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다면 아시아 태평양지역에서 어는나라가 유망합니까.

"뉴질랜드가 가장 성장률이 높습니다. 인구가 3백40만인 뉴질랜드는
2백80만인 싱가포르에서 국가운영 노하우를 배웠습니다.

싱가포르와 친교가 맺어지면서 동남아의 화교들이 뉴질랜드에 투자를
늘리고 있어요.

오랜동안 실업률이 높았기 때문에 일에 대한 의욕도 강합니다. 특히
기업들은 생산성증가분의 절반은 종업원에게 배분하도록 하는 제도를
도입해 기업실적이 크게 향상되고 있어요.

교육수준과 생활의 질도 높아요. 호주도 비슷합니다. 베트남과 인도도
유망시장입니다"

-세계는 역시 급변하고 있군요. 이런 상황에서 경영자가 가장 관심을
가져야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앞으로는 한마디로 "그룹웨어(GROUP WARE)"의 시대입니다. 자기가 속한
그룹의 구성원만이 참여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세상을 바꾸는 날이 옵니다.

무서운 속도로 발달하고 있는 디지털통신을 보면 기업은 앞으로 멀리
떨어진 장소에서도 정보전달이 가능하고 그것이 곧바로 생산활동으로 연결
된다 이겁니다.

미국의 나이키사가 좋은 예지요. 이 회사는 디자인업무만을 미국 포틀랜드
에서 하고 있을 뿐 28곳의 생산기지는 모두 아시아에 있습니다.

생산활동은 모두 미국 본사에서 워크스테이션을 통해 조정합니다. 이처럼
공장을 갖고 있지 않으면서도 1년에 50억달러를 버는 기업이 됐지 않습니까.

여기서 더 나가면 디자인까지 네트워크를 통해 해결할수 있게 되고 자금
조달이나 마케팅도 제3자에게 맡길수 있게 됩니다.

이렇게 되면 사장 1명이 세계최대의 기업을 일구는 일도 가능하게 되지요.
한마디로 말해 그룹구성원만이 볼수 있는 네트워크, 즉 그룹웨어가 세계를
바꾸고 있고 바꾸게 될 것라는 얘깁니다"

-리엔지니어링등 현재의 경영혁신조류도 한계에 부딪치겠군요.

"리엔지니어링은 현재 하고 있는 것을 바꿔보자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보다
는 제로베이스에서 다시 시작하는 쪽이 개혁속도가 훨씬 빠르다고 느낍니다.

얘기가 다시 돌아가는데 결국엔 디지털통신 혁명이 경영개혁에도 새 바람을
몰고 올것입니다.

일본의 카오사는 영업사원 전원이 전자수첩만한 통신기기를 들고 다닙니다.
회사엔 아예 출근도 않습니다.

그룹웨어를 이용,생산성을 높이는 것만이 살길입니다. 아직도 근로감독
같은 걸 하는 나라는 영원한 개발도상국으로 남을 수 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기업 내부에 산적한 문제점들을 고치려면 그걸 개선해 나가는 것
보다 기업을 하나 새로 만드는게 차라리 낫다고 봅니다.

나쁜 버릇들이 생기고 그것이 몸에 배어 버리면 참 고치기가 힘들거든요.
컨설팅회사에서 경영자문을 하는 과정에서도 나는 이렇게 주장했습니다.

자회사를 하나 차려 그쪽에 힘을 쏟으라고"

-실제로 그런 예도 있었습니까.

"물론입니다. 현재 컴퓨터산업의 강자인 후지쓰의 전신은 후지덴키
였습니다.

이 회사에서 컴퓨터부문을 독립시킨게 지금의 후지쓰가 된거지요. 후지쓰는
또 수치제어기기부문을 파낙이라는 회사로 독립시켜 버렸습니다.

파낙은 현재 조립로봇등 공장자동화기기의 세계적 선두주자가 됐습니다.
이처럼 항상 분리된 기업이 더 잘됐습니다.

