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때 징용으로 끌려가 인도네시아의 독립영웅이 된 양칠성씨의 기막힌
사연이 46년만에 고국에서 빛을 보게 됐다.

9일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 태화복지회관에서 창립총회를 갖는 "양칠성씨
국적.이름 찾아주기 시민운동본부"(본부장 김태웅서울시의원)는 자칫
잊혀질 뻔 했던 인물을 역사속에 다시 자리매김하는 모임.

전북 완주출신의 양씨는 26살의 나이로 일제에 의해 강제징용돼 남양군도로
끌려갔다.

그는 45년 해방을 맞았으나 현지 여인과 결혼,두 자녀까지 둬 귀국을
미뤘다.

이후 인도네시아에 들어온 네덜란드에 저항하는 독립군에 가담, 명성을
떨치다 49년 네덜란드정부군에 체포돼 총살형을 당했다.

그러나 30년이 흐른 75년 인도네시아 고위 장성이 된 옛부하들에 의해
"외국인독립영웅"으로 추서돼 자바섬의 가룻국립묘지에 안장됐다.

묘비명은 야나카와 시치세이(양천칠성).

일제때 징용된 탓에 그는 죽어서도 고국의 이름을 갖지못했다.

기막힌 사연이 알려지게된 것은 방송작가 권태하씨의 "그들은 나를
칼리만탄의 왕이라 부른다"라는 소설이 출간되면서부터.

권씨는 인도네시아근무시절 발견한 이사실을 소설속에 일부 언급했는데
독자들의 반항이 너무 커 운동본부를 결성하기로 한것.

운동본부는 학생들에게 애국심을 심어주는 캠페인의 하나로 이운동을
벌이고 있다며 2만명이상의 서명을 받아 외무부 국회 인도네시아정부등에
제출, 그의 국적과 이름을 찾아주겠다고 밝혔다.

< 남궁덕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3월 9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