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백화점붕괴 사고가 발생한 지 이틀째인 30일 사망자의 원혼을
달래려는 듯 진혼비까지 내려 사망자가 속출한 사고현장의 분위기를
더욱 어둡게 했다.

그러나 한명의 생존자를 더 살려내려는 구조작업은 굵어지는 빗줄기
속에서도 악전고투, 생존자찾기에 혼신의 힘을 기울였다.

사고현장에서 자발적으로 조직된 시만자율구조대와 경찰구조대는 좁은
공간을 뚫고 지하까지 들어가 콘크리트더미에 파묻힌 생존자 5명을
구조하는 눈물겨운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구조대원들에 따르면 아직도 지하에 생존자들이 남아있는 것으로 확인돼
이들의 구조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사고현장을 지켜본 인근주민들은 생존자가 구출될때마다 환호의
박수를 보냈으나 사망자가 들것에 실려나오는 광경을 보자 "죽지않을
목숨을 잃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지하에 묻힌 매몰자의 가족들은 생존여부가 확인되지 않자 "좀더 빨리
콘크리트더미를 걷어낼 수 없느냐"며 발을 동동 굴렀으며 병원에서
사망자명단을 확인한 피해가족들은 복받치는 설움을 이기지 못하고
통곡하기도 했다.

일부 구조된 부상자들은 병원으로 후송되는 과정에서 숨을 거둬 구조
대원과 병원관계자들을 안타깝게 했다.

이날 구조활동은 일반인들의 출입이 전면통제된 채 군경합동구조대와
민간자원봉사대가 유독가스발생에도 불구, 목숨을 걸고 지하로 들어가는
등 필사적으로 진행됐다.

지상에서는 유독가스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기중기와 용접공들이 현자에
들어가 철골구조물 절단작업을 벌였다. 이날 동원된 중장비는 기중기 9대와
압력분쇄기등이다.

이날 구조작업에는 또 기중기외에도 군경헬기 6대, 수방사병력 5백60명,
각종 장비 19대, 도시시설 안전본부요원 64명, 청소사업본부 1백명등이
투입됐다.

군경합동구조대는 이날 구조작업에서 오전과 오후에 걸쳐 5명의 생존자를
구조하는데 성공했고 지하에 깔려있던 사체 6구도 추가로 발굴해 인근
병원에 안치했다.

또 이날 하룻동안 부상장 3백10여명을 구조, 인근병원으로 후송했다.

검경합동수사본부(본부장 신광옥.서울지검2차장)는 30일 사고발생 2시간전
삼풍백화점경영진들이 참석한 긴급대책회의에서 붕괴위험과 고객및 직원
들의 대피필요성이 제기됐음에도 이 건의가 묵살된 사실을 밝혀냈다.

이에따라 수사본부는 이준회장(73)등 경영진이 대피건의를 거부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빠르면 1일중 이한상사장(42)등 관련자 5~6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할 방침이다.

수사본부에 따르면 사고당일인 29일 오후 4시께 삼풍백화점 회의실에서
이회장 이사장등 13명의 간부및 우원종합건축사사무소 관계자가 참석한
가운데 열린 긴급회의에서 이영길 시설이사(52)가 "5층 식당가에서
균열이 이어지고 슬래브천장이 내려앉고 있다"고 보고했다.

또 우원건축의 임형재소장등이 "긴급안전진단과 보수공사를 해야하며
고객과 직원 전원을 대피시킬 필요가 있다"고 전한 것으로 밝혀졌다.

수사본부는 이에따라 이회장 이사장 임소장 이학수기술사 박영배
건설상무 이학규총무이사 이격영업이사등 긴급대책회의 참석자 9명을
소환, 조사중이다.

수사본부는 또 부실시공및 감리여부를 가려내기위해 백화점건물의
기초골조공사를 담당한 우성건설 현장소장 이상철씨등 우성건설측
관계자 6명과 감리를 맡았던 우원종합건축사사무소 관계자 7명을 소환,
불량자재 사용여부에 대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별취재팀>

(한국경제신문 1995년 7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