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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력]

<>1923년 일본 사가현 출생 <>1947년 도쿄대학 경제학부 졸업
<>1979년 경제기획청 사무차관 <>1982년 다이와종합연구소 이사장

<>저서 = ''군축의 경제학'' ''인간의 얼굴을 한 경제정책'' ''일본경제''
''세계경제도설''등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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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대표적 이코노미스트의 한사람인 미야자키 이사무다이와종합연구소
이사장이 지난달 29일 내한했다.

다이와증권 서울지점개설 2주년기념강연을 위해 내한한 그는 1,300여명의
연구진과 700여명의 시스템개발부대를 거느리며 거시경제예측과 세계경제에
정통하다는 평을 얻고 있다.

본사 김형철산업1부차장이 그가 묵고 있는 호텔롯데에서 만났다.

-한국에서는 지금 세계화가 하나의 유행어처럼 돼 있습니다. 우선
세계화개념정립을 어떻게 해야 좋을까요.

"글쎄요. 사람과 물자 돈이 국경을 넘어 자유롭게 이동되는 경제상황이
세계화라고 할 수 있겠지요. 세계전체가 하나의 시장경제로 되는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세계각국이 국제분업에 의해 가장 값싸고 품질좋은 상품을
만들수 있게 됩니다.

그러나 기업들은 이러한 과정에서 세계적인 경쟁에 휩싸이게 되는 위험도
있어요. 이는 국가의 산업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안되는 역사적인 대
전환기라 할수 있습니다"

-일본의 세계화는 그동안 어떻게 추진됐습니까.

"일본은 제2차대전후 10년간은 통제경제가 이어졌습니다. 대외적인
면에서 특히 규제가 심했는데 60~65년사이에 무역자유화가 이뤄지고
65~70년에는 자본자유화가 추진됐어요.

현재는 무역거래와 자본거래도 원칙적으로 자유화됐고 특히 GATT와
IMF에 가입함으로써 자유화조치를 취하지 않을수 없게 됐어요"

-기업들의 글로벌화에는 어떤 특징이 있을텐데요.

"자유화는 제조업에서부터 시작됐어요. 그다음엔 유통업과 금융업으로
이어졌습니다. 일본기업의 국제화는 제조업,그중에서도 대기업에서부터
시작돼 유통업 농업 금융업의 순으로 확산됐습니다.

이제 제조업쪽에서는 수출입등이 거의 자유화 돼있습니다. 다만
중소기업분야에는 지역적인 사정도 있는 까닭에 어느정도 보호와
규제가 남아있긴 합니다.

유통업분야도 2,3년간 계획적으로 자유화가 추진되고 있지만 중소유통업의
경우에는 아직도 보호 규제가 남아 있습니다.

금융면에서도 해외투자나 해외로부터의 투자자유화가 진전되고 있지만
은행행정 증권행정에는 아직도 행정지도라는 규제가 강하게 남아있습니다.

현재 이러한 문제는 은행 증권회사의 국제화와 관련해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습니다. 중소금융기관들은 지금 일대 변혁기에 처해있어요.

이런 금융기관들은 단번에 국제화 세계화가 되면 매우 혼란해질 가능성도
있어요"

-일본기업의 세계화를 주로 시장개방이나 규제완화와 연관지어 말씀
하셨는데 일본의 규제완화 속도는 어느정도인지요.

"국제화나 세계화는 결국 경쟁을 가로막는 각종 보호장치와 규제를
없애는 일입니다. 그래서 세계화의 핵심은 규제완화라 할 수있지요.

앞서 말한바와 같이 무역과 자본이 원칙적으로 자유화돼 있다하지만
품목에 따라 예외규정이 남아있는 게 사실입니다.

일본에는 모두 1만1,000건의 규제가 남아있다는 통계도 있습니다만
눈에 보이지 않는 행정지도라는 것도 있습니다.

일본정부는 가까운 장래에 이러한 경제적 규제를 풀어나가지 않으면
안됩니다.

특히 호소카와 전내각은 행정규제완화에 경제정책의 우선순위를
두었으나 실시는 거의 하지못하고 끝났습니다.

그다음의 하타내각은 호소카와 내각보다도 단명에 그쳤어요.

지금의 무라야마내각이 등장해 전내각의 주요정책을 계승한다고
밝혔으나 잘 아시다시피 무라야마내각은 사회당과 자민당 사키가케등
3당연립내각인 까닭에 좀처럼 규제완화방안에 대해 의견통일이 되지
않고 있습니다.

이에따라 규제완화 5개년계획을 마련,추진하겠다는 액션프로그램을
협의중입니다"

-한국의 경우를 보면 정부는 규제완화를 열심히 한다지만 일반국민들은
이를 피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것 같은데 일본은 어떻습니까.

"규제완화문제는 총론은 찬성,각론은 반대의 상황이라고나 할까요.
관계관청이나 관료들의 저항이 예상외로 큽니다"

-국내기업들이 해외로 생산기지를 옮기거나 해외투자를 계속 늘려가면
산업이 공동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습니다만.

