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사관저의 임대료를 내지않고 버티는 외국대사관 직원을 대사관저에서
쫓아낼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민사지법 합의19부(재판장 이영애 부장판사)는 17일 차수웅씨(서울
강남구 개포동)등 2명이 국가를 상대로 낸 보상금청구소송에서 이같이 판
시,원고패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외국공관지역은 불가침이며 공관장의 동의없이는
접수국의 관헌이 공관지역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비엔나협약은 국내법과
같은 효력이 있다"며 "자이르공화국대사관이 강제집행 거부의사로 집달관
의 강제집행이이뤄지지 않은만큼 우리나라 정부가 보상금을 물어야 할 불
법행위를 저질렀다고 볼수 없다"고 밝혔다.

이 판결대로라면 임대인은 대사관이 버티는 한 자기 건물인데도 명도반
환과임대료청구등 재산권행사를 할수 없는 셈이어서 논란거리가 되고있다.

이같은 해프닝의 주인공은 아프리카의 가난한 나라 자이르공화국의 한국
주재대사관.차씨는 이 대사관과 지난 90년6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 15의4
에 위치한 2층짜리 건물을 대사관저로 빌려주는 2년간의 임대차계약을 맺
었다.

월임대료는 미화 5천달러. 차씨는 91년10월부터 자이르대사관이 돈이 없
다며 임대료지급을 거부하자 92년2월 계약해지와 함께 건물반환등을요구하
는 소송을 서울민사지법에 제기해 승소했다.

차씨는 확정된 판결문을 근거로 관저반환을 요구했으나 "나갈데도 없다"
는 대사관측의 버티기에 밀려 돌려받지 못했다.

차씨는 견디다못해 법원에 강제집행을 요구했다.

그러나 법원이 대사관저에 대한 강제집행을 할수 없다며 접수 자체를 거
부하자 "외교분쟁을 우려,국가가 대사관에 대한 강제집행을 못하게 한 만
큼 손해를 보상해야 한다"며 소송을 냈었다.

외무부의 한 관계자는 이와관련,"자이르공화국이 가난해 임대료를 못낸
것으로 알고있다"고 말했다.

자이르공화국은 아프리카 중서부지역에 위치한 남북 동시수교국으로 우
리나라와는 지난 90년 정식수교를 맺었다.

< 고기완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