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측이 해고무효판결을 받은 근로자에게 임금만 주고 보직을 주지
않아도 불법이 아니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번 판결에 대해 노동계는 법적으로 해고무효판결을 받은 근로자의 일할
권리를 회사가 침해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고 나서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주목된다.

서울고법 민사15부(재판장 이상경부장판사)는 26일 해고무효판결을 받은
삼익악기 근로자 문철환씨(인천 석남1동)등 3명이 "복직거부와 부당해고에
대한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회사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에서
"사용자가 해고무효판결이후 일을 시키든 안시키든 상관없이 매달 임금을
지급했다면 의무를 다한 것"이라며 원고패소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근로계약상 근로자는 노무제공의무와 함께 임금
청구권만 인정될 뿐 근로의 기회를 제공할 것인지 여부는 임금지급의무가
있는 회사측에 있다"며 "회사측이 해고무효판결이후 매달 임금을 지급한
사실이 인정되는 만큼 원고들의 복직주장은 이유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또 "법원의 해고무효판결은 원고들의 불법파업에 대해 고발,
징계등 조치를 취하지 않겠다는 회사측의 합의정신에 따른 것이었다"며
"해고사유가 있었는데도 사측이 이를 철회했던 것이므로 위자료 지급의무는
없다"고 말했다.

문씨등은 91년6월 냉각기간중 불법파업을 이유로 같은해 7월 해고당한
뒤 노사가 "불법파업 가담근로자에 대해 책임을 묻지 않겠다"고 합의,
이를 근거로 법원에서 해고무효판결을 받아냈으나 회사측이 임금을 지급
하면서도 발령을 내지 않자 다시 소송을 냈다.

< 김도경기자 >

(한국경제신문 1994년 12월 27일자).