"공동화문제는 국내기업들이 해외로 나간다고해서 생기는것은 아닙니다.
정보통신산업이 발달하면서 반드시 도쿄같은 대도시에 있을 필요가
없어졌어요.

지금은 집안에 가만히 앉아서도 금융거래를 할수 있는 시대입니다.
기업들은 임대료가 비싼 도쿄시내에서 다른 곳으로 옮겨가려고 합니다.

그러나 각종 행정규제가 철폐되면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생기게
됩니다.

규제완화가 본격화되면 벤처캐피털등이 생겨날 수 있는 환경이 저절로
조성될거예요.

그렇게 되면 제조업체들이 해외로 빠져나가서 생기게 되는 구멍을
이러한 새산업들이 메울수 있을 것입니다"

-국제외환시장에서 진행되는 엔고는 어디까지 갈까요. 일본경제에
미치는 파장이 적지않을텐데 말입니다.

"일본기업들은 올해 대부분 환율을 달러당 100엔내외로 예상했습니다만
88엔에서 91엔선으로 뛰어올라 매우 어려운 처지입니다.

물론 엔고로 수입물가가 싸져 물가안정에 도움이 되고 해외투자수익도
커지지만 수출산업들은 매우 어려워지게 됐어요.

완성품메이커들은 수출경쟁력이 떨어지자 중소부품업체들에 값을
낮추도록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에따라 대기업들뿐만 아니라 의사
결정이 빠른 중소기업들도 해외진출을 본격화하고 있어요"

-지난 85년 플라자합의 이후의 엔고때처럼 기업들은 잘 극복할 수
있다고 보십니까.

"대단히 어려운 질문이지만 기본적으로는 엔고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미국의 경상적자와 재정적자는 좀처럽 개선되지 않고
있어요.

또 멕시코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로 달러화를 불안정하게 만들었고요.

일본의 경상흑자는 엔고에 따른 수출감소로 작년보다 100억달러정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투자수익은 엔고로 작년보다 20억달러정도 증가할 것이기
때문에 전체적으로는 흑자규모가 지난해보다 80억달러정도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경기도 점차 되살아나는등 경제의 기초적 요인들만을 놓고
볼때 올해 환율은 1달러에 90엔에서 95엔정도의 선에서 움직일 것
같습니다.

이같은 엔고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생산비가 싼 해외로
공장을 이전하는 것입니다.

물론 기업들은 대대적인 리스트럭처링이나 리엔지니어링에 나서야겠지요.

가격파괴라는 말이 유행어가 될만큼 생산은 물론 유통단계에서도
가격혁명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의 성공여부가 엔고를 극복할 수
있느냐 없느냐를 결정지을 겁니다"

-다시 세계화 이야깁니다만 한국기업의 세계화수준을 일본기업과
비교해 말씀해주실수 있습니까.

"몇년전까지만 해도 한국기업들은 일본보다 10년정도 뒤져있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만 그동안 한국경제가 눈부신 성장을 한
반면 일본경기는 부진상태에 있는 점을 고려하면 이제는 여러분야에서
격차가 많이 좁혀져 일본기업과 어깨를 나란히하는 업종도 생긴것 같아요.
반도체나 철강 조선업등이 그러한 예입니다"

-일본기업들은 최근 엔고로 공장의 해외이전이 활발합니다. 한국과
협조할 분야도 많을 것으로 봅니다만.

"사실상 전체적으로 일본기업과 한국기업간에는 협조와 경쟁이 병존하는
관계라 할수 있지요. 일본이 일방적으로 투자할수 있는 입장도 아니고
또 기술면에서도 양국기업의 수준이 접근해 있는 부문도 많기 때문에
공동으로 다른지역에 진출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기업들은 지금 금리수준이 높아 기업하기 어렵다고 야단입니다.
그러나 정부에선 통화를 풀어 금리를 내릴 수도 있으나 물가가 불안
하다는 입장입니다. 일본의 경험에 비추어 어느쪽의 주장이 옳다고
보십니까.

"제가 한국의 금융정책에 대해 왈가왈부 할 입장은 아닙니다만 일본은
전후 자금부족기에도 인위적인 저금리 정책을 써왔어요. 또 그게 성공
했습니다.

더구나 지금 한국처럼 경제가 회복세로 돌아서서 활기를 보일때에는
금리를 내린다고해서 물가가 반드시 오르는 것은 아닙니다.

금리를 내리면 생산원가가 싸져서 물건값이 싸질 수도 있는 겁니다.

외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본인들간에는 다음과 같은 비유가
있습니다. 소위 1.1,3.3,6.6이라는 말입니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일본은 연간 경제성장률 1%에 물가상승률도
1%라는 말입니다.

미국은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각각 3%이며 한국의 그것은 6%씩
이라는 것입니다.

앞으로 한국은 경제성장률은 8%정도로 잡되 물가상승률을 5%이하로
낮출수 있었으면 합니다"

[ 대담 = 김형철 산업1부장 ]

(한국경제신문 1995년 4월 6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