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당시 신군부가 구정치인의 부정축재재산을 화해조서 방법으로 몰수한
것은 무효라는 법원의 첫 판결이 나왔다.

신군부가 이러한 방법으로 재산을 몰수한 사례는 33명에 부동산 물건으로
5백여건에 이르고 있어 이들의 유사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보인다.

서울민사지법 24단독 유철환판사는 13일 현국민당 최고위원인 박영록씨(73
.서울 성북구 삼선동)가 국가를 상대로 낸 부동산소유권이전등기 청구소송의
준재심사건에서 "80년 10월 2일 성립된 서울 노원구 상계동 산 3의1 일대 임
야 7만여평을 기부한 것으로 된 화해조서는 취소한다"며 원고승소판결을 내
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지난 80년 8월 23일 이 사건 임야에 관해 박씨가 국
가에 증여하기로 한 약정은 박씨의 의사가 완전히 결여된 것으로서 무효의
표시임이 명백하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박씨가 이 부동산을 국가에게 증여할 의사가 있음을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80년 7월 17일 당시 계엄사 합수부의 수사로도 박씨의 재
산이 1억7천만원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는데도 박씨의 재산을 5억원이 넘
는 것으로 조작한 뒤 재산을 헌납받았다"며 "헌납을 거절할 때에는 박씨는
물론 가족들에게도 위해하 있을지도 모른다는 내용의 협박을 받은 만큼 박
씨에게는 다른 선택의 가능성이 없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이와함께 "박씨로부터 소송대리를 맡지도 않은 이모변호사가
80년 10월 2일 법원심문실에서 부동산이전등기를 위한 화해조서를 작성했으
므로 소송대리권이 없는 화해조서를 취소한다"고 덧붙였다.

<고기완기자>

(한국경제신문 1995년 1월 14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