착되는 것이 시급하지요.

마지막으로 부문별 품질책임제를 확립,신상필벌을 강화해야 합니다.

설계 시공 사후관리등의 책임한계를 분명히 하고 부실이 발생했을때
원인을 밝혀 해당분야에 책임을 엄중하게 물어야합니다.

-외국과 문화적인 측면에서의 차이가 부실의 요인이 되고있는 것은
아닐까요.

<>우리의 인정문화가 적당주의로 변질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것은
문화라고 하기보다는 잘못된 관습이라고 봅니다. 특히 건설업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습니다.

가령 현장에서 시공자가 감리자에게 식사나 차를 대접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우리의 전통문화를 감안할때 이것이 결코 나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이것이 유착으로 발전하고 적당주의로 바뀌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서 저는 현장 하도급업체에 식사등 어떤것도 대접받지말고 대접하라고
지시합니다.

제도적인 측면에서도 마찬가지 입니다. 공사비를 깎아주는 것이 미덕처럼
돼 있습니다.

조사가격과 예정가격을 정할때 각각 5%씩 깎고 여기에 85%로 입찰하면
결과적으로 당초 공사비의 75%로 시공을 해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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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 =최종천 사회부장]

<정리=김철수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2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