이는 바로 독립된 회사가 모기업의 나쁜 점을 답습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겁니다"

-그런 개혁을 하려면 우선 경영자 자신의 자질이 훌륭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세계의 움직임을 피부로 느낄수 있는 경영자라야 합니다. 또 젊고 유능한
인재를 발견하는 능력도 갖춰야 겠지요.

무능한 경영자는 모두 힘내자고 부추기지만 앞으로의 경영은 뛰어난 인재로
하여금 뛰게 만드는 것이라야 합니다.

지금 미국이나 일본의 성공한 기업을 보십시오. 유능한 젊은이들이 바뀔
가망이 없는 직장을 박차고 나와 모험심으로 설립한 회사들이 대다수입니다.

결국 최고경영자는 이런 사람들을 발견해 키워주고 낡은 사고의 소유자들이
이들 인재를 방해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합니다"

-지금 한국정부는 세계화를 부르짖고 있습니다. 기업의 입장에서 보면
세계화의 요체는 무엇인지요.

"기업의 세계화에는 다섯가지 단계가 있습니다. 첫단계는 국내에서 생산만
하고 수출은 외국의 대리점에 맡기는 단계입니다.

둘째는 국내생산품을 외국 현지법인이 자사브랜드로 파는 단계지요. 대다수
한국기업이 여기에 해당된다고 봅니다.

더 나가면 세번째 단계가 되는데 바로 현지생산입니다. 한국은 아직까지
현지생산 규모가 작아 본격적인 3단계에 돌입하려면 10년이상 걸릴 것으로
생각합니다.

네번째는 설계등 연구개발(R&D)까지 현지화하는 것이고 마지막 다섯번째가
"글로벌 헤드쿼터(본사)" 체제입니다.

한국기업을 예로 들면 본사를 한국이 아닌 유럽이나 미국,싱가포르등지에
두고 소통언어도 일제히 영어로 바꾸는 겁니다.

세계공통의 가치관으로 묶자는 의미지요"

-그러자면 정부의 자세도 바뀌어야 할텐데요.

"그렇지요. 기업의 세계화 전략은 정부가 열과 성을 다해 도와주지 않으면
"헛수고"가 됩니다.

기업이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정부가 발목을 잡고 안 놓아주면 해볼 도리가
없거든요.

기업이 세계화한다는 데 정부가 돈줄을 죄고 있으면 세계화가 되겠습니까.
기업의 세계화에 정부못지 않게 중요한게 소비자의 세계화입니다.

일본국민만해도 문부성(한국의 교육부)이 오랜 주입식교육을 통해 "불만
없는 인간"으로 교육시키다 보니 소비자의 권리를 주장할 줄 모릅니다.

싸고 좋은 물건을 구입할 권리를 되찾아야 하는데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으니 답답합니다.

수입은 무조건 나쁘다는 식이지요"

-얼마전 도쿄도지사 선거에 출마해 낙선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원인이
뭐였다고 보십니까.

"일본(도쿄)사람들이 아직까지 일본(도쿄)의 심각성을 깨닫고 있지 못한
것 같습니다.

너무 오랜 기간동안 별일 없이 지내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고
믿는 거죠.

"변화를 외치는 사람"은 좋아하지만 "변화" 그자체는 싫어하는 모양입니다
(웃음)"

-한국도 이달말 지방자치단체장 선거를 치릅니다. 어떤 사람을 단체장으로
뽑는게 좋습니까.

"한국 역시 일본처럼 주입식 교육을 하고 있는데 이로 인한 문제점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토론문화를 시급히 정착시켜야 합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는 걸 깨닫도록
말이지요.

지자제 선거를 앞둔 한국인은 이같은 점을 인식하는게 필요하다고 봅니다.
지방과 중앙정부와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하고 국가 지방정부 기업 국민중
무엇에 우선순위를 두고 정책을 펼칠 것인지를 심각하게 생각하고 투표해야
한다는 말입니다.

이런 과정에서 언론은 의도적으로라도 정책논쟁을 활성화시켜야 합니다.
지방자치단체장에는 정치인보다 경영자출신이 낫다고 봅니다.

세계의 조류를 읽어낼수 있는 경영자라야 지역사업을 효율적으로 해결할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지요"

< 정리=김정욱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6월 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