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명 "우지라면"에 대해 서울고법이 무죄를 선고함으로써 5년8개월에 걸친
우지파동은 검찰의 참패와 관련업체의 대역전승으로 판가름났다.

검찰은 그동안 멀쩡한 기업만 괴롭힌 꼴이 된 반면 관련업체는 5년8개월의
긴 속앓이를 털고 명예회복의 길을 밟을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우지파동이 관련업체에게 준 유무형의 피해가 워낙 커 피해업체들은
이번 무죄판결을 "상처뿐인 영광"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우지사건의 주요 쟁점은 크게 세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삼양식품공업 삼립유지 서울하인즈 오뚜기식품등이 사용한 우지
"톱화이트 탤로우"와 "엑스트라팬시 탤로우"가 식용에 부적합한가 여부가
최대쟁점이었다.

또 부패방지를 위한 아무런 장치없이 우지를 보관,운송해 식품원료의 구비
요건을 갖추지 못했는지 여부와 검찰이 사건발생후 채취한 우지의 증거능력의
유무가 초점이었다.

이에대해 담당재판부인 서울고법형사1부(재판장 김경일부장판사)는 검찰의
공소사실을 모두 받아들이지 않았다.

반대로 이에대한 변호인단의 증거제출과 항소이유를 대부분 그대로 수용
했다.

먼저 "톱화이트 탤로우"와 "엑스트라 탤로우"에 대해 재판부는 비식용으로
볼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비록 1등급이 아닌 2,3등급의 우지이긴 하지만 비식용으로 분류되지는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1등급이 아니라고 해서 먹을수 없는 공업용 우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재판부는 심지어 정제할 경우 1등급 우지인 "에더블 탤로우"(식용우지)보다
질적으로 나은 식용으로 사용할수 있다는 변호인단의 항소이유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 미국에서 "에더블 탤로우"만 식용우지로 사용하고 있기는
하지만 이것은 식품관습의 차이에서 기인하는 것이라고 부연하고 있다.

실제로 에더블 탤로우는 직접 빵에 발라먹을 정도의 품질이어서 이것을
주로 찾는게 미국문화라는 얘기이다.

미국은 우지자원이 풍부해 2,3등급을 먹지않을 뿐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에서도 먹지말아야 한다고 말할수 없다는 것. 우지는 16등급으로 나눠지는데
삼양식품공업등이 사용한 2,3등급도 정제하면 식용으로 사용해도 무방하다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정부의 공인연구소 SCS LAB와 한국과학기술원의 분석결과
도 무죄증거로 받아들여졌다.

재판부는 2,3등급인 "톱화이트 탤로우"와 "엑스트라 탤로우"의 식용여부
보다 식품원료로 사용되기 위해 애초에 깨끗하게 채취됐는지, 병든 소등에서
빼냈는지, 운송과 보관은 제대로 했는지등 식품원료로서의 안전성에 비중을
두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회사등이 우지의 채취 보관 처리 수송과정이 우리나라
식품위생법상 식품의 기준에 합치하면 식품적합성이 있는 것으로 봐야 한다"
며 "미국이 자기네 입장에서 분류한 식용우지에 이번 사건 우지가 속하지
않는다고 해서 식품적합성이 없다고 속단해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특히 검찰이 증거로 제시한 우지는 다른 기름이 섞여있는데다
우지가 시일경과로 변질돼 증거로 삼기가 어렵다며 증거능력을 부인했다.

또 이증거물을 분석했던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소와 국립보건원이 "식품원료
로서 적합하다"와 "부적합하다"는 의견을 제시한것도 증거의 일관성을 잃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결국 우지파동은 첫단추가 잘못 끼워지는 바람에 검찰이 무리하게 기소한
셈이 됐다.

<고기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