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한말 대표적인 친일파 송병준의 후손이 수천억원대의 부동산을장애
자들을위한 기술대학 설립비용으로 선뜻 내놔 화제를 낳고 있다.

9일 사회복지법인 숭덕원(이사장 김건준)에 따르면 송병준의 증손자인
송돈호씨(50.서울 송파구 송파동)는 지난 3일 증조부 송병준과 조부의 명
의로 돼 있는 공시지가 5천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이 법인에 기증했다.

이들 부동산은 인천시 북구 산곡동 산 15일대 임야 30만평,경남 사천군
서포면금진리 대지및 전 10만8천평등 전국 도처에 산재해 있는 5백27만여
평으로,시가로는 7천억~8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송씨가 이 엄청난 재산을 숭덕원에 기증하게된 사유는 친일파이자 민족
반역자로 역사에 기록되고 있는 선대의 땅을 물려받아 편안히 살기에는 양
심이 허락치 않을 뿐더러 이를 되찾는 과정에서 친일파 시비에 말려들기도
싫기 때문이라는 것이 숭덕원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그는 젊은 시절 상장회사의 중견 간부로 근무하던중 친일파의 자
손이란 사실이 드러나 따가운 눈총을 견디다 못해 사직할 수 밖에 없었던
개인적 비화도 간직하고 있다.

전세 4천만원짜리 15평 주공아파트에서 노모를 모시며 넉넉치 못한 생활
을 하고있는 송씨는 "좋은 일에 쓰이기만 바라겠다"고 간략히 밝히며 외부
노출을 극구 피했다.

송병준(1858~1925)은 조선 고종때 무과에 급제,1904년 노일전쟁때 매국
노 이용구등과 함께 일진회를 조직해 황제양위운동을 벌였으며 이완용내각
에서 농상공대신.내무대신을 지내며 한일합방 상주문과 청원서를 제출하는
등 매국활동을 했던 인물이다.

송씨가 이들 땅이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것도 기증 사유만큼이
나 이채롭다.

본인이 집에 전해오는 땅문서등을 통해 직접 확인한 땅외에,지난 93년
이완용의 후손들이 소송을 통해 유산을 되찾은 사실에 착안한 부동산중개
업자들이 총무처정부기록보존소에 조회,송병준 소유의 부동산을 찾아내 이
를 송씨에게 알려주며 매각을 부추기는 과정에서 모습을 드러낸 땅이 대부
분이라는 것.

숭덕원측은 "이들 부동산은 현재 등기부등본상 송병준의 명의로 돼 있어
송씨앞으로 소유권이전등기만 마치면 상속이 가능하기 때문에 법적 하자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충북 충주에서 덕수특수중.고등학교를 운영하는 숭덕원은 이들 부동산을
처분해국내 최초의 장애자들을 위한 4년제 정규 기술대학을 설립할 계획이
다.

< 윤성민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5년 2월 11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