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이 있어 서울의 풍치지구가 제대로 지켜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중대한 현안이 발생하면 시장과 함께 고민하는 자세를 가져주십시오"

풍치지구 해제여부를 둘러싸고 발생한 단국대파문 이후 27일 처음 열린
서울시청 확대간부회의에서 최병렬시장은 주무국인 도시계획국 국장은
물론 이례적으로 과장,계장까지 회의에 참석시켜 그들에게 이같이
주문했다.

시공무원들은 최시장의 주문이 관계 국장등 시간부들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시장이 믿고 일을 맡기는 스탭진들가운데 "NO"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없는 것을 한탄했다는 것이다.

사실 최시장이 풍치지구 해제여부를 놓고 고민을 거듭할 때 "그
문제는 이러저러한 사정때문에 안된다"고 말한 사람,즉 최시장주변에
"NO"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어떻게 보면 단국대파동은 최시장이 처음 단국대 풍치지구에 대한
해제지시를 내릴 때 시간부들이 최시장이 내린 "지시의 배경"에만
관심을 둔데서 비롯됐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단국대 김학준이사장의 부탁을 털어내기 위해서,또는 민자당에서
그를 민선시장후보로 내정하려는 기미가 보이자 고의로 악수를 뒀다는
따위의 유치한 "정치적인 해석"에 골몰,최시장에게 "안된다"는 조언이나
관련 정보를 충분히 주지시키지도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최시장은 단국대부지에 아파트를 지으려는 주택조합에서
2천5백여명의 조합원을 모집한 상태라는 사실 조차 까맣게 모르고
있었다.

최시장은 이중에서도 종합대의 지방이전이라는 대의를 전달받은
시간부들이 자신의 결단을 김이사장이나 동신주택사주와의 개인적인
친분관계로 몰아간데 대해 울분을 느끼는 듯하다.

어쨌든 이번 일로 최시장은 특혜,또는 로비의혹을 받으며 공인으로서
회복하기 힘든 치명상을 입었다.

앞으로 들어설 것으로 보이는 "정치인 출신"의 민선 서울시장이
대권으로 가는 교두보의 구축은 둘째치고 정치적인 해석에 매달리는
"YES맨"사이에서 어떤 모습으로 만신창이가 될 지 음미해볼만한
대목이다.

< 방형국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